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 본질은 논리 엔진…이를 만든 거인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5호 22면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라 부른다
마틴 데이비스 지음
박상민 옮김
인사이트

미국 잡지 ‘타임’은 1999년 3월 29일 발행호에서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와 사상가 20인’을 꼽았다. 그중 한 명이 ‘현대적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튜링머신의 창시자’인 앨런 튜링이다. 타임은 튜링을 설명하면서 이런 단서를 붙였다.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적 발전이 모여서 현대의 컴퓨터를 가능케 했기 때문에 단 한 명을 발명자라고 꼽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타임이 말한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적 발전’을 제공한 이들이 누군가. 또 그 아이디어는 무엇이며, 어떤 기술적 발전이 있었나. 저자가 이 책을 관통해 다루는 내용이다.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라 부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튜링에 따르면 컴퓨터의 본질은 계산기가 아닌 논리 엔진이다. 계산은 논리 엔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컴퓨터 발전의 역사를 써 내려 간다.

저자는 출발점으로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를 꼽는다. 라이프니츠는 그 전까지 알파벳 뭉치였던 문장을 기호로 바꿨고, 계산을 통해 참인지 여부와 문장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찾을 수 있게 했다. 이어 논리학을 대수학으로 바꾼 조지 불, 일반 수학의 모든 연역적 추론을 포괄하는 최초의 논리 시스템을 소개한 고틀로프 프레게, 일관성 있는 무한의 수학적 이론을 만들려고 한 게오르그 칸토어, 유클리드 기하학의 일관성을 산술의 일관성으로 바꾼 다비드 힐베르트, 수학적 진리가 주어진 형식 체계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보여준 쿠르트 괴델을 차례로 소개한다. 물론 맨 끝은 튜링이다.

저자 마틴 데이비스는 수학자 겸 컴퓨터 과학자다. 그의 스승이 세계적 수학자 알론조 처치다. 처치는 튜링의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독자는 열탕과 냉탕을 오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인물의 전기 부분은 재밌고 쉽다. 반면 학문적 내용 부분은 “어렵다”는 말이 사치스러울 만큼 ‘이해 불가’일 수 있다(심지어 200~207쪽은 ‘괴델의 불완전 명제’ 풀이다). 이런 이론적 발전이 밑거름되고 그 위에 기술적 발전이 더해져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같은 손 안의 컴퓨터를 편하게 쓴다. 우리가 편히 올라앉을 수 있도록 어깨를 내준 바로 그 거인들 이야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