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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택’ 대신 겹겹의 정체성 찾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1호 22면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원더박스

한국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나 백일도 안 돼 미국 백인 가정에 입양된 아기. 1981년생 니콜의 인생은 시작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분들(친부모)은 어떻게 날 버릴 수가 있었죠?” 어린 시절 니콜이 양부모에게 수없이 물었던 질문이다.

양부모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분들은 한국에서 막 건너왔고, (입양이 아니면) 네가 누려야 할 삶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친부모가 미숙아로 낳은 니콜을 입양 보낸 건 ‘사랑의 선택’이었다고 믿게 하려는 의도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건 만들어진 ‘전설’이었다. 동유럽 출신 가톨릭 신자였던 양부모는 니콜의 입양이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할 뿐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미국에서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은 저자인 니콜이 친부모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마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주변 백인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았다. 그런 저자에게 친부모 찾기는 ‘한국계 미국인’이란 정체성의 근원을 따라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입양인 스토리라고 하면 흔히 둘 중 하나를 떠올리기 쉽다. 한 가지 결말은 좋은 양부모 밑에서 성공한 입양아가 친부모와 행복하게 상봉하는 것이다. 다른 결말은 나쁜 양부모를 만나 학대를 받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는 둘 다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알고 보니 저자에겐 친언니가 있었다. 이 책의 중심(메인 플롯)은 니콜의 이야기지만 부속(서브플롯)으로 언니 신디의 이야기도 나란히 이어진다. 자매의 우애와 동질감은 한글 이름을 써보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저자는 정수정, 언니는 정인정이다. 저자는 “따로 떨어져 자랐어도 오랜 세월 동안 이 이름들이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던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인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은 중의적이다. 한편으론 어린 시절 친부모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극히 제한된 정보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으론 친부모 찾기에 나선 이후 뒤늦게 알게 된 복합적인 진실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원제는 All You Can Ev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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