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처럼 세포로 스며든다…미세플라스틱의 역습

트로이 목마처럼 세포로 스며든다…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6:00

2019년 11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 그리스 해양 연구 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바다 생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연구팀은 물고기와 게, 홍합 등 조사 대상 생물 종의 절반 가까이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AFP=연합뉴스

2019년 11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 그리스 해양 연구 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바다 생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연구팀은 물고기와 게, 홍합 등 조사 대상 생물 종의 절반 가까이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AFP=연합뉴스

우리가 내버린 폐플라스틱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 바로 지름 5㎜ 이하 미세플라스틱의 역습이다.

[플라스틱 어스 2부] 6회
'미세'플라스틱으로 돌아온 '폐'플라스틱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콧속으로 들어온다

가정 실내 공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취채하는 모습.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가정 실내 공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취채하는 모습.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실외 공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실외 공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당장 서울 등 수도권의 공기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서울·경기 가정집 5곳의 실내 공기와 집 근처 야외 3곳의 공기를 채집, 비분산 적외선 분광기(FT-IR)로 크기 2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상의 입자를 분석했는데 29개 시료에서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당 0.45~6.64개(평균 2.51개)로 조사됐다. 실내공기에서는 ㎥당 평균 3개, 실외공기에서는 평균 1.96개였다. 미세플라스틱 종류는 폴리에틸렌(PE)이 가장 많았고, 실내에서는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 섬유의 미세플라스틱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공기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종류별 사진과 비분산 적외선 분광기에 나타난 이미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공기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종류별 사진과 비분산 적외선 분광기에 나타난 이미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최근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도 서울역과 강남구 신사동·대치동 등 서울 시내 5곳서 채집한 공기에서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 물론 20㎛ 이상의 큰 미세플라스틱은 대변을 통해 혹은 호흡기나 폐에 침착된 후 점막 섬모 청소를 통해 소화관으로 보내져 배설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최현숙 연구사는 "크기가 작은 입자 중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더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어 20㎛ 이하의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며 "내년쯤에는 서울시에서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는 ㎡당 하루에 575~100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가라앉는다는 보고도 있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도로 배출이 84%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렇다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왔을까.

미국 유타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4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대기 중의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도로(84%)에서 발생하고, 나머지는 바다(11%)와 농업 토양 먼지(5%) 등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중에서 대부분은 타이어 마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모되는 타이어의 약 절반은 천연 또는 합성 폴리머인데, 유럽 도로에서는 연간 130만t의 타이어 마모가 발생한다.

독일 연구팀은 지난해 3월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국가별로 1인당 연간 타이어 마모량이 0.2~5.5㎏이 된다"고 밝혔다.

정전기를 띤 판에 모인 타이어 마모 먼지. 지난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출품돼 상을 받은 학생 발명품에 들어있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전기를 띤 판에 모인 타이어 마모 먼지. 지난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출품돼 상을 받은 학생 발명품에 들어있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에서는 김용진 목포해양대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의 분석 결과, 타이어 마모에서 나오는 분진(먼지)의 배출량이 연간 3만9000~7만6000t에 이른다. 국민 1인당 0.78~1.5kg에 해당하는 양으로 독일 연구팀이 제시한 범위에 들어간다.

독일 연구팀은 전체 미세먼지(PM10) 중에서 타이어 마모 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최대 11%로 평가했고, 터널 안에서는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마모 미세먼지의 절반이 미세플라스틱이라면, 타이어 등 미세플라스틱이 도시 미세먼지의 5~10%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바다 미세플라스틱, 식탁에 오르다

2019년 부경대 연구팀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낙동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강물에서는 ㎥당 112~152개가, 물고기 누치 한 마리당 4.3개, 밀자개는 3.5개, 메기 1.7개, 붕어에서는 0.9개가 검출됐다.

2015년 해양학자들은 전 세계 강과 호수, 바다에 15조에서 51조 사이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물고기 끄리에서 추출한 미세플라스틱. [국립생태원]

물고기 끄리에서 추출한 미세플라스틱. [국립생태원]

커다란 플라스틱이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지만 아예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들어가기도 한다. 세탁기에서 옷을 세탁할 때 합성섬유로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지만, 하수처리시설에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연간 878t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강과 호수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수돗물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돗물의 90%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일부 수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미량 검출된 사례도 있다.

바다 미세플라스틱은 어패류나 천일염 등을 통해 식탁에 오른다. 지난해 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홍상희 박사 등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국내 연안 굴·담치·바지락 등에서 g당 0.3~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해양과학원 연구원이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한국해양과학원 연구원이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는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연안과 바깥 해역 120여 개 정점을 대상으로 바닷물과 해저퇴적물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 지난 6월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는 슬러지 투기장 해역 1곳만 '무영향 예측농도(바닷물 L당 12개 이하, 퇴적물 ㎏당 11만6000개)'를 초과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면 2066년에는 전체 연안의 10%가 이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해수부는 전망했다.

미세플라스틱, '인류세'의 상징 되다

지난해 2월 7일 상업용 항공기에서 찍은 에베레스트 산과 히말라야 산맥.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매년 세계 최고봉을 등정하는 수백 명의 등반가들의 장비와 음식 포장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2월 7일 상업용 항공기에서 찍은 에베레스트 산과 히말라야 산맥.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매년 세계 최고봉을 등정하는 수백 명의 등반가들의 장비와 음식 포장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영국 플리머스 대학과 미국·네팔 연구팀은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 산 정상 부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하나의 지구(One Earth)’란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정상 부근에 쌓인 눈에서 L당 최대 3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주변 개울물에서도 L당 최대 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이 가느다란 섬유 모양이어서 등반대의 옷이나 장비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먼 곳에서 바람에 날려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플라스틱은 이제 북극과 남극은 물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발견된다.

