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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 돈만 미리 돌려준 라임펀드의 도덕적 해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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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금감원 3대 펀드 추가 조사에서 불법 다수 확인

검찰이 환매 과정 외압 여부 등 철저하게 밝혀야

문재인 정부 최대의 금융 스캔들 의혹에 휩싸였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에서 새로운 불법 행위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운용사들이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 추구 행위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펀드자금이 투자된 기업 5곳에서도 2000억원의 횡령과 배임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라임펀드에선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을 했던 2019년 10월 직전인 그해 8~9월 다선의 현역 국회의원에게 2억원을 미리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A중앙회(200억원)와 상장회사 한 곳(50억원)에도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해당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을 봐 고객이 펀드 해지를 요청해도 돌려줄 자금이 없었는데도 다른 라인 펀드에서 125억원을 가져다 썼다. 특정인이나 법인을 위해 다른 펀드의 이익을 훼손한 운용사의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익 훼손 금지 및 업무상 배임)이자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해외에 투자한 기존 특수목적법인(SPC)이 부실해지자 다른 해외 SPC에 투자된 신규 자금을 끌어다 기존 펀드를 상환하는 돌려막기를 했다. 디스커버리 펀드에는 장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후임 정책실장 등이 투자했다.

펀드 관련 인사들과 펀드 투자를 받은 기업의 횡령 등 불법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공기관의 어느 기금운용본부장은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대가로 1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자신의 자녀를 옵티머스 관계사의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챙겼다. 디스커버리운용사 임직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개인적인 수익을 올렸다. 그야말로 자기들만의 이익 카르텔이었던 셈이다.

지난 정권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라임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는 등 금융 범죄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금감원의 추가 조사로 뒤늦게나마 다수의 불법 행위가 확인된 것은 의미가 있다. 현 정부 들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이 부활했고, 올해 초부터 펀드 사기 사건을 재수사 중이다. 라임펀드의 특혜성 환매 과정에서 이득을 본 이들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횡령 자금의 수혜자는 누군지 철저하게 수사해 불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라임 무역금융 펀드와 옵티머스, 헤리티지 펀드의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주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 추가 불법이 확인된 만큼 나머지 다른 펀드 투자자의 피해 구제에도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