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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심 극장 노린 러 미사일 공습…우크라 민간인 151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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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휴일인 19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도심 한복판을 미사일로 공습해 민간인 7명이 숨지고 144명이 다쳤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15일에도 서부 국경 지역인 볼린과 르비우 등지에 공습을 가해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한편 소모전 양상에 휘말린 양국은 개전 1년 반 만에 군인 사상자가 50만 명에 육박한다는 집계도 나왔다.

19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체르니히우 극장 앞에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체르니히우 극장 앞에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軍,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도심 광장 공습

로이터통신과 BBC·CNN 방송 등에 따르면, 주말인 19일 오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의 중앙 광장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올렉산드르 로마코 체르니히우 시장 대행은 “이 광장에는 공원과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카페 등이 많아 휴일이면 어린 자녀나 유모차와 함께 산책 나온 젊은 부부,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가 몰리는 곳”이라며 “이곳에 대한 공격은 민간인을 노린 전쟁 범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체르니히우는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날 러시아군은 체르니히우 광장에 위치한 극장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극장에선 드론 제조사들의 모임이 진행 중이었으며, 이는 최전선에서 사용될 군사 기술에 대해 엔지니어·군인·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비공개 회의였다. 보안상의 이유로 행사 장소는 몇 시간 전에 공개됐다.

19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손된 차량 앞부분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AP=연합뉴스

19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손된 차량 앞부분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AP=연합뉴스

모임 참가자들은 공습 직전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대다수 희생자들은 (회의 참가자가 아니라) 도심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거나 길을 건너던 행인, 교회에 있던 신자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직격탄을 맞은 극장의 지붕은 폭격을 맞아 찢어졌고 인근 교회와 대학 건물도 크게 파손됐다. 중앙 광장 일대에 파편이 흩뿌려져 주차된 차량이 심하게 훼손됐고, 광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불이 붙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극장 건너편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의 매니저 안나 자레바는 “큰 소리가 나서 즉시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12세 소녀 두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며 “황급히 지혈 등 응급처치를 했고, 어떤 남자가 차를 세워 소녀들을 병원에 옮겼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BBC에 전했다. 63세의 한 여성은 로이터통신에 “이곳에 온통 부상자, 구급차, 깨진 유리 파편 천지였다. 끔찍한 악몽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이 있은 뒤 한 남자가 건물 입구를 청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이 있은 뒤 한 남자가 건물 입구를 청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세 소녀 사망…유엔 "극악무도" 

특히 이날은 정교회가 기념하는 ‘구세주 변모 축일’로, 교회는 사과 바구니와 꿀을 봉헌하러 모인 신자들로 북적였다. 러시아의 공습은 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발생해 희생자가 대거 나왔다. 사망자 중엔 6세 소녀 소피아가 포함됐고, 소피아의 어머니 역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코 시장 대행은 “그들(러시아군)의 목표는 극장 건물에서 열린 군사 행사였지만, 미사일의 희생자는 주말을 맞아 중앙광장에 나온 민간인이 될 것이란 사실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범한 토요일을 고통과 상실의 날로 만들었다”면서 “우리 군인들이 러시아의 이번 테러를 응징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유엔은 “극악무도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데니스 브라운 유엔 우크라이나 담당 조정관은 “대형 도시의 중앙공장을 공격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라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일로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5일에도 서부 국경의 볼린 및 르비우 등지를 공습해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체르니히우 극장 지붕에서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체르니히우 극장 지붕에서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NYT "개전 1년 반만에 양국군 50만명 사상" 

한편 지난해 2월 24일 개전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국의 군인 사상자가 50만 명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다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의 경우 정규군은 물론, 용병단인 바그너 그룹 조직원까지 포함된 수치다.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군 사망자는 12만 명, 부상자는 17만~18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군에서는 사망자 7만 명, 부상자 10만~12만 명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위성 이미지, 통신 감청, 소셜미디어(SNS), 현지 언론, 양국 정부 발표 등을 토대로 사상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당 사상자 수치는 지난해 11월 마크 밀리 당시 미국 합참의장이 밝힌 수치(20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NYT는 지난 겨울과 올 봄에 걸쳐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전선이 교착된 채 이어진 치열한 전투로 매일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온 데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의 다층 방어선을 뚫지 못해 사상자가 수천명씩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는 사상자 수를 낮추고 우크라이나는 사기 등의 문제로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 만큼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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