호주 국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해저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호주 국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해저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꾸고 20세기 후반부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인류세의 진정한 상징물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사용하는 일회용 보건용 마스크도 문제다.

지난 3월 덴마크·미국 연구팀은 '환경 과학·공학 프런티어(Frontiers of Environmental Science &Engineering)'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달 1290억 개의 마스크가 사용되는데, 이 마스크는 미세한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져 잠재적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해물질·병원균 운반체 역할도

지난 4월 15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에서 호주 미세플라스틱 평가사업 연구단장 스콧 윌슨 박사가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15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에서 호주 미세플라스틱 평가사업 연구단장 스콧 윌슨 박사가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세플라스틱은 유해물질을 흡착할 수도 있고, 갈라진 틈에 병원균이 자랄 수 있어 작은 동식물이나 사람의 건강을 해칠 우려도 크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에서 다양한 미생물이 모여 얇은 생물막(biofilm)을 형성하는데, 이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항생제 내성 세균이나 병원체의 운반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수처리장처럼 미생물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생물막이 쉽게 형성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유해물질이나 병원균을 지닌 채 쉽게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트로이 목마(Trojan horse) 효과'라고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처럼 방어막을 교란한 뒤 뚫고 들어가 피해를 준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 연구팀은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서 "와편모조류인 자이로디니움(Gyrodinium)의 경우 지름 2.5~4.5㎛의 공 모양의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을 삼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자이로디니움은 원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을 덜 먹게 돼 5일 동안의 성장 속도가 25~35% 줄었다.

섬모충(A)와 와편모조류(B~D)가 미세플라스틱를 섭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2021)]

섬모충(A)와 와편모조류(B~D)가 미세플라스틱를 섭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2021)]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2021 세계 하천호수학대회(SIL2021)에서 담수 윤충류(輪蟲類)의 경우 30㎛ 크기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의 반수 치사 농도(LC50, 실험동물의 절반이 죽는 농도)가 21.19㎎/L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에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에서 독소(마이크로시스틴)를 추출해 첨가했더니, 미세플라스틱 반수 치사 농도가 16.64㎎/L로 낮아졌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에 함께 노출되면 미세플라스틱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몸 속에 점차 쌓이는 미세플라스틱

미국 오레곤주 해안에 밀려온 디포베이(Depoe Bay) 해안에 밀려온 미세플라스틱. AP=연합뉴스

미국 오레곤주 해안에 밀려온 디포베이(Depoe Bay) 해안에 밀려온 미세플라스틱. AP=연합뉴스

지난 3월 네덜란드 바헤닝헌(Wageningen)대학 연구팀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18세에 이르면 몸 조직 내에 83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70세 노인의 경우 5만개가 넘는 입자를 축적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어린이의 경우 1인당 하루 553개, 성인의 경우 하루 88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배설하지만 그래도 몸에 남는 것이 이 정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딕 베탁 등은 지난 2월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글에서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폐와 장의 피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데,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더 잘 흡수된다"며 "흡수 비율은 낮지만, 평생 노출을 고려할 때 조직과 기관에 축적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물고기의 미세플라스틱(미세섬유) 흡입 장면.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물고기의 미세플라스틱(미세섬유) 흡입 장면.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실험실 실험 결과에 비춰보면, 미세플라스틱이 복강이나 림프계·순환계로 들어가고  간·신장·뇌 등에 축적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도 있고, 사이토킨 분비나 염증·면역 반응, 세포·DNA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안윤주 교수는 "생태계의 미소 동물이나 쥐 실험, 사람 세포 실험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을 확인했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사람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배출 줄여야 건강도, 생태계도 지킨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 연구팀이 채집한 각종 미세플라스틱. 올해 4월 15일 촬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 연구팀이 채집한 각종 미세플라스틱. 올해 4월 15일 촬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줄일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5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 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을 통해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6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위해성 평가 기술과 해양 환경 내에서의 이동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물질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타이어 마모 문제를 연구한 독일 연구팀은 "타이어 마모를 줄이기 위해 도로 정비와 도로 표면 관리를 강화하고, 자동차 경량화를 추진하고 운행 속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한국자동차연구원이나 관련 업체에서 타이어 마모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약과 세안 크림 등에 첨가하던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는 2017년 7월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그린피스]

치약과 세안 크림 등에 첨가하던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는 2017년 7월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그린피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화장품과 치약에 마이크로비즈(미세플라스틱)를 넣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세탁 후 옷감에 향을 남기기 위해 섬유유연제에 넣는 향기 캡슐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향기 캡슐 속에는 향기를 내는 물질이 들어있고, 공 모양의 캡슐이 옷에 붙어있다 터지면서 향을 내는 원리다.

문제는 이 향기 캡슐이 플라스틱 성분 중 하나인 멜라민포름알데히드 수지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세탁기에 섬유유연제를 넣으면 향기 캡슐 대부분은 그냥 하수구로,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대형 마트에 진열된 섬유유연제. 강찬수 기자

대형 마트에 진열된 섬유유연제. 강찬수 기자

국내외에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대두하자 LG생활건강은 2018년 9월부터 자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섬유유연제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 향기 캡슐을 넣지 않고도 향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도 ‘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고시)’를 개정해 지난 1월부터 세정제품(세정제, 제거제), 세탁제품(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에 세정·연마 용도의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했다.

세탁기에 필터를 달아 미세플라스틱인 미세섬유의 배출을 차단하자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 해양보호협회는 2024년부터 모든 세탁기에 필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촉구했고, 프랑스는 2025년 1월부터는 새로 판매하는 세탁기에 미세섬유를 걸러내는 필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특별취재팀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 2부를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백희연 기자, 곽민재 인턴기자,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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