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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메카 문명도, 태평양 너머 고대 중국도 '옥'이 닮았다?[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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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
존-폴 스토나드 지음
윤영 옮김
까치

지금의 멕시코 지역에서 기원전 번성했던 올메카 문명은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문명으로 여겨진다. 현무암으로 만든 거대한 두상이 유명한데, 부리부리한 눈과 두툼한 입술이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올메카 문명의 사람들은 옥으로 여러 동물 조각도 만들었다.

특히 반은 사람, 반은 짐승 모습인 옥 가면은 고대 중국의 것과 놀랄 만큼 닮았다고 한다. 옥에 범상치 않은 힘이 있고 사후의 영혼을 옥에 담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래서 무덤에 옥을 사용한 것도 두 문화가 닮은 부분이다.

멕시코의 박물관에서 '포털 오브 언더월드'(Portal of the Underworld)로 불리는 올메카 문명의 유물을 전시중인 모습. [EPA=연합뉴스]

멕시코의 박물관에서 '포털 오브 언더월드'(Portal of the Underworld)로 불리는 올메카 문명의 유물을 전시중인 모습. [EPA=연합뉴스]

그 옛날 드넓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서로 교류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런 유사성은 어찌 된 일일까. 영국의 미술사가인 저자는 "인간의 창조성에 일어난 평행적 도약"으로 풀이한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진화했기 때문에, 세상을 상상하고 이미지를 제작하는 유사한 방법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의 미술사다. 이런 책이 중요하게 다루리라 예상하는 서양미술사의 흐름과 유럽 각 지역의 주요 작가·작품은 물론이고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태평양 등 곳곳의 문명과 예술까지 아우르려 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여성 미술가들에 대해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예술에 참여한 최초의 여성 세대"라며 창작의 세계나 미술에 대한 역사적 견해가 기존에 지닌 남성 중심적 측면과 편견을 언급하는 점도 눈에 띈다.

책 머리에 저자는 어느 시공에서든 미술품이란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라며 "인간이 마주한 자연에는 우리 자신, 즉 인간의 본성도 포함된다"고 썼다. 약 4만 5500년 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동굴에 그려진 돼지 벽화부터 사진의 등장과 세계 대전의 충격 이후 인간의 신체와 내면을 새로이 탐구한 20세기 회화까지, 이 책이 다루는 예술 전체를 아우르는 데도 유효한 얘기다. 600쪽 가까운 두툼한 책인데 도판도 풍부하다. 작품 사진 등 340여점의 이미지가 실려 있다. 원제 Creation: Art Since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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