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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의 끔찍한 결과 “항생제 내성 세균 키우는 온상”

중앙일보

입력

그린피스 활동가 아담 월터스가 북태평양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이 담긴 배양접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활동가 아담 월터스가 북태평양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이 담긴 배양접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강과 호수,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항생제 내성 병원균을 키우는 온상이 돼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과 중국 칭다오 중국해양대학 연구팀은 8일(미국 현지 시각)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수중에 있는 항생제 내성 세균을 모아들이고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3억6800만 톤에 이르고 있다. 생산된 플라스틱 가운데 9%만 재활용되고 있으며, 연간 480만~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은 5㎜ 이하의 크기로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만(灣) 바닷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당 8만6000~36만2000개까지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의 공존 

2021년 4월 15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에서 호주 미세플라스틱 평가사업 연구단장 스콧 윌슨 박사가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4월 15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에서 호주 미세플라스틱 평가사업 연구단장 스콧 윌슨 박사가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하천과 바다는 환자와 가축이 배출한 항생제로 광범위하게 오염된 상태다.

7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00년 항생제 사용은 1일 투여량 기준으로 211억 분량이었으나 2015년에는 348억 분량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1260억 분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자연계에서 오래 유지될 수 있고, 세균들 사이에서 수평적으로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 연안 해역에서는 독시사이클린 항생제가 L당 73.7 ㎍(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농도로 검출됐고, 중국 헤이허(黑河) 강에서는 mL당 100개가 넘는 항생제 유전자 사본(copy)가 검출이 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중국 양쯔 강 하구의 지표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당 1만200개까지, 항생제 농도는 L당 0.287㎍까지 검출됐다.
중국 발해만 연안 퇴적토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당 280~773개,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g당 4670~54만1000개(copy)가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돼 생물막 형성 

환경에 분포하는 항생제와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내성 유전자. (A) 물과 퇴적토, 해안에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 (B) 토양.퇴적토와 강.바다에 존재하는 항생제 농도 (C) 토양.퇴적토와 물에 존재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 숫자(copy). [자료: Environmne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환경에 분포하는 항생제와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내성 유전자. (A) 물과 퇴적토, 해안에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 (B) 토양.퇴적토와 강.바다에 존재하는 항생제 농도 (C) 토양.퇴적토와 물에 존재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 숫자(copy). [자료: Environmne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연구팀은 "항생제와 미세플라스틱은 유사한 출처와 이동 경로를 갖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수중 환경에서 공존한다"며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중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가 상호작용하는 주요 과정은 '흡착'이라고 지적했다. 민물과 바닷물에서 다양한 미세플라스틱에 다양한 항생제가 흡착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목시실린(AMX)이나 시프로폴록사신(CIP), 테트라사이클린(TC) 같은 항생제가 폴리아마이드(PA),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세균이 붙어 자라면서 생물막(biofilm)이 형성되고, 생물막 속의 세균들 사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표면에 생물막이 있는 미세플라스틱일수록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 운반체 역할

(사)소비자기후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필터 부착 의무화 등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소비자기후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필터 부착 의무화 등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플라스틱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세균을 흡착하는 셈이 되면서, 수중 환경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저장소 혹은 운반체 역할도 하게 된다. 연구팀은 "운반체로서의 미세플라스틱은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수송·변형·생물축적은 물론 독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항생제를 흡착한 미세플라스틱은 생물체에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우선 수생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했을 때 항생제 독성에 노출될 수 있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생체 내의 효소 작용을 방해하면서 항생제 분해가 억제돼 독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의 결합 독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 종을 대상으로 노출 실험이 필요하고, 실제 자연계에서 나타나는 농도에 바탕을 둔 노출 연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폐플라스틱 바다로 더 들어가

코로나19로 늘어난 플라스틱, 바다로 들어간다. 강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 [자료; PNAS, 2021]

코로나19로 늘어난 플라스틱, 바다로 들어간다. 강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 [자료; PNAS, 2021]

중국 난징대학 연구팀은 8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지난 8월 23일까지 193개국에서 마스크·장갑 등 전염병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 840만 톤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추가로 발생한 폐기물의 87.4%는 병원에서 발생했지만, 7.6%는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 방역 물품이었고, 팬데믹으로 급증한 온라인 쇼핑으로 인한 포장재 쓰레기가 4.7%, 바이러스 테스트 키트도 0.3%를 차지했다. 추가 발생량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46.3%로 가장 많았고, 유럽 23.8%, 남미 16.4%, 아프리카 7.9%, 북미 5.6% 순이었다.

추가로 발생한 폐기물 가운데 2만5900톤은 바다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올 연말까지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2억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할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00만 톤에 도달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양도 3만4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제주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세이브제주바다 활동가들이 수거한 마스크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지난해 여름 제주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세이브제주바다 활동가들이 수거한 마스크 쓰레기들. [사진 세이브제주바다]

연구팀은 "팬데믹과 관련해서 해양으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코로나19를 확산할 위험이 있고, 잠재적으로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의료 폐기물 관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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