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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61) 유비와 연대감 뽐낸 주유, '가도멸괵(假道滅虢)'으로 유비를 치려하는 손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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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는 제갈량의 계략에 걸려 패하고 시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장흠이 손권에게 이 사실을 고하자 손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주유가 원한을 풀어달라는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손권은 즉시 정보를 도독으로 삼아 군사를 일으켜 형주를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장소가 말렸습니다. 고옹도 나서서 손권에게 간청했습니다.

동오의 신하인 고옹.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오의 신하인 고옹. 출처=예슝(葉雄) 화백

허도(許都)의 염탐꾼이 어찌 이곳에 없겠습니까? 만일 우리와 유비가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조조는 반드시 유비를 끌어들일 것이고, 유비는 동오가 무서우면 반드시 조조에게 투항할 터이니 이렇게 되면 강남이 어느 시절에 안정을 찾겠습니까? 지금으로써는 사람을 허도로 보내어 유비를 형주목으로 삼도록 천자께 표를 올리는 것보다 좋은 계책이 없습니다. 조조가 이런 사실을 안다면 감히 동남쪽으로 군대를 보내지 못할 것이고, 유비 또한 주공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심복을 시켜 반간계(反間計)를 써서 조조와 유비가 싸우게 하고, 우리가 그 틈을 노려 공격하면 금방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손권은 고옹의 계책을 받아들여 화흠을 사신으로 조조에게 보냈습니다. 조조는 적벽에서 패한 후 원수 갚을 생각만 했습니다. 하지만 유비와 손권이 함께 덤빌 것을 염려하여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허도에 동작대(銅雀臺)가 완공되어 축하연이 벌어졌습니다. 장수(漳水)가에 세워진 동작대는 좌우에 옥룡대와 금봉대를 거느리고 열 길이 넘는 높이로 장엄하게 세워졌습니다. 또한, 건물 사이로 두 개의 다리를 놓아 서로 연결되게 하였습니다. 천 개의 문과 만 개의 창문이 있었다는 가히 당시 최고의 건축물이었을 것입니다.

조조는 문무신하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열었습니다. 무신들이 먼저 나서 활쏘기 시합을 했습니다. 조휴, 문빙, 조홍, 장합, 하후연, 서황, 허저 등이 상으로 걸린 금포(錦袍)를 차지하기 위해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무장들의 실력발휘가 끝나자 문신들의 글솜씨가 이어졌습니다. 왕랑, 종요, 왕찬, 진림 등이 시를 지어 받쳤습니다. 조조가 읽고 나서 웃으며 자신을 지나치게 칭찬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어서 자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동작대 완공 축하연에서 활솜씨를 뽐내는 무장.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작대 완공 축하연에서 활솜씨를 뽐내는 무장. 출처=예슝(葉雄) 화백

만일 이 나라에 나 한사람이 없다면 몇 사람이 황제라 칭하고 몇 사람이 왕이라 칭할지 모르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권력이 편중되었다고 보고 망령되이 서로들 추측하면서 나에게 다른 마음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지만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오. 나는 늘 공자가 문왕의 지극한 덕을 기린 것을 생각하오. 그 말들이 또렷하게 내 마음속에 살아 있소. 그러나 내가 병권을 버리고 봉함을 받은 무평후의 직책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은 실로 받아들일 수 없소. 한번 병권을 놓으면 남에게 해를 입게 될 것이고, 내가 죽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 진실로 걱정되기 때문이오. 이리하여 어쩔 수 없이 헛된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다가올 화에 실질적으로 대치하려는 것이오. 제공 중에서 나의 뜻을 아는 사람이 분명히 없을 것이오.

모종강은 조조의 이런 모습을 읽으며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조조가 적벽에서 단가행(短歌行)이란 사를 지을 때에는 패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마음 가득 즐거움이 넘쳤지만, 동작대에서의 연회는 패한 뒤였기 때문에 시름을 달래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패하기 전에는 그 말이 교만했지만 패한 뒤에는 그 말이 겸손해졌다. 그러나 그가 “무덤 앞에 조후의 묘(曹侯之墓)라고 쓰이는 것이 원이었다”고 한 것은 간사한 영웅이 사람을 속이려고 한 말이다. 마음은 간웅인데 입만 성현(聖賢)인 것은 민중들만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君子)들까지 속이려는 것이고, 한 시대만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줄곧 천하 후세까지 속이려는 것이다. 그의 이런 것을 두고 노만(老瞞)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조가 맘껏 취해 시를 지으려고 할 때 동오의 사신 화흠이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유비를 형주목으로 삼고 손권의 손아래 누이를 유비에게 시집보냈으며, 한수 연안 9개 군의 태반이 유비의 차지가 되었다는 보고를 받고는 당황하고 허둥대며 붓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정욱이 의아해 물었습니다.

