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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57) 관우와 황충, 맞붙어 의기(義氣)를 나누고 서로를 신뢰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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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이 경국지색까지 멀리하며 계양을 차지하고 공을 세우자, 장비도 뒤질세라 무릉군을 바치겠노라고 장담하고 나섰습니다. 제갈량은 장비에게서 군령장을 받고 3천명의 군사를 내주었습니다. 장비는 기쁜 마음으로 군사를 이끌고 밤을 도와 무릉에 도달했습니다.

무릉태수는 김선이었습니다. 김선은 장비가 온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전투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종사(從事) 공지가 말렸습니다.

유비는 바로 대한(大漢)의 황숙이고 인의(仁義)를 천하에 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비의 용맹은 보통이 아니니 맞서 싸워서는 안 됩니다. 항복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네가 지금 적과 내통하여 안에서 변란을 꾀하려고 하는 것이냐?

모두가 말려서 공지는 겨우 죽음을 면했습니다. 김선은 공지를 쫓아버리고 직접 군사를 이끌고 성 밖 20리에 군영을 세웠습니다. 장비가 창을 뻗쳐 든 채 호통을 치자 김선의 군영에서는 아무도 맞서려는 자가 없었습니다. 김선이 직접 말을 몰고 칼을 춤추며 달려왔습니다. 이를 본 장비가 버럭 고함을 질렀는데 마치 벼락 치는 소리와 같았습니다. 달려오던 김선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싸울 엄두는커녕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습니다. 장비가 군사를 이끌고 뒤따르며 덮치자 김선의 군사들도 도망가기에 바빴습니다. 김선이 성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습니다. 공지가 성 위에서 김선에게 외쳤습니다.

너는 천시(天時)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패망을 자초하였다. 나와 백성들은 직접 유씨에게 항복하겠다!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김선은 얼굴에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그의 목은 장비에게 바쳐졌습니다. 공지가 항복하자 유비는 공지보고 무릉을 이끌게 하였습니다. 관우는 장비와 조운이 무릉과 계양을 빼앗는 전과를 올린 것을 알고는 자신도 나섰습니다.

‘장사는 아직 빼앗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형님께서 아우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저에게 이 공을 세울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유비는 즉시 허락했습니다. 관우는 형주로부터 달려와 유비와 제갈량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계양이나 무릉을 빼앗으러 갈 때는 모두 3천명의 군사만 이끌고 갔소. 장사태수 한현은 족히 입에 올릴 것도 못되지만 그의 밑에 있는 장수 한 사람은 대단합니다. 남양사람 황충으로 원래는 유표의 중랑장으로 장사를 지키다가 한현을 섬기게 되었는데 나이가 육순에 가깝지만 나이와는 달리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이라고 하오. 얕보고 대적하면 안 될 것이니 이번에는 군사를 많이 데려가도록 하시오.

군사! 어째서 남의 능력만 치켜세우고 자기편의 기세는 깔아뭉개시오? 하나의 노졸 쯤 어찌 족히 입에 올릴 것이나 있겠소? 나는 3천명의 군사도 필요 없소이다. 직속 부하인 교도수 5백 명만 데리고 가서 황충과 한현의 목을 베어다가 휘하에 바치겠소.

유비가 말렸으나 관우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요청에 따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군사를 이끌고 뒤에서 지원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장사태수 한현은 성질이 급하고 사람을 경솔하게 죽여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이러한 때 관우가 쳐들어온다고 하자 한현은 황충을 불렀습니다. 황충은 활의 명수였습니다. 그는 한 자루의 칼과 한 장의 활로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오는 대로 죽이겠노라며 태수를 안심시켰습니다. 관군교위 양령이 겁도 없이 관우를 사로잡아 오겠노라고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채 3합을 버티지 못하고 관우에 칼날에 두 쪽이 났습니다. 한현은 겁에 질려 황충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성 위에서 이를 지켜보았습니다.

