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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59) 유비, 손부인을 맞이해 촉오동맹을 견고히 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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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은 유기를 조상(弔喪)하고 형주를 돌려받으러 갔다가 제갈량의 계책에 빠져 서천을 얻은 후에 돌려주겠다는 문서 한 장만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손권은 먼저 주유에게 갔습니다. 주유는 노숙이 제갈량에게 속았다며 펄펄 뛰었습니다. 노숙은 자신의 책임이 컸던지라 망연자실했습니다. 주유는 예전에 노숙이 곡물창고를 통째로 주며 자신을 도와준 것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노숙의 위축된 마음을 달래주고 도와줄 요량으로 형주를 염탐시켰습니다. 며칠 후 염탐꾼이 돌아와 형주의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여장부인 손부인.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장부인 손부인. 출처=예슝(葉雄) 화백

형주성 안에는 삼베 깃발을 세워 놓고 재(齋)를 올리고 있었고, 성 밖에는 새로운 무덤을 만들고 있었는데 군사들이 모두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유비의 감부인이 죽어 가까운 시일에 장사를 지내려 하고 있습니다.

주유는 염탐꾼의 보고를 받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노숙에게 유비를 꼼짝없이 붙잡고 형주를 손바닥 뒤집듯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숙이 궁금해하자 계책을 알려주었습니다.

유비가 상처(喪妻)했으니 반드시 후취(後娶)를 볼 것이오. 주공께 손아래 누이가 한 분 계시는데, 극히 억세고 사나워 하녀 수백 명이 늘 칼을 차고 다니고 방안에는 무기들로 꽉 차 있다 하오. 비록 남자라도 그만은 못할 것이오. 내 지금 주공께 편지를 올려 형주로 중매쟁이를 보내 유비에게 장가를 들러 오도록 달래보라고 말씀드리겠소. 속임수에 빠져 우리 쪽으로 오면 아내를 얻기는커녕 옥에 갇히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사람을 보내 형주와 유비를 바꾸자고 하고, 그들이 형주성을 돌려주면 나는 그를 따로 처리할 생각이오. 그래야 당신의 신상에도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오.

주유의 말을 듣자 노숙도 절하며 시름을 놓았습니다. 손권은 주유의 편지를 읽고는 즉각 여범을 시켜 형주에 가서 중매를 설 것을 명령했습니다. 유비는 감부인을 잃고 번뇌 속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동오에서 여범이 찾아왔다는 보고가 있자 제갈량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주유의 계책으로 왔을 터인데 반드시 형주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병풍 뒤에 숨어서 엿들을 터이니 무슨 말이든 받아들이십시오. 그런 다음 역관에 물러가 쉬게 하고 따로 상의하면 될 것입니다.

여범은 유비에게 주유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고 양가에서 ‘진진지호(秦晉之好)’를 맺는다면 조조도 감히 동남쪽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비는 여범에게 좋게 말하고 제갈량을 만났습니다. 제갈량은 대길대리(大吉大利)한 점괘가 나왔다며 좋은 날을 잡아 속히 혼례를 올릴 것을 권했습니다.

주유가 함정을 파놓고 나를 해치려는 것인데 어찌 경솔하게 위험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겠소?

주유가 비록 계책을 잘 쓰지만 어찌 제갈량의 예측을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조그만 계책만 간단히 써도 주유는 반 푼어치의 계책도 펴지 못할 것이고, 오후의 누이 또한 주공의 부인이 될 터이니 형주를 잃을 염려는 만에 하나도 없습니다.

유비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지만, 제갈량이 손건을 시켜 혼사를 주선하자 따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손권은 유비가 동오로 와서 결혼하기를 바랐습니다. 유비가 걱정하자 제갈량이 세 가지 계책을 정해놓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조운을 불러 세 개의 비단 주머니를 주며 귀띔했습니다.

여기 금낭이 세 개가 있소. 이것을 가지고 주공을 보호하여 동오로 가시오. 주머니 속에는 세 가지 기묘한 계책이 들어 있으니 순서대로 열어보고 그대로 따라 하시오.

조운은 유비를 모시고 동오로 갔습니다. 첫 번째 금낭을 열어본 조운은 이교(대교와 소교)의 부친인 교국로를 찾아갔습니다. 유비는 술과 양을 가지고 찾아가서 여범의 중매로 아내를 얻으러 왔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5백 명의 수행 군사들은 모두 붉은 비단을 몸에 두르고 혼인 축하 잔치를 맘껏 알리도록 하였습니다. 소문은 바람처럼 퍼져 성안의 사람들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유비로부터 혼례 사실을 안 교국로는 오국태를 만나 경축 인사를 드렸습니다.

