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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13개국가, 횃불처럼 번진 산불…'50도 육박' 재앙 닥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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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연안 나라들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계속되는 산불로 불타고 있다. 남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 등과 북아프리카 알제리·튀니지 등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이 퍼져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지중해 연안의 폭염과 산불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진단했다.

한 소방관이 26일 그리스 중부 볼로스의 공업 지대에서 타오르는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소방관이 26일 그리스 중부 볼로스의 공업 지대에서 타오르는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섬, 그리스 중부 볼로스·라미아 등에서 산불이 새로 발생했다. 앞서 전날에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외곽과 크로아티아 인기 관광지 두브로브니크 남쪽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그 외 알바니아·튀르키예의 지중해 인근 지역과 지중해 남쪽에 있는 북아프리카 알제리·튀니지의 해안 도시에서도 산불이 났다.

EFFIS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이달 들어 지중해를 둘러싼 13개 국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사실상 지중해 연안 국가 대부분이 산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가디언은 "지중해 국가에 불길이 횃불처럼 번지면서 지중해가 불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이탈리아·알제리 등에선 산불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4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BBC방송이 이날 전했다. 알제리에서 군인 10명을 포함해 34명이 숨지면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주도 팔레르모에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 두 명이 불에 탄 채 발견되는 등 3명이 사망했다. 소방관 수천명이 진화 활동에 투입된 그리스에선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조종사 두 명이 숨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지중해 국가들은 여름에 산불이 종종 발생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강도가 심해지고 횟수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높은 기온으로 수분이 말라 건조한 지대가 늘었고 고온에 뜨거운 바람까지 불면서 산불이 커진 것으로 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중해 국가들은 올여름 역대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 섭씨 30도 후반에서 40도 초반의 폭염에도 시달리고 있는데, 특히 산불이 며칠째 계속 지속하고 있는 그리스·이탈리아·알제리·튀니지 등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고온을 기록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25일 지중해의 일 평균 해수면의 온도가 섭씨 28.71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2003년 8월 23일의 섭씨 28.27도를 넘어선 것이다. CNN은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원인분석(WWA)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지중해 연안의 산불과 폭염은 기후변화가 아니었으면 사실상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중해 지역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곳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중해 지역은 북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으로, 산업화 시작 이후 기온이 이미 약 섭씨 1.5도 정도 상승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등으로 농산물 지형도 변하면서 대표 작물인 올리브·밀·보리 등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대신 이탈리아 남부에선 망고, 바나나 등과 같은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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