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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64) 수염을 잘라 마초의 공격에서 목숨을 구한 조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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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순유의 계책대로 마등을 제거하자 한시름 놓았습니다. 곧장 남정(南征)을 도모하기로 뜻을 굳혔습니다. 이때 유비가 군사를 조련하고 군마를 수습하여 서천(西川)을 빼앗으려 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몹시 긴장했습니다.

만일 유비가 서천을 빼앗는다면 날개가 완성되는 꼴이다. 무엇을 가지고 도모해야 하겠느냐?

지금 유비와 손권은 순치(脣齒)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만약 유비가 서천을 뺏으려 한다면 승상께서 한 상장(上將)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출동하라고 명하소서. 합비의 군사와 합세하여 곧장 강남을 공략하면 손권은 반드시 유비에게 구원을 청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비의 뜻이 서천에 있다면 손권을 구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손권은 구원군이 없으면 힘도 다하고 군사도 약해져 강동 땅은 반드시 승상 것이 될 것입니다. 만일 강동을 얻는다면 형주는 일고에 쳐부술 수 있을 터이니 형주를 무찌른 다음 천천히 서천을 도모하면 천하를 평정하실 수 있습니다.

진군의 말이 내 마음에 꼭 드는구나!

조조는 30만 대군을 일으켜 곧장 강남으로 진군하기로 하고 합비를 지키는 장료에게 군량과 말먹이를 준비하여 공급도록 했습니다. 조조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은 노숙에게 명하여 유비에게 구원을 청하도록 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노숙의 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편지를 읽은 제갈량이 유비에게 말했습니다.

강남의 군사를 사용할 필요도 없고, 형주의 군사를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조조가 감히 동남쪽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게 하겠으니 노숙에게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는 답장을 보내십시오. 조조군이 침범해오면 직접 물리칠 방책이 있다고 알려주소서.

지금 조조가 대군을 일으켜 합비의 군사와 함께 밀고 들어오려는데 선생은 무슨 묘계(妙計)로 물리칠 수 있다는 게요?

조조가 평생 걱정하는 것은 서량병입니다. 지금 조조는 마등을 죽였습니다. 그 아들 마초가 지금 서량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반드시 조조놈에게 이를 갈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편지 한 통을 보내 마초와 손잡고 마초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오게 하소서. 그렇게 하면 조조 또한 강남으로 내려올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한편, 마초는 마대의 보고를 받고는 통곡하다 까무러쳤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어금니를 물고 이를 갈았습니다. 바로 그때 유비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생각건대 한나라가 불행하여 역적 조조 놈이 국권을 멋대로 주무르고 임금을 속여 백성들은 피폐해가고 있소. 나는 지난 날 그대의 부친과 함께 밀조(密詔)를 받들고 이 역적 놈을 죽이기로 맹세했는데, 이제 부친께서 조조에게 해를 당하셨으니 이것은 장군과 천지를 함께 이거나 밟을 수 없고 세월을 함께 누릴 수 없는 원수요. 만약 서량의 군사를 거느리고 조조의 오른쪽을 공격할 수 있다면, 나는 당연히 형주의 군사를 일으켜 조조의 앞을 막겠소. 이렇게 하면 역적 조조도 잡을 수 있고 간사한 무리도 없앨 수 있으며, 원수도 갚을 수 있고 한나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소.’  

마등의 조카인 마대.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등의 조카인 마대.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초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한수와 함께 방덕, 마대 등 수하 20만 대군을 일으켜 장안(長安)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장안군수(長安郡守) 종요는 성을 버리고 동관(潼關)으로 달아났습니다. 장안을 잃은 조조는 남정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즉시 조홍과 서황을 보내 동관을 열 흘 이상 지키도록 했습니다. 조조는 조인과 함께 군량을 호송하며 동관으로 향했습니다.

마초는 조조군이 동관을 지키기만 하고 나오지 않자, 성미가 급한 조홍을 상대로 마구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조홍은 곧장 싸우려 하고 그때마다 서황은 말리기 바빴습니다. 9일째 되는 날, 조홍이 더는 참지 못한 채 마초를 공격했습니다. 서황이 구원에 나섰지만 마초의 계략에 빠져 동관마저 잃었습니다. 조조는 조홍의 목을 베라고 하였으나 여러 관원이 말려 용서해주었습니다.

조조의 목숨을 구한 조홍.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의 목숨을 구한 조홍.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와 마초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초가 이를 갈며 원수 조조를 죽이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우금과 장합이 막았지만 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통은 마초의 창에 죽었습니다. 조조는 몰아치는 마초군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그러자 마초가 외쳤습니다.

홍포(紅袍)를 입고 있는 자가 조조다!

조조는 즉시 말 위에서 홍포를 벗었습니다.

수염 긴 자가 조조다!

조조는 깜짝 놀라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수염을 잘라버렸습니다.

수염이 짧은 놈을 잡아라. 그놈이 조조다!

조조는 즉시 깃발을 찢어서 목을 감싸고 도망쳤습니다.

마초가 끝까지 조조를 추격했습니다. 마초가 찌른 창이 나무에 박혔습니다. 조조는 간담이 얼었습니다. 이때 조홍이 달려와 마초를 상대했습니다. 그 사이에 조조는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 조홍을 죽였다면 오늘 반드시 마초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조조는 성을 굳게 지키며 싸우지 않았습니다. 모종강은 마초가 조조를 혼내주고 있을 때 유비와 손권이 허도(許都)를 기습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마초에게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초에게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초가 동관(潼關)에서 조조와 싸울 때 손권과 유비가 만일 빈틈을 타고 허도를 기습했다면 보통 통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손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유비 역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동오의 군사는 쳐들어오는 적을 막을 수 있을 뿐 적지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나의 합비(合肥)도 함락하지 못하는 판에 어떻게 허도로 쳐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또한 그들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은 형주(荊州)일 뿐 중원에는 뜻이 없었다. 

유비는 군사력을 길러 서천(西川)을 빼앗으려고 했기 때문에 동오가 지원을 요청해도 파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 겨를에 허창(許昌)을 기습하겠는가? 그의 뜻이 비록 중원에 있었지만 사천(四川)을 얻지 못했으니 감히 급격히 중원을 도모하지 못한 것이다. 조조에게는 이용할만한 틈이 있었지만 유비나 손권에게는 그 틈을 이용할만한 군사력이 없었으니, 아! 어찌 천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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