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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등에 업은 北 '무법천지'…괴물 ICBM 만들어 '핵무력' 성큼 [北 9개 국방과제 긴급점검]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빼놓지 않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해 왔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놓고 양분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빼놓지 않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해 왔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놓고 양분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주요7개국(G7)·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 주요 다자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다. 불법적 핵 개발과 무력 도발을 저지하는 건 각국의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깝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매번 '단합된 대응'을 외치는 건 그만큼 북핵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시작된 6자회담 참여국들조차 북한에 맞선 5대1이 아니라 3대3으로 입장이 나뉜다. 한·미·일은 대북 제재 등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북·중·러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된 근본 원인이 미국의 대북 압박이라고 맞선다. 그나마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는 제재라는 공통의 결과물을 도출했던 '국제경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마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러 대립 등으로 힘을 쓰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나쁜 짓'에 골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외 환경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중·러 '방패막이' 뒤에서 핵 개발 박차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 등의 후속조치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 반대하며 손을 든 모습.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 등의 후속조치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 반대하며 손을 든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그간 채택된 모든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다. 그럼에도 북한이 보란 듯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건 중·러가 북한을 옹호하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한 곳이라도 거부(veto·비토)할 경우 결의나 의장성명을 채택할 수 없는 안보리의 의사결정 구조상 중·러를 등에 업은 북한을 제지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열병식에서 위장색으로 도색한 화성-17형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7일 열병식에서 위장색으로 도색한 화성-17형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안보리의 개점휴업 상태는 북한 입장에서 핵·미사일 위협을 단속할 경찰이 사라진 무법천지의 세상과 같다. 불량국가적 구상에 골몰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첫 ICBM인 화성-18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연이어 시험발사하는 등 실질적 핵 무력 완성에 근접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7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괴물 ICBM' 화성-17형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다.

특히 중·러는 새로운 대북 제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선박 간 환적 등을 통해 북한에 유류와 생필품을 공급하고, 북한 노동자에 일터를 제공해 본국으로의 외화 송금을 방관하고 있다. 모두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행위인데, 2006~2017년 총 10건의 대북제재로 외딴 섬에 고립된 북한이 끈질기게 핵·미사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유다.

북·러 '무기거래' 밀착…커지는 제재의 빈틈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보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쇼이구 국방장관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보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쇼이구 국방장관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은 제재의 빈틈을 벌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포탄·탄약 등 전쟁 무기가 시급한 러시아와 상당량의 비축분을 쌓아놓고 있는 북한의 상황은 절묘하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북한이 유독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이유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달 북한의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기념행사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보냈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일간 직접 일정을 동행하며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예우를 보였다. 또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 닷새만인 지난 1일 러시아 공군기가 평양에서 포착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과 쇼이구가 만나)러시아는 포탄·미사일 판매와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하고 북한은 서방제 무기 대여 및 노후 장비 수리를 포함한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러시아 실무자가 방북해 합의사항 이행 방안을 협의하고 8일에는 수송기가 평양에서 미상의 군수물자를 반출하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러시아의 핵미사일 핵심기술의 북한 이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사대표단이 지난달 27일 평양을 떠나기 전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사대표단이 지난달 27일 평양을 떠나기 전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예전처럼 제재의 허점을 노려 '뒷문'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정문'을 여는 격이다. 재래식 무기 수출은 최초의 대북 제재인 안보리 결의 1718호부터 금지된 가장 기본이 되는 규제 사항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암호화폐 탈취와 함께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게 되는데, 현재로썬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기대할 수 없다.

안보리 공전 속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6일 북·러 무기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독자 제재에 나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제재 대상에 오른 3개 기관(베르소·디펜스엔지니어링·베루스)은 3월 북·러 무기 거래를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의 단독 3자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대응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의 단독 3자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대응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북·중·러가 똘똘 뭉쳐 안보리를 파행으로 이끄는 상황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 한·미·일이 모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현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일본에 더해 한국 역시 지난 6월 2024~2025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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