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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60) 매번 실패하는 주유의 계략, 손부인과 형주로 돌아온 유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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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젊고 아리따운 손부인과 혼례를 치르고 신방으로 들어가다 기절할 뻔했습니다. 등불 휘황한 방 안에는 검을 차고 양쪽에 늘어선 시녀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방 안 여기저기에도 살상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귀인께서는 놀라지 마소서. 부인께서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좋아하시고 평소에도 하녀들에게 늘 격검(擊劍)을 시키며 즐기시기 때문에 이러합니다.

부인이 보고 즐길만한 일은 아닌 것 같소. 나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오싹하니 잠시 치우도록 하오.

유비는 손부인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날마다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국태도 사위인 유비를 매우 아꼈습니다. 손권은 일이 틀어지자 주유에게 사람을 보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주유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참을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내고는 손권에게 비밀리에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도모한 일이 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기왕 거짓으로 한 일이 진실이 되었으니, 또한 그 사실을 고려하여 계책을 써야겠습니다. 유비는 사납고 야심 찬 호걸로 관우, 장비, 조운 같은 장수를 거느리고 있는 데다 제갈량까지 가세하여 계책을 쓰고 있으니 반드시 오래도록 남의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오나라에 연금시켜 놓는 것보다 좋은 수가 없겠습니다. 성대한 궁실을 지어 주어 그의 의지를 중화시키고 많은 미녀와 애완물을 보내어 그의 이목을 즐겁게 해주소서. 그래야 관우, 장비와도 정이 떨어지고 제갈량과도 마음이 멀어지게 됩니다. 각각 한곳에 떨어져 있게 만들어 놓은 다음, 군사를 이끌고 가서 공격하면 큰일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지금 놓아 주었다가는 교룡이 구름과 비를 얻게 될 터이니 끝내 못 속에 잠겨 있지 않을 것입니다. 명공께서는 깊이 생각하소서.

손권의 주유의 묘책을 읽고 크게 기뻤습니다. 그날로 주유가 말한 바를 신속하게 처리하였습니다. 오국태는 손권이 호의를 베푸는 줄로만 알고 아주 기뻐했습니다. 과연 유비는 가무와 여색에 빠져 형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운은 하는 일 없이 성 밖으로 나가 활을 쏘거나 말을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연말이 되었습니다. 조운은 제갈량이 준 금낭이 생각났습니다. 금낭을 열어 본 조운은 유비를 만나 급하게 보고했습니다.

주공! 오늘 아침 군사가 사람을 보내왔는데 조조가 적벽대전의 원한을 갚으려고 정예병 50만을 일으켜 형주로 쳐들어오고 있어 매우 위급하다 합니다. 청컨대 주공께서는 즉시 돌아가소서.

안사람과 상의해 보아야겠다.

부인과 상의하셨다가는 반드시 주공을 놓아 보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말씀을 안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오늘 밤 즉시 길을 떠나야 합니다. 늦으면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너는 잠시 물러가 있거라! 나에게도 도리가 있다.

부인, 나는 단신으로 타향을 떠도느라 살아계실 때도 어버이를 받들어 모시지 못했고, 돌아가신 뒤에도 조상에 대한 제사마저 드리지 못했으니 바로 대역불효한 사람이오. 그런데 이제 또 설날이 가까워지고 있어 더욱 우울하게 하는구려.

저를 속이려 하지 마세요. 저도 이미 들어 알고 있나이다. 방금 조장군이 형주가 위급하다고 아뢰니까 낭군께서는 돌아가시려고 이런 핑계를 대시는 것입니다.

부인께서 이미 아신다면 내가 어찌 감히 속이겠소. 내가 가지 않아 형주를 잃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고, 그렇다고 가려 하니 부인을 버려둘 수가 없어 이렇게 상심하고 있소.

첩은 이미 낭군을 섬겼으니 낭군께서 어디로 가시든 첩은 당연히 따라가겠나이다.

손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손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와 손부인은 설날에 강변으로 나가 망제(望祭)를 드린다는 핑계를 대고 조운의 호위를 받으며 길을 떠났습니다. 손권이 이 사실을 안 것은 다음날이었습니다. 손권은 벼루를 집어 던지며 화를 냈습니다. 당장 진무와 반장에게 정예병을 주어 붙잡아 오도록 했습니다. 정보가 실패할 것이라고 하자, 장흠과 주태에게 자신의 보검을 주며 유비는 물론 자신의 누이도 베어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유비는 손권이 보낸 추격병과 주유가 길목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에게 잡힐 지경이 되었습니다. 조운은 마지막 금낭을 열어 유비에게 주었습니다. 금낭을 본 유비는 급히 손부인의 수레 앞으로 가서 울면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빠인 손권이 주유와 짜고 손부인을 미끼로 가짜 결혼을 시켜 형주를 빼앗고 유비를 죽이려고 했던 일들과 이제 일이 급박하게 되었으니 부인 앞에서 죽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손부인이 노해서 말했습니다.

나의 오라비가 이미 나를 친남매로 여기지 않았다면 내가 무슨 면목으로 다시 보겠나이까? 오늘의 위기는 당연히 내가 나서서 해결하겠습니다.

모두가 너희 놈들이 우리 남매가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도록 이간질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되었고, 오늘 남편을 따라 시집으로 가는 것이지 어느 사람과 눈이 맞아 달아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 부부를 형주로 돌려보내려는 어머님의 뜻을 받들고 있으니, 설령 우리 오라버니가 오신다 해도 반드시 예의에 따라 행동했을 터인데 너희는 군대를 몰고 와서 으스대고 있으니 우리를 죽이겠다는 것이냐?

손부인과 조운의 용맹으로 유비는 추격병들을 뿌리치고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유비는 강가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자 불현듯 동오에서 화려했던 일등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오와 촉이 장강 물가에서 혼례를 올릴 때 吳蜀成婚此水潯
옥구슬 장막에 황금 장식 수레를 탔다네 明珠步幛屋黃金
누가 알았으랴! 한 여인이 천하를 가벼이 여겨 誰知一女輕天下
유비의 천하삼분을 바꾸려 했을 줄을 欲易劉郎鼎崻心

동오의 추격을 물리친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오의 추격을 물리친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 일행은 제갈량 미리 대기시켜 두었던 배를 타고 형주로 향했습니다. 동오의 추격병이 도착했지만 화살도 닿지 않을 정도로 유비는 이미 멀찌감치 떠난 후였습니다. 제갈량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너희들은 돌아가 주랑에게 다시는 미인계 같은 수단을 쓰지 말라고 전해라!

주유가 군사들을 이끌고 추격해왔지만 관우가 막아섰습니다. 주유는 크게 패하고 달아났습니다. 강기슭에서는 군사들이 일제히 소리쳤습니다.

천하를 안정시키겠다던 주랑의 묘책이, 부인이나 얻어 주고 군사마저 잃었구나!

분통이 치밀어 상처가 터지며 쓰러지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분통이 치밀어 상처가 터지며 쓰러지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 소리를 들은 주유가 죽을 각오로 싸울 작정이었으나 모두가 말렸습니다. 주유는 자신의 계책이 빗나갔으니 손권을 만날 면목이 없었습니다.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금창(金瘡)이 파열되면서 그대로 배 위에서 거꾸러졌습니다. 여러 장수가 급히 구하였지만 이미 정신을 잃고 난 후였습니다. 주유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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