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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탄핵’ 발언에 난장판…마지막 정기국회도 실망 안기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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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설훈 “대통령 탄핵 소지 충분”에 고함·고성 공방

여야, 따가운 국민 시선 직시해 민생에 전념하길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닻을 올리기 무섭게 고성 공방으로 얼룩졌다. 그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언급이 불쏘시개가 됐다. 대정부질문 첫날 설 의원은 수해복구 지원에 나섰다가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의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무슨 탄핵이냐” “발언 취소하라”는 여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설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언급하며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탄핵을 재차 거론했다. 순간 여당 측 반발이 격해지며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에도 쟁점 현안을 둘러싼 고성·고함 공방은 되풀이됐고, 장외 설전으로도 번졌다.

볼썽사나운 상황을 예견한 듯 김진표 국회의장은 예정에 없던 모두발언을 통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동료 의원이 질의할 때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 “국무위원 답변이나 동료 의원 질의에 설사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의원들에게 각별히 당부했다. 그러나 의장의 고언은 불과 10여 분 만에 본회의장 소란 앞에서 무색해졌다. 결국 김 의장은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고 개탄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21대 국회 종합평가의 자리나 마찬가지다. 여야가 정쟁으로 점철된 지난 3년여를 되돌아보고, 서민들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싸늘한 민심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야 적어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다시 표를 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면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74세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31세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정치 복원을 주제로 차분히 주고받은 질문·답변이 화제에 오르겠는가. 그게 바로 정상적 논의의 모습인데 말이다.

국회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는 정부·여당 탓도 있지만, 제1 야당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도 책임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국민 항쟁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것은 극한 투쟁을 사실상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현 정부를 겨냥해 “국민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을 연상케 하는 말이었다. 민주당 측은 “탄핵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결의 정치를 은근히 조장하는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선 당내에서조차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속히 본연의 자리로 복귀하고, 여야는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더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