승상께서는 시석이 빗발치는 만군 중에 계시면서도 당황하신 적이 없으셨는데, 이제 유비가 형주를 얻었다는 말을 들으시고 어째서 그렇게 놀라십니까?

유비는 사람 중의 용이다. 여태껏 물을 만나지 못했지만, 이제 형주를 얻었으니 이것은 곤란하던 용이 바다로 들어간 것이다. 내가 어찌 당황하지 않겠느냐?

조조는 정욱에게서 손권이 화흠을 보내온 이유를 알고는 그에게 계책을 물었습니다.

동오가 믿는 것은 주유입니다. 이제 승상께서 표주하시어 주유를 남군태수(南郡太守)로 삼고 정보를 강하태수(江夏太守)로 삼으십시오. 그리고 화흠을 조정에 머물러 있게 하여 중용하시면 주유는 반드시 유비와 원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 도모하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조조는 즉시 정욱의 계책대로 시행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유는 남군태수 되자 더욱 원수를 갚고 싶었습니다. 노숙을 유비에게 보내 형주를 받아내라고 애걸했습니다. 노숙은 유비가 형주를 빌릴 때 보증인이었습니다. 손권의 꾸지람을 들은 노숙은 유비를 만나러 형주로 갔습니다.

제갈량은 노숙이 온다는 전갈을 받자 손권과 노숙의 생각을 훤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숙이 형주에 관해서 거론하거든 즉시 방성통곡을 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제갈량의 생각대로 노숙은 유비에게 형주를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이 시킨 대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울음이 절정에 이를 즈음, 제갈량이 나서서 노숙에게 말했습니다.

제갈량 최고의 파트너인 노숙.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 최고의 파트너인 노숙. 출처=예슝(葉雄) 화백

당초 우리 주인께서는 형주를 빌리실 때 서천을 얻으면 즉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셨소.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시오. 익주의 유장은 우리 주인의 아우로 모두가 똑같은 한 왕조의 종친이니, 만약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성을 빼앗는다면 아마도 남들의 욕을 먹을 것이고, 그렇다고 빼앗지 않는다면 형주를 돌려주고 어디에 몸을 의지하겠소? 더욱이 돌려주지 않는다면 존귀한 처남의 체면이 말이 아닐 터이니 일은 실로 난처하게 되었소이다. 이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아프신 것이오.

오후께서 이미 매씨를 황숙께 시집보내셨는데 어찌 들어주시지 않겠소? 돌아가서 잘 말씀드려 주시기 바라오.

어질고 착한 노숙이 유비가 애통해하는 모습을 보자 더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주유는 노숙이 그냥 돌아오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리고는 ‘가도멸괵지계(假途滅虢之計)’를 세워 다시 노숙을 형주로 보냈습니다. 노숙은 다시 형주로 와서 유비를 만났습니다.

오후께서는 황숙의 높은 덕을 매우 칭찬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장수와 상의 끝에 황숙 대신 군사를 일으켜 서천을 공격하기로 하였습니다. 서천을 빼앗으면 결혼지참금으로 삼아 바로 형주와 맞바꾸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군마들이 지나갈 때 얼마간의 군량 등을 이바지해 주시기 바라셨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오후께서는 고맙게 마음을 써주십니까?

노숙을 속으로 좋아하며 돌아갔습니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말했습니다.

주유가 죽을 날이 다가왔습니다. 주유의 계략은 서천을 빼앗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형주를 빼앗겠다는 ‘가도멸괵지계’인데 이런 것에 속을 제가 아니지요.

주유는 제갈량이 자신의 계략에 속은 줄 알고 5만의 대군을 이끌고 형주로 진군했습니다. 주유가 형주에 이르렀는데도 영접 나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주성에 이르렀는데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주유는 의심이 들어 군사를 이끌고 동정을 살피며 성문을 열라고 했습니다. 조운이 주유의 계책은 이미 탄로가 났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주유가 말머리를 돌려 돌아오려고 할 때 사방에서 일제히 주유를 공격해 왔습니다. 주유는 깜짝 놀라 말 위에서 외마디 고함을 지르더니 금창이 다시 터져 말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주유가 몇 번이나 계산하고 이번에야말로 꼭 제갈량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제갈량은 언제나 몇 수를 앞서가니 세우는 일마다 다 헛일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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