관우는 노장이 말을 타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제갈량이 말한 황충임을 알았습니다. 둘은 말을 몰아 서로 엇갈리며 맞붙어 싸웠습니다. 백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현은 황충이 실수를 할까 봐 징을 쳐서 싸움을 중지시켰습니다. 관우도 성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노장 황충이 헛소문은 아니구나. 1백여 합을 싸우고도 조금도 틈을 보이지 않으니 내일은 꼭 타도계(拖刀計)를 써서 뒤에서 내리쳐 이겨야겠다.’

다음날 다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50~60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관우가 말머리를 채어 달아났습니다. 황충이 추격해 왔습니다. 관우가 옆으로 비켜서면서 칼로 내리치려고 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억! 소리와 함께 황충의 말이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황충은 저만큼 땅바닥으로 나가떨어졌습니다. 관우가 황충에게 와서 호통쳤습니다.

내 우선 너의 목숨을 붙여 둘 터이니 빨리 말을 바꿔 타고 나와 싸우라!

한현은 돌아온 황충을 보고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꾸짖었습니다. 자신이 타던 청마(靑馬)를 주며 화살로 관우를 잡기를 바랐습니다. 황충은 물러 나와 생각했습니다. 관우의 의기(義氣)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는 차마 나를 죽이지 못했는데 나는 또한 어떻게 그를 차마 죽일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화살을 쏘지 않는다면 또한 군령을 어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황충은 밤새 고민했습니다. 다시 날이 밝고 둘은 다시 맞섰습니다. 관우도 황충을 이기지 못하자 몹시 초조했습니다. 30여 합을 싸우고 황충이 패한 채 달아났습니다. 관우가 뒤쫓아 왔습니다. 황충은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빈 시위를 당겼습니다. 관우는 시위소리를 듣고 급히 피했습니다. 화살이 보이지 않자 다시 쫓아왔습니다. 황충이 다시 빈 시위를 당겼습니다. 관우가 또 급히 피했지만 화살이 없자 마음 놓고 추격해 왔습니다. 드디어 적교에 이르렀습니다. 황충은 활에 화살을 먹여 쏘았습니다. 화살을 시위소리와 함께 날아와 관우의 투구 꼭지 장식 술 밑동을 정확히 맞혔습니다. 관우는 깜짝 놀라 가슴이 섬뜩했습니다. 화살이 꽂힌 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제의 은혜를 갚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활을 쏘아 관우의 투구를 맞추는 황충. 출처=예슝(葉雄) 화백

활을 쏘아 관우의 투구를 맞추는 황충.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황충이 성으로 돌아오자 한현은 크게 노해서 황충을 죽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오늘의 상황을 성 위에서 다 보았기 때문입니다. 장수들이 용서를 구했으나 소용없었습니다. 황충의 목이 막 베어지려는 순간, 한 장수가 달려 나와 황충을 구했습니다. 그는 바로 위연이었습니다.

황충은 바로 장사의 보루요. 지금 황충을 죽이려 하는 것은 장사의 백성을 죽이는 것이오. 한현은 잔학하고 불인하여 훌륭한 사람을 업신여기니 여럿이 함께 죽여야 마땅하오. 그러기를 원하는 사람은 즉시 나를 따르시오.

위연의 외침에 수백 명이 동조했습니다. 위연은 단칼에 한현을 베고 관우에게 투항했습니다. 관우는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이 소식을 유비에게 알렸습니다. 유비가 몸소 황충의 집을 찾아가 만나기를 청하자 두문불출하던 황충이 그제야 나와서 항복했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황충을 기리는 시 한 수를 남겼습니다.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군의 기개는 하늘의 별처럼 높은데 將軍氣槪與天三
백발이 다 되도록 장사 땅에서 고생했네. 白髮猶然困漢南
죽음도 달게 받고 원망하지 않더니 至死甘心無怨望
항복할 때는 부끄러워 머리 숙이네. 臨降低首尙懷慚

번뜩이는 칼은 신 같은 무용 뽐내고 寶刀燦雪彰神勇
바람 가르는 철기는 격전장을 떠오르게 하네 鐵騎臨風憶戰酣
천고에 높은 이름 응당 사라지지 않고 千古高名應不泯
외로운 저 달 따라 상강을 비추리라. 長隨孤月照湘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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