무슨 경사가 있다는 말씀이오?

따님을 유비의 부인으로 이미 허락하시어 벌써 그가 도착해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속이려 하십니까?

무슨 말이오? 늙은이는 모르는 일이오.

오국태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보니 성안에 이미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깜짝 놀란 오국태는 손권이 문안차 오자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습니다.

어머님, 무엇 때문에 속을 끓이십니까?

너는 줄곧 이렇게 나를 무시할 셈이냐? 나의 언니가 돌아가실 때 너에게 뭐라고 분부하시더냐?

어머니!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분명하게 하소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러워하십니까?

사내가 크면 장가를 들고 계집애가 크면 시집을 보내는 것이 고금의 이치다. 그러나 내가 너의 어미가 되었으니 그런 일은 당연히 나에게 여쭈어 보고 명을 받아야 할 터인데, 너는 유비를 불러 사위로 삼으려고 하면서 어째서 나를 속였느냐? 그 아이는 틀림없이 나의 자식이다.

어디서 그 말을 들으셨습니까?

모르게 하려면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온 성안 백성이 다 알고 있는데 너는 계속 나만 속일 셈이냐?

아닙니다. 그것은 주유의 계책입니다. 형주를 빼앗기 위해 그런 구실을 내세운 것뿐입니다. 유비가 속아서 오면 이곳에 잡아 가두고 그와 형주를 맞바꾸자고 하여 만일 말을 듣지 않으면 먼저 유비를 죽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계략이지 정말로 혼사를 맺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을 봤나. 주유는 6군 81현의 대도독으로 있으면서 형주 하나 빼앗을 계책이 그렇게 없어서 고작 나의 딸을 구실로 미인계를 써서 유비를 죽이겠다고 하더냐? 그렇게 되면 나의 딸은 바로 까막과부가 될 터인데 앞으로 어떻게 다시 시집을 가라고 말하겠느냐? 내 딸의 평생을 그르쳐 놓았으니 너희들은 잘도 했구나!

손권은 묵묵부답이고, 오국태는 계속 주유를 욕했습니다. 결국 오국태가 유비를 면담한 다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른 척하겠지만, 마음에 든다면 주유의 계략과는 반대로 진짜로 혼인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감로사에서 유비를 만난 오국태는 매우 흡족했습니다. 결국 주유와 손권의 계략은 수포로 돌아가고 유비는 생각지도 않게 새 신부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국태의 마음을 뺏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오국태의 마음을 뺏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혼례는 잘 성사가 되었어도 상황은 여전히 유비에게 불안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비는 돌덩이를 보고 칼을 뽑아 주문을 외웠습니다.

‘만약 이 유비가 형주로 돌아가 왕업을 이루게 된다면 한 칼에 이 돌이 갈라지게 하고, 만약 이곳서 죽게 된다면 돌이 쪼개지지 말라’

바위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유비는 흡족해하자, 손권이 유비의 모습을 모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내 나이 벌써 50살에 가까운 데도 역적들을 쓸어내지 못해 항상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소. 이제 국태께서 나를 사위로 맞아주시니 정녕 일생에 좋은 기회가 온 것이오. 그래서 방금 하늘에다 점을 쳐 보았소. 조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돌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라고 했더니 진짜 그렇게 되었습니다.

천하의 영웅들은 모두가 겉은 인정 많고 후덕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흑심을 품고 있는 후흑의 대가들입니다. 손권 또한 칼을 뽑아 들고 외쳤습니다.

나도 하늘에다 점을 쳐 봅시다. 조조 놈을 무찌를 수 있게 된다면 이 돌이 잘리라고 말이요.

하지만 손권 또한 속셈은 딴 곳에 있었습니다.

만약 형주를 다시 차지하고 오나라를 번성시킨다면 이 돌이 반으로 잘려라.

손권 또한 단칼에 바위를 갈랐습니다.

유비와 손권이 각자의 소원을 빈 시검석. 허우범 작가

유비와 손권이 각자의 소원을 빈 시검석. 허우범 작가

보검이 내려치자 돌은 빠개어지고 寶劍落時山石斷
무쇠소리 울리는 곳에선 불꽃이 튀네. 金環響處火光生
촉오 조정의 왕기는 모두 천운인 것이니 兩朝旺氣皆天數
이로부터 천하는 삼국으로 나뉘었네 從此乾坤鼎足成

유비는 혼례를 치르고 신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등불 휘황한 방 안에는 창과 칼, 화살촉들이 그득하였습니다. 시비들도 모두 검을 차고 양쪽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유비는 넋이 다 빠졌습니다. 신혼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도망치고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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