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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는 보로 인한 체류시간 증가 탓" 수계위원회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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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짙은 녹조로 인해 초록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짙은 녹조로 인해 초록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에서는 과거에도 녹조가 발생했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녹조 발생이 확대되고 심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체류 시간이 5일이 넘으면 녹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제시됐다.

이는 한양대 산학협력단과 한국생태연구소가 지난 2020년 5월에 낙동강 수계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낙동강수계 녹조 우심 지역 조류 발생 및 거동 특성 정밀조사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낙동강 수계관리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산림청 등 관련 부처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 지자체 등이 참여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실무를 담당한다.

이 보고서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를 담은 것으로, 그동안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본지가 최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4대강 사업 후 상류에서도 녹조

2018년 8월에 촬영된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 낙동강의 녹조. 연합뉴스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2018년 8월에 촬영된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 낙동강의 녹조. 연합뉴스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보고서는 "낙동강 일부 지점에서 남조류(이하 남세균) 녹조가 발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른 발생원인 및 거동 특성 규명을 통한 녹조 발생 전 조기대응 및 효율적인 관리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에서는 1987년 하굿둑 건설 이후 하류 구간인 물금 지역에서 이미 1994년부터 매년 남세균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대량 증식하는 녹조 현상이 발생해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를 건설한 후에는 하류뿐만 아니라 가장 최상류 보인 상주보까지 녹조 현상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낙동강 전 구역에서 남세균 녹조의 발생과 확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상주보·낙단보·달성보·합천창녕보 등 4개 보를 중심으로 낙동강 본류 10개 지점과 내성천·금호강 등 지류 12개 지점에서 집중 관측을 진행했다.

상류 녹조는 체류시간 증가 탓

구지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서 발생한 짙은 녹조. 2017년 여름. [중앙포토]

구지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서 발생한 짙은 녹조. 2017년 여름. [중앙포토]

연구팀은 녹조 발생 원인과 관련 "최근 기후변화와 수계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모두 남세균 녹조 발생이 심해지고 있다"며 "남세균의 현존량(농도) 변화는 수온·영양염·체류시간 등 다양한 환경 인자들의 복합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의 경우 수온에 따라 최적 광도가 달라지고, 수층에서 수직 이동하면서 광도 적응성이 뛰어난 종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낙동강 상류 구간에서는 인산염의 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체류시간 증가로 인해 (녹조의 지표인) 엽록소a 농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면서 체류시간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조류의 종류도 남세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하류는 인이 녹조 방아쇠

지난 1월 수문을 개방한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중앙포토]

지난 1월 수문을 개방한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중앙포토]

지난 7월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합천창녕보. [대구환경운동연합]

지난 7월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합천창녕보. [대구환경운동연합]

반면, 낙동강 중·하류 구간에서는 체류시간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 시설 확충 등으로 인산염 농도가 감소했고, 이로 인해 '인 제한'이 심화하면서 엽록소a 농도도 과거보다 감소했다.

그렇지만 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고농도의 인이 유입돼 인 제한 효과가 완화되면서 짙은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가 발생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인이 부족해 성장이 억제됐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인을 만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여기에 체류시간이 길어진 것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2017~2019년 달성보와 합천창녕보에서는 강우 때 흘러드는 유입수에서 인 농도가 최대 0.1 ppm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상주보의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 발생은 강우 시 내성천에서 유입되는 인이, 달성보의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는 강우 시 금호강에서 유입되는 인과 상류로부터 축적된 인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천창녕보의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 발생은 상류로부터 내려온 인이 트리거 역할을 했다.

체류시간 5일 넘으면 급성장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은 남세균을 4.5L 수조에서 연속배양하면서 체류시간을 1일, 7일, 30일 등으로 변화시키는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체류시간이 짧은 조건에서는 규조류가 우세하지만,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세균이 우점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체류시간 5일 이상인 조건에서 높은 현존량(농도)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내성천과 금호강을 오염원 유입 우심 지류로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체류시간을 5일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수문 운영 필요 

지난 8월 11일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1일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넓은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녹조 현상의 경우 현재까지의 사전 저감방안 및 사후 처리기술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효과가 미미하거나 국지적인 효과만 나타날 뿐이고, 2차 오염 발생 등 단점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녹조 현상을 저감하기 위한 질소 인을 기준 농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단기적인 녹조 저감 방안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기적이고 대규모로 녹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물리적으로 보의 수문을 열어 체류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수문 개방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며 확보된 수자원을 상실하기 때문에 취수용수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략적인 수문 운영도 제안했다.

강우 이후 녹조가 발생할 때까지 최대 14일의 '수체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활용, 여름철 강우 직후 일정 기간 수문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보고서 연구책임자인 한명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대규모 녹조는 사라지겠지만, 소규모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하천이나 강에서는 여울(수심이 얕고 경사가 있어 유속이 빠른 곳)과 소(평탄한 곳에 수심이 깊고 유속이 느린 곳)가 생기는데, 그런 작은 소에서는 녹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낙동강 합천합안보 개방으로 상류 현풍양수장의 취수구가 물밖으로 드러나 있다. 수문 개방을 위해서는 양수장과 취수장의 취수구를 조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지난 1월 낙동강 합천합안보 개방으로 상류 현풍양수장의 취수구가 물밖으로 드러나 있다. 수문 개방을 위해서는 양수장과 취수장의 취수구를 조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낙동강 수자원 수요 감소 추세 

*자료: 물과 미래, 2022년 7월호

*자료: 물과 미래, 2022년 7월호

지난 7월 한국수자원학회지 '물과 미래'에 발표된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최현일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의 용수 수요는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에서는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생활용수 수요는 정점을 지나면서 더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류 지역을 중심으로 공업용수 수요는 다소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가장 많은 수요를 차지하는 농업용수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낙동강 수계 전체 물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만 낙동강의 미래 수자원 체계적인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위기 차원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뭄에도 보 취수량 증가는 미미

현재까지는 심한 가뭄에도 4대강 보에 확보한 물이 제한적인 도움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본지에 제공한 낙동강 본류 85개 농업용수 양수장의 연도별 취수량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고 보가 없을 때인 2008~2009년 2년 평균 취수량은 연간 2억5243만2000㎥이었다.

가장 최근인 2020~2021년 2년 낙동강 농업용수 평균취수량은 2억5121만2000㎥로, 4대강 사업 전보다 조금 줄었다.
준설과 취수구 이전 등을 포함해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됐던 2010~2012년 3년을 제외한 2013~2021년 연평균 취수량은 2억7000만㎥이다. 4대강 사업 전보다 약 7%, 1757만㎥ 증가했다.
이는 낙동강 8개 보의 총저수량(5억1190만㎥)의 3.45%에 그쳤다.

가장 많이 취수했던 2018년에는 2008~2009년보다 5417만7000㎥ 정도 더 취수했는데, 낙동강 보 총 저수량의 10.6% 만큼 더 취수한 셈이다.

보를 채운 물 가운데 나머지 90%는 가뭄이 와도 사용 안 한다는 얘기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본류에서 물을 취수해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산을 넘어 아주 멀리까지 농업용수를 보낼 수가 없다. 비싼 전기요금을 들여 농업용수를 끌어다 농사를 지으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8년 8월 창녕함안보에 발생한 짙은 녹조.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2018년 8월 창녕함안보에 발생한 짙은 녹조.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결국 보에서 확보한 수자원 활용도가 낮고, 낙동강 수계 수자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양수장과 취수장 취수구의 위치만 조정된다면 녹조 예방을 위해 보 수문을 개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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