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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정치인의 균형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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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정치부 기자

위문희 정치부 기자

마오쩌둥(毛澤東)이 1958년 쓰촨성(四川省)의 농촌 마을을 방문했을 때다.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는 모습을 본 그는 “참새는 해로운 새”라고 말했다. 당시 중국 전역에 대기근이 닥친 상황이었다. 이후 마오쩌둥과 14개 당 서기들은 4가지 해로움을 제거하자는 운동을 펼친다. 모기·파리·들쥐, 그리고 참새 박멸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참새 숫자가 줄어들자 해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곡식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학계 추산으로 1960년까지 3년간 최소 3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정치 지도자가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내렸을 때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양에서도 정치인의 주요 덕목으로 균형감각을 강조해왔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정치만의 윤리 규범을 이론화했다. 그는 정치는 전업 정치가가 해야 한다고 했다. 1919년 뮌헨에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그가 꼽은 정치인의 자질은 세 가지다. 열정, 책임감, 목측능력이다.

베버는 그중에서도 목측능력(目測能力)을 “정치가의 결정적인 심리적 자질”로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목측능력이란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인데, 쉽게 말해 균형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우리당 의원들은 열정, 책임감이 강한 반면 균형감각이 부족하다”는 자성이 나온다.

오늘날 정치인의 자질로 균형감각 말고도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바로 좋은 언어, 바른 언어다. 정치는 곧 말이고 정치가는 말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은 말밖에 가진 게 없지만 말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노인 폄하’ 논란을 불러온 자신의 발언에 대해 나흘 만에 사과했다. 아들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여명(餘命) 비례 투표’를 합리화하는 듯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손찌검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 사진을 손으로 내리치는 장면까지 벌어졌다.

좋은 말은 좋은 정치를 낳고 사나운 말은 사나운 정치를 낳는다. 좋은 언어도 결국은 균형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