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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58) 혈기만 믿던 손권, 합비에서 장료에 패하고 태사자도 잃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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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마량이 계책을 올린 네 개의 군을 모두 차지하자 매우 흡족했습니다. 게다가 노장 황충과 위연까지 얻었으니 마음마저 든든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위연을 보자마자 당장 끌어내다 목 베어 죽이라고 호통쳤습니다. 유비가 공을 세운 위연을 왜 죽이려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한현의 녹을 먹으면서 그 주인을 죽인 것은 불충이고 그의 땅에 살면서 그 땅을 바친 것은 불의입니다. 제가 보건대 위연은 뒤통수에 반골(反骨)이 있어서 오랜 뒤에는 반드시 배반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찌감치 죽여 화근을 잘라내려는 것입니다.

만일 이 사람을 죽였다가는 항복한 사람들이 저마다 겁을 내지 않을까 싶소. 군사가 용서해주기 바라오.

내 이제 너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 너는 다른 마음을 품지 말고 충성을 다하여 주공께 보답해야 할 것이다. 만일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내 어떻게 해서든 너의 목을 베겠다!

황충이 유표의 조카 유반을 추천했습니다. 유비는 그를 불러와 장사군을 맡게 했습니다. 유비는 4개 군을 평정하고 형주로 돌아왔습니다. 전량(錢糧)도 풍족해지고 사방에서 인재들도 모여 들었습니다. 유비는 이를 바탕으로 군사를 사방의 요충에 파견하여 방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이제 제갈량이 초려에서 설파한 삼국정립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때가 온 것입니다.

한편, 손권은 적벽대전 이후 합비에 있으면서 조조군과 십여 차례 전투를 치렀으나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합비는 장료와 이전, 악진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장료가 싸움을 걸어오자 손권이 직접 나섰습니다. 태사자가 나서서 장료와 싸웠습니다. 이때 이전과 악진이 순식간에 손권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손권의 부장인 송겸과 가화가 겨우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송겸은 이전이 쏜 화살을 맞고 죽었습니다. 동오군은 크게 패한 채 본영으로 돌아왔습니다. 장사(長史) 장굉이 진언했습니다.

송겸과 가화의 화극을 자르는 악진. 출처=예슝(葉雄) 화백

송겸과 가화의 화극을 자르는 악진. 출처=예슝(葉雄) 화백

주공께서는 젊은 혈기만 믿으시고 튼 적을 가볍게 보시므로 삼군의 군사들은 한심하게 여기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장수를 죽이고 군기를 빼앗고 싸움터에서 위세를 떨치는 일은 역시 편장이 할 일이지 주공께서 하실 일은 아닙니다. 원컨대 분육(賁育)의 용기를 억제하시고 왕패(王霸)의 계획을 품으십시오. 그리고 오늘 송겸이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은 모두 주공께서 적을 얕보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절대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것은 나의 과실이었소. 앞으로는 당연히 고치겠소.

태사자가 송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장료 수하의 마부와 자신의 부하 과정이 형제인 것을 알고 그를 밀정으로 잠입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신호가 나면 곧바로 쳐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요는 빈틈이 없었습니다. 사전에 이들을 색출하여 계략을 알아내고 이를 다시 역이용하였습니다. 이를 모르는 태사자는 성문으로 들어서다 쏟아지는 화살을 맞았습니다. 손권은 송겸을 잃고 태사자마저 위독하자 철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합비에서 손권을 무찌른 장료. 출처=예슝(葉雄) 화백

합비에서 손권을 무찌른 장료. 출처=예슝(葉雄) 화백

대장부가 난세에 태어났으니 마땅히 삼척검(三尺劍)을 가지고 뛰어난 공을 세워야 할 터인데, 이제 뜻도 이루지 못하고 어떻게 눈을 감는단 말이냐!

죽음을 앞둔 태사자는 흉중의 한을 외치고 안타깝게 숨을 거뒀습니다. 그의 나이 41세였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태사자를 기리는 시를 남겼습니다.

뜻을 세우고 충효를 다했구나 失志全忠孝
동래 사람 태사자일세 東萊太史慈
성명은 먼 변방까지 알려지고 姓名昭遠塞
활과 활솜씨는 대군을 떨게 했네 弓馬震雄師
북해에서 공융의 은혜를 갚았고 北海酬恩日
신정에서 손책과 백열전을 벌였지 神亭酣戰時
죽으면서도 말과 뜻이 장하니 臨終言壯志
오랫동안 함께 탄식하고 감탄하네 千古共嗟咨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태사자. 출처=예슝(葉雄) 화백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태사자.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는 형주를 차지한 이후, 군마를 정돈하며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요. 강남 사군을 차지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던 유기(劉琦)가 병으로 죽었습니다. 유비는 소식을 접하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제갈량은 ‘인명은 재천’임을 강조하고 후속조치에 대비할 것을 주문합니다. 관우가 적임자로 뽑혀 양양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이제 손권쪽에서 형주의 반환을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보름이 지나자 드디어 노숙이 조문을 왔습니다.

일전에 황숙께서는 공자께서 돌아가시는 즉시 형주를 반환하겠다고 약조하셨는데 이제 공자께서 세상을 뜨셨으니 반드시 돌려주실 줄 믿습니다. 언제 돌려받을 수 있겠는지요.

참으로 딱도 하시오. 적벽 싸움에서 우리 주인은 고생을 많이 하셨고, 여러 장수도 모두 명령에 따라 움직였는데 어찌 당신들 동오의 힘만으로 이겼다고 생각하시오? 만일 내가 동남풍을 빌지 않았다면 주랑이 어떻게 반 푼어치의 공이나마 세울 수 있었겠소? 강남은 무너지고 두 교씨는 동작궁으로 잡혀 갔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록 공의 가족이라고 해도 온전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소만, 제 입장이 매우 난처하니 어찌 하겠습니까?

내 잠시 형주를 차용하여 터전으로 삼은 뒤, 우리 주군께서 다른 성을 차지하게 되면 즉시 돌려드리겠소. 중원은 금방 도모하기 힘들겠지만 서천의 유장은 어리석고 나약하니 곧바로 차지하실 것이오. 서천을 얻을 때면 그 즉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노숙은 어쩔 수 없이 유비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비와 제갈량이 수결(手決)을 놓아 써 준 문서 한 장에 자신도 수결을 한 채 힘없이 돌아왔습니다. 주유는 노숙이 문서 한 장을 달랑 들고 오자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제갈량의 계략에 넘어갔소이다. 명분은 땅을 빌리자는 것이지만 실상은 어물쩍 넘기려는 속셈이오.

노숙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말문을 열었습니다.

유비는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이 부분에서 모종강의 한 마디 평을 남겼는데, 그야말로 만고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권이 노숙을 시켜 조상(弔喪)하는 것을 보면 오늘의 인정이 어쩌면 그렇게 같을 수 있을까 한탄하게 된다. 손권이 앞서 유표를 조상했던 일은 유표를 위해 조상했던 것이 아니라 유비를 위해 조상했던 것이고, 뒤에 유기를 조상했던 일은 또한 유기를 위해 조상했던 것이 아니라 형주를 위해 조상했던 것이다. 조상이란 본디 죽은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인데 산 사람을 위해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조상이란 본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조상을 해 보아야 자신에게 이득될 것이 없으면 당연히 해야 할 조상도 하지 않고, 조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 싶으면 비록 조상할 필요가 없는데도 조상을 한다. 어찌 동오만 그러하고 또 어찌 조상하는 일만 그러하겠는가? 요즘 세상에 바쁘게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동오가 조상하듯 제 이익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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