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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억 들인 '죽여주는' 함양 어류생태관…年수천마리 폐사, 왜 [세금낭비 STOP]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 모양으로 지어졌다. 안대훈 기자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 모양으로 지어졌다. 안대훈 기자

텅 빈 어항…물고기 없는 어류생태관

지난 7일 경남 함양군 하림공원. 축구장 15개 크기 공원 한가운데에 거대한 ‘가재’ 모양으로 만든 건축물이 보였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1222㎡)인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이다. 하지만 어류생태관에는 이름과 달리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116t에 달하는 각종 수족관은 텅 빈 상태였다. 누렇게 물때가 낀 수족관에 놓인 잉어·붕어·누치·쏘가리·다슬기라고 적힌 팻말만이 이곳에 토종 민물고기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2023 세금낭비 STOP]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누렇게 물때만 껴 있다. 안대훈 기자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누렇게 물때만 껴 있다. 안대훈 기자

함양군이 운영하는 어류생태관은 지난 1월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함양군의회가 올해 운영 예산 1억여원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매년 ‘관리 부실’과 ‘예산 낭비’ 논란이 이어졌음에도, 군은 시설 운영을 개선할 특별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강에 가도 볼 수 있는 민물고기가 대부분이니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생태환경 1번지 꿈꿨지만…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함양군은 2009년 5월 어류생태관을 개관했다. 함양 청정 하천에 사는 토종 민물고기를 관광자원으로 활용,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환경 1번지”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여기에는 환경부 예산 14억원 등 총 사업비 62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4억원이 군 예산이었다. 매년 시설운영비(인건비 등) 1억4000만원 운영비도 군이 냈다.

개관 초기만 해도 관람객이 매년 2~3만명 찾았다. 무료인 데다 희귀 토속 어류인 황금 미꾸라지·황쏘가리 등이 눈길을 끌었다. 어류생태관과 함께 운영하던 철갑상어체험양어장(609㎡)도 인기였다. “이게 민물고기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생태관에 있던 악어 1마리도 관람객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지난 1월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하지만 색다른 볼거리를 추가로 발굴하지 못하면서 관람객이 줄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임시 휴관’이 직격탄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그해 입장객이 1만908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864명으로 뚝 떨어졌다. 하루 평균 50여명이 방문하다 이젠 5명도 찾지 않는다.

군도 어류생태관과 함께 운영해오던 바로 옆 철갑상어체험 양어장을 ‘곤충생태관’으로 새로 꾸미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도비 등 11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2019년 개관한 곤충생태관은 곧바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휴관,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죽은 물고기 전시”…매년 수천 마리 폐사

어류생태관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족관에 폐사한 물고기가 자주 목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는 초등학생들이 수족관 안에 둥둥 뜬 물고기 폐사체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죽은 물고기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방생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어류생태관에서 폐사한 물고기는 매년 수천 마리에 달했다. 어류생태관은 물고기가 죽으면 이를 보충하려고 매년 수백만원을 들여 피라미·쉬리 등 전시 어류를 사 왔다. 구매비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 가까이 들었다. 모두 군 예산이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009년 개관 이후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됐단 게 함양군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직접 기를 수 없다 보니 자연생태계에서 포획한 토속 어류를 수족관에 전시해왔다”며 “수족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순치(馴致) 과정을 거쳤지만, 가로·세로 40cm인 작은 수족에서 2주 정도 지나면 폐사했다”고 했다.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관 중인 경남 함양 토속어류생태관의 수족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안대훈 기자

“수십년간 건물 놀릴 순 없어”…작은 영화관 추진

군은 어류생태관 활성화를 포기하고 작은 영화관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승인이 관건이다. 환경부 예산이 투입된 국비 보조 시설이어서다. 환경부는 기존처럼 어류생태관을 ‘자연환경보전시설’로 활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 내구연한은 50년인데, 환경부가 (시설 용도 변경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36년을 이대로 유지하거나 방치해야 한다”며 “수십년간 건물을 놀릴 순 없어, 주민이 원하는 시설로 바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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