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56) 유비, 형주를 차지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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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는 제갈량이 형주와 양양을 기습 점거하자 화가 치밀었습니다. 남군전투 때 맞은 쇠뇌의 독이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상처가 덧나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주유는 반나절이 지나서야 깨어났습니다. 여러 장수가 재삼 위로하며 진정시켰습니다. 하지만 주유는 아직도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만일 제갈 촌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내 마음속 원한을 어떻게 풀겠소? 정보는 나를 도와 남군을 공격하여 꼭 동오가 탈환하도록 해주시오.

주유는 노숙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노숙은 반대했습니다. 조조와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터에 유비를 공격하면 조조가 쳐들어올 수 있고, 유비가 위태로움을 느끼면 조조에게 성을 바치고 함께 공격해 올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주유가 한탄했습니다.

우리는 온갖 계책을 다 쓰면서 병사와 말을 꺾이고 자금과 군량을 허비했는데, 저들은 남이 다 지어 놓은 밥을 힘도 안 들이고 차지했으니 어찌 한스럽지 않소?

도독! 잠시만 참으시오. 내가 직접 유비를 만나 이치로 그를 달래 보겠습니다. 만일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군사를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노숙이 유비와 제갈량을 만났습니다. 유비가 형주와 양양을 차지한 것에 대하여 따졌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노숙에게 반문했습니다.

고명하신 분까지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시쳇말로 ‘물건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형주 9군은 동오의 땅이 아니라 바로 유경승의 기업이고, 우리 주인은 그의 아우입니다. 경승이 비록 죽었지만 그의 아들이 아직 있으니 아저씨가 조카를 도와 형주를 빼앗은 것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까?

만일 과연 공자 유기가 점거한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지금 강하에 있고 여기에는 분명히 없을 것입니다.

유표의 장남인 유기.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표의 장남인 유기. 출처=예슝(葉雄) 화백

노숙의 장담과는 반대로 유기가 나타나 인사하자 노숙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갈량은 이미 유기를 데려다 놓고 이러한 계책을 세웠던 것입니다. 노숙은 유기가 병이 깊은 것을 보고는 호구지책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만일 공자께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자께서 살아 계시는 한 지킬 것이오. 만일 돌아가신다면 다시 상의하겠습니다.

유비는 형주를 차지하고 오래 지킬 방도를 논의하던 차에 이적이 ‘마씨 5형제’를 추천하자 매우 기뻤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마량이 최고였습니다. 유비가 마량에게 방책을 묻자 그가 말했습니다.

형주와 양양은 사방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땅입니다. 아마 오래 지킬 수 없을 것입니다. 공자 유기를 이곳에서 요양시키고 옛날 사람들을 불러 지키게 하면서 즉시 표주(表奏)하여 공자를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삼아 민심을 안정시키십시오. 그런 다음 남쪽의 무릉, 장사, 계양, 영릉 네 개 군을 정벌하여 전량(錢糧)을 거두어 근본으로 삼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방책입니다.

유비는 즉시 4군 정벌에 착수했습니다. 제갈량과 함께 중군이 되어 영릉을 차지했습니다. 계양은 조자룡이 나섰습니다. 계양태수 조범은 조자룡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조자룡에게 항복하고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술이 몇 차례 돌자 조범은 같은 성씨에 고향까지 같은 조자룡과 형제가 되기로 했습니다. 조자룡도 흔쾌히 수락하고 4개월 빠른 덕에 형님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도 주연이 벌어졌습니다. 흥겹게 취하자 조범이 조자룡을 후당 내밀한 곳으로 청해서 다시 술상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부인을 들여보내 조자룡에게 술을 따르게 했습니다. 조자룡이 보니 여인은 소복을 입고 있었는데 경국지색이었습니다.

조자룡.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자룡.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 부인은 누구시오?

형수 번씨입니다.

현제(賢弟)! 번거롭게 왜 하필 형수에게 잔을 올리게 하시는가?

그렇게 한 까닭이 있습니다. 제발 형은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형은 돌아가신 지 이미 3년이나 되었고, 형수께서는 외롭게 살고 계시는데 결코 그렇게 끝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아우는 늘 형수에게 개가를 권했습니다. 형수는 ‘만일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면 나도 시집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조건이란 첫째, 문무가 뛰어나 천하에 명성을 드날리고, 둘째는 모습이 당당하고 인품이 출중하며, 셋째 가형과 성이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천하에 어디 그렇게 꼭 맞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제 존형(尊兄)은 풍채가 당당하고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 있으며, 또한 가형과 성이 같으니 형수가 말한 조건에 딱 들어맞습니다. 만일 형수의 못난 모습을 탓하지 않는다면 혼수를 준비하여 장군의 처로 삼아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이미 너와 형제를 맺었으니 너의 형수가 바로 나의 형수다. 어찌 그런 인륜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있느냐?

나는 좋은 뜻으로 대했는데 어찌 이렇게 무례하시오?

조자룡은 조범의 제안을 물리치고 계양을 빼앗았습니다. 제갈량과 유비가 조자룡의 공을 치하하고 물었습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인데 공은 어째서 그렇게 하셨소?

조범은 이미 저와 형제를 맺었는데 이제 만약 그의 형수를 아내로 맞는다면 남들의 욕을 먹게 될 것이 첫째로 싫었고, 그 부인이 두 번 시집가서 큰 절개를 잃는 것이 두 번째로 싫었으며, 조범은 갓 항복하여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 세 번째로 싫었소. 주공께서도 이제 막 강한(江漢)을 평정하시어 침석(枕席)이 편치 않으신데 제가 어찌 감히 한 여인 때문에 주공의 큰일을 소홀히 하겠습니까?

이제 큰일을 이미 끝냈으니 너의 아내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

천하에 여자는 널려있습니다. 다만 명예가 서지 않을까 봐 걱정될 뿐 어찌 처자가 없을까 봐 걱정하겠습니까?

의형제인 조범이 형수를 주려하자 손찌검을 하는 조자룡. 출처=예슝(葉雄) 화백

의형제인 조범이 형수를 주려하자 손찌검을 하는 조자룡.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이 조자룡을 치하하는 평을 남겼습니다.

‘유비는 유언의 며느리를 취했고, 조자룡은 조범의 형수를 취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자룡이 유비보다 나은 점이다. 장수는 조조가 숙모를 건드린 일을 부끄러워했고, 조범은 조자룡이 형수를 취해주기를 바랐다. 이것은 조범이 장수만 못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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