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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무 웃는다고 욕먹는다, 사랑도 정치도 위기인 트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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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키스를 나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키스를 나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로이터=연합뉴스

"이 남자와 결혼하다니, 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랍니다."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피 그레고아르가 주변 사람들에게 외친 말이다. 부유층이 주로 다니는 석조 교회 안에서 그를 기다리는 신랑은 쥐스탱 트뤼도. 현 캐나다 총리다. 언론인인 그레고아르와 신예 정치인의 결혼은 당시 꽤나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벤트"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18년 후인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쥐스탱 트뤼도는 아버지의 길을 많이 따랐는데, 총리가 된 것도 그랬고, 재임 중 이혼을 발표한 것도 그렇다. 트뤼도는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힘들지만 많이 대화했고, 그 결과 이혼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며 "서로를 위해 깊은 사랑과 존경을 간직할 것"이라는 요지로 이혼을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51세, 그레고아르는 48세이며, 둘 사이엔 2남 1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의 동생으로 알고 지내다 2003년 교제를 시작해 약 2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일하는 여성이면서 활동적인 소피 그레고아르의 존재는 트뤼도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게 NYT의 평가다.

2005년 결혼식을 올린 직후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로이터=연합뉴스

2005년 결혼식을 올린 직후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로이터=연합뉴스

트뤼도 총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그러나 가정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트뤼도 총리는 4연임을 노리고 있다고 공언 중이지만, 그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NYT는 9일 기사에서 전했다. 인종과 젠더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내각을 꾸리고, 육아에도 열심인 현대적 남성의 이미지를 쌓아온 트뤼도의 전략의 유통기한이 다 된 걸까. 한때 '트뤼도매니아'라고 불렸던 열광적 지지층의 열기도 한풀 꺾였다고 NYT는 전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지난 5월 불거진 중국의 캐나다 선거 개입 의혹이 트뤼도에 불리하다. 캐나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2021년 총선에서 중국이 나를 표적 삼아 선거 방해 공작을 했다"고 피해를 주장했다. 보수당은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이 선거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협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쥐스탱 총리의 자유당은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같은 조사에서 보수당은 37%를 기록했다. 여기에 트뤼도의 이혼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혼 발표 직전 그는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며 일부 개각을 단행했지만, 지지율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지난 3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부인 소피가 의회에 출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부인 소피가 의회에 출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뤼도 총리는 집권 8년 차다. 해외에선 여전히 젊고 젠틀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캐나다 유권자들은 어떤 점을 비판하고 있을까. NYT는 캐나다 정치 비평가를 인용해 "트뤼도의 문제는,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좋은 것처럼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라며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NYT는 다소 시니컬한 톤으로 아래와 같이 전했다. "트뤼도는 이제 캐나다의 '가장 핫한 싱글 남자'가 됐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트뤼도 가족은 항상 그랬듯 곧 여름 휴가를 같이 떠날 예정이다. 그러나 휴가 후, 총리 관저로 돌아오는 건 트뤼도 총리와 세 자녀뿐이다. 소피 그레고아르는 본인의 집으로 돌아간다. "가장 운 좋은 여자"라던 그레고아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해 결혼기념일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관계는 오래될수록 도전을 많이 받는다. 태양이 빛나는 날도 있고 태풍이 몰아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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