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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플라스틱이 녹조를 만나면…독소 운반체 역할로 인체 악영향

중앙일보

입력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 지난달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남세균 녹조 때 생성되는 마이크로시스틴 독소가 나노플라스틱에 잘 흡착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합뉴스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 지난달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남세균 녹조 때 생성되는 마이크로시스틴 독소가 나노플라스틱에 잘 흡착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합뉴스

크기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나노플라스틱.
사람 몸에서도 검출되고 있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이 나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름이면 강과 호수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가 확산하면서 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 독소에 의한 건강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낙동강·금강 물에서 수천 ppb의 고농도 남세균 독소가 검출될 뿐만 아니라 일부 수돗물에서도 낮은 농도이지만 남세균 독소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나노플라스틱과 남세균 독소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노플라스틱이 남세균 독소를 흡착, 세포 속으로 독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나노플라스틱이 독소 운반체 역할 

캐나다 얼음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 AFP=연합뉴스

캐나다 얼음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 AFP=연합뉴스

중국 충칭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노플라스틱이 남세균 독소의 강력한 운반체(vector)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노플라스틱은 입자 자체가 갖는 독성 효과 외에도 상대적으로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고, 물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을 지나고 있어 다양한 오염물질을 흡착, 운반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폴리스타이렌(PS) 성분으로 된 지름 50 nm(0.05㎛)의 나노플라스틱(NP), 즉 PSNP로 실험을 진행했다.
원래 그대로 형태를 간직한 '새 PSNP'와 24시간 동안 자외선을 쬐는 방식으로 노화시킨 '낡은 PSNP'에 각각 남세균 마이크로시스틴(MC) 독소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MC-LR를 첨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MC는 강과 호수에서 가장 흔한 남세균 독소이고 사람의 간에 영향을 주는 독소다.

연구팀은 PSNP를 다양한 농도의 MC-LR(PSPN 1㎎당 1~19 ㎍(마이크로그램, 1000분의 1㎎) 농도 범위)에 노출한 뒤, 이 MC-LR를 흡착한 PSNP를 사람 세포(인간 간(肝) 모세포종(腫) 세포, HepG2)에 투여했다.

낡은 나노플라스틱이 더 독하다

마이크로시스틴 분자 구조, 표시된 부분의 성분의 조합에 따라서 270여 가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존재한다.

마이크로시스틴 분자 구조, 표시된 부분의 성분의 조합에 따라서 270여 가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존재한다.

실험 결과, 새 PSNP보다 낡은 PSNP가 더 강한 세포 독성을 나타냈다.

특히, 낡은 PSNP 1㎎당 MC-LR를 10㎍ 이상 노출한 '고농도' 노출의 경우 세포 생존율이 많이 감소했다.
15㎍/㎎으로 처리한 경우 세포 생존율이 80.93%로 떨어졌고, 19㎍/㎎으로 처리한 경우 생존율이 72.96%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새 PSNP를 노출한 경우나 PSNP 없이 MC-LR를 처리한 경우 세포 생존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팀은 "PSNP의 노화가 HepG2 세포에 대한 세포 독성을 강화했는데, 이러한 독성 효과는 낡은 PSNP가 높은 농도의 MC-LR를 흡착할 때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낡은 PSNP가 남세균 독소를 많이 흡착할 때 세포 독성도 더 강해졌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사람도 노출될 수 있는데, 실제로 사람의 폐·태반·장·혈액·소변·대변에서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 MC-LR에 대해 낡은 PSNP가 새 PSNP보다 더 강력한 운반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나노플라스틱과 남세균 독소가 함께 있으면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낡은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흡수

먹이사슬을 통한 남세균 독소의 이동. [자료: Toxics, 2023]

먹이사슬을 통한 남세균 독소의 이동. [자료: Toxics, 2023]

중국 난징사범대학 연구팀은 지난 1월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국제 저널에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에 MC-LR를 흡착시킨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노화시킨 PP 미세플라스틱은 새 PP 미세플라스틱보다 MC-LR를 25.1% 더 많이 흡착했고, 노화시킨 PE는 새 PE보다 6.5%를 더 많이 흡착했다.

연구팀은 MC-LR가 호수 퇴적토보다 미세플라스틱에 훨씬 더 잘 흡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돼 있던 MC-LR는 호숫물에서보다 장액이나 위액에서 더 잘 떨어져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연계에서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MC를 다량 함유할 수 있고, MC-LR가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에 흡착된 상태로 체내로 들어오면 다시 떨어져 나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장남(江南)대학 연구팀은 최근 '독소(Toxins)' 저널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환경에서 혼자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환경에서 유기·무기 오염물질과 남세균 독소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종합 독성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녹조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녹조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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