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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쉰들러' 목사 두 얼굴…갈곳없는 미성년 탈북민 8명 성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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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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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명의 북한 주민 탈북을 도와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목사가 자신이 설립한 대안학교의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청소년 탈북민 기숙형 대안학교 교장이자 목사인 천모(67)씨를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A학교 내에서 학생 8명의 가슴, 배, 허벅지 등을 강제로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미성년자로, A씨의 성추행 이후 자퇴를 한 학생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갈 곳 없는 미성년자 탈북민이라는 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미국 유학을 보내줄 테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은혜를 그런 식으로 갚냐” 등의 취지로 피해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천씨의 성추행은 최소 5년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자원봉사자가 A씨의 성추행 장면을 목격하면서 피해자들을 도와 A씨를 고소했다.

지난달 20일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A학교를 압수수색해 CCTV 등을 확보했다. 또한 미국 행사를 앞두고 있던 천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의 강제수사 이후 A학교는 갑작스럽게 방학한다는 공지와 함께 문을 닫았고 홈페이지까지 폐쇄했다. A씨는 지난주까지 운영하던 페이스북 계정도 이날 삭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천씨는 지난 1996년 사업 구상차 방문한 중국에서 탈북민의 실태를 보고 1999년 탈북민을 돕는 B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지금까지 북한 주민 1000여명의 탈북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CNN은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1200여명의 목숨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를 빗대 천씨를 ‘아시아의 쉰들러’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청소년 탈북민 기숙형 대안학교 교장이자 목사인 천모(67)씨를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청소년 탈북민 기숙형 대안학교 교장이자 목사인 천모(67)씨를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천씨는 지난 2001년 12월 북한 주민 12명의 탈북을 돕다가 중국 헤이룽장성 공안 당국에 붙잡혀 8개월 동안 구금됐다. 5만 위안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천씨는 이듬해 8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에도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던 천씨는 탈북청소년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A학교를 2009년 설립했다. 그는 B재단 홈페이지에 “북한 동포들과 방황하는 어린 청소년 참상을 바라보며 눈물로 기도하던 작은 기도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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