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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으로 매년 이것 0.2g 들어갔다…플라스틱 도마 충격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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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칼질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음식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ES&T, 2023]

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칼질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음식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ES&T, 2023]

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칼질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와 음식물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래 사용한 도마에서 칼질할 경우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도마 위에서 칼질할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숫자와 양 측정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5명의 실험자를 모집해 플라스틱 도마에 가로·세로 각 18㎝의 정사각형을 그려 놓고 거기에 500회씩 칼질하도록 했다.
500회 칼질을 '1주기'로 정하고, 그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지름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상, 5㎜ 이하)을 모아 측정했다.

주기별로 500회 칼질해 배출량 측정

도마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분석 실험 과정 [자료; ES&T,2023]

도마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분석 실험 과정 [자료; ES&T,2023]

PE 도마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칼질하는 사람에 패턴에 따라, 또 도마를 얼마나 오래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랐다.

음식 재료 없이 빈 도마 위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3번 실험자의 첫 주기에서는 0.4㎎이 나왔고, 5번 실험자의 6번째 주기에서는 9.5㎎이 배출됐다.

PP 도마의 경우 첫 주기에서는 평균 1.23㎎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고, 6번째 주기에서는 배출량이 평균 5㎎으로 늘어났다.
PE 도마는 첫 주기 2.03㎎에서 6번째 주기의 4.37㎎으로 늘었다.

도마의 미세플라스틱 배출 실험 결과. (A) 실험 참가자 5명(Person 1~5)에 따라 배출량이 다르지만, 도마를 계속 사용할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 (B)폴리에틸렌(PE)보다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도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 [자료: ES&T, 2023]

도마의 미세플라스틱 배출 실험 결과. (A) 실험 참가자 5명(Person 1~5)에 따라 배출량이 다르지만, 도마를 계속 사용할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 (B)폴리에틸렌(PE)보다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도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 [자료: ES&T, 2023]

일반적으로 PP 도마에서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PE 도마보다 13~41% 더 많았다.

여섯 번째 주기에서 PP 도마에서는 평균 7481개, PE 도마에서는 252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반(半) 결정구조를 가진 PP가 결정구조를 가진 PE보다 분자 간 결합이 약해 상대적으로 약한 충격에도 조각이 떨어져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대부분 25~100㎛ 범위에 집중됐고 구형이었다.

PE보다 PP 재질이 더 배출

도마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 [자료: ES&T, 2023]

도마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 [자료: ES&T, 2023]

도마 위에 당근을 놓고 칼질을 할 경우 당근이 없을 때보다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됐다.

PE 도마 위에 당근을 놓고 칼질했을 때 6번째 주기에는 미세플라스틱이 6969개가 배출돼 당근이 없을 때보다 2.8배나 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PE 도마에서 1년 누적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7.4~50.7g으로 보고, 개인이 1년 365일 동안 도마를 통해 노출되는 PE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40~271㎎으로 추정했다.

PP 도마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연간 누적 배출량을 49.5g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개인 노출량이 연간 260㎎ 정도 된다.

PE 도마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개인이 음식을 통해 매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20~33%를 차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당근을 자르게 되면 더 큰 압력이 필요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게 된다"며 "도마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점진적인 균열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나무 도마에 대해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여섯 번째 주기에서 나무 도마에서 나오는 목재 미세 입자 수는 PE나 PP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숫자보다 7.6~22.4배나 됐다.

연구팀은 "나무 도마에서 입자가 더 많이 나왔지만, 쥐 세포를 이용한 독성 실험에서 24시간 동안 PE나 PP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무 미세입자 모두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형음식점 소고기 스테이크 '주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장면 [중앙포토]

미세플라스틱 분석 장면 [중앙포토]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미세플라스틱 자체 혹은 첨가물로 인해 염증, 산화 스트레스, 세포 독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음식 조리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하고 그것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열분해가 되면서 모노머(단량체)나 첨가제, 다른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시간에 많은 음식을 손질하는 대형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도마를 장기간 사용되면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아주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통 치킨보다 소고기를 자를 때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닭고기보다 소고기 요리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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