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칼질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와 음식물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래 사용한 도마에서 칼질할 경우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도마 위에서 칼질할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숫자와 양 측정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5명의 실험자를 모집해 플라스틱 도마에 가로·세로 각 18㎝의 정사각형을 그려 놓고 거기에 500회씩 칼질하도록 했다.
500회 칼질을 '1주기'로 정하고, 그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지름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상, 5㎜ 이하)을 모아 측정했다.
주기별로 500회 칼질해 배출량 측정
PE 도마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칼질하는 사람에 패턴에 따라, 또 도마를 얼마나 오래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랐다.
음식 재료 없이 빈 도마 위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3번 실험자의 첫 주기에서는 0.4㎎이 나왔고, 5번 실험자의 6번째 주기에서는 9.5㎎이 배출됐다.
PP 도마의 경우 첫 주기에서는 평균 1.23㎎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고, 6번째 주기에서는 배출량이 평균 5㎎으로 늘어났다.
PE 도마는 첫 주기 2.03㎎에서 6번째 주기의 4.37㎎으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PP 도마에서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PE 도마보다 13~41% 더 많았다.
여섯 번째 주기에서 PP 도마에서는 평균 7481개, PE 도마에서는 252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반(半) 결정구조를 가진 PP가 결정구조를 가진 PE보다 분자 간 결합이 약해 상대적으로 약한 충격에도 조각이 떨어져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대부분 25~100㎛ 범위에 집중됐고 구형이었다.
PE보다 PP 재질이 더 배출
도마 위에 당근을 놓고 칼질을 할 경우 당근이 없을 때보다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됐다.
PE 도마 위에 당근을 놓고 칼질했을 때 6번째 주기에는 미세플라스틱이 6969개가 배출돼 당근이 없을 때보다 2.8배나 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PE 도마에서 1년 누적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7.4~50.7g으로 보고, 개인이 1년 365일 동안 도마를 통해 노출되는 PE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40~271㎎으로 추정했다.
PP 도마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연간 누적 배출량을 49.5g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개인 노출량이 연간 260㎎ 정도 된다.
PE 도마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개인이 음식을 통해 매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20~33%를 차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당근을 자르게 되면 더 큰 압력이 필요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게 된다"며 "도마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점진적인 균열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나무 도마에 대해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여섯 번째 주기에서 나무 도마에서 나오는 목재 미세 입자 수는 PE나 PP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숫자보다 7.6~22.4배나 됐다.
연구팀은 "나무 도마에서 입자가 더 많이 나왔지만, 쥐 세포를 이용한 독성 실험에서 24시간 동안 PE나 PP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무 미세입자 모두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형음식점 소고기 스테이크 '주의'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미세플라스틱 자체 혹은 첨가물로 인해 염증, 산화 스트레스, 세포 독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음식 조리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하고 그것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열분해가 되면서 모노머(단량체)나 첨가제, 다른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시간에 많은 음식을 손질하는 대형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도마를 장기간 사용되면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아주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통 치킨보다 소고기를 자를 때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닭고기보다 소고기 요리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