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지원·땅투기까지/위험수위 일 야쿠자 국내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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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핫머니 들여와 오락실등 인수/칠성파등 격려 위해 내한 한듯
부산지역에 일본의 야쿠자들이 대거 몰려와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망년회를 이유로 부산에 대거 몰려온 일 야쿠자는 힘과 조직력을 과시,「범죄와의 전쟁」 선포이후 풀이 꺾인 부산지역 폭력조직인 칠성파·20세기파·신칠성파·백호파 등의 잔존세력들에 자금을 지원해 주거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부산에서 망년회를 가질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다 이들이 소지한 돈이 8천만엔(4억5천만원 상당)에 이르는 점들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폭력조직은 60년대에 녹용·금괴 밀수거래로부터 국내 폭력조직과 관계를 맺기 시작,70년대 후반에는 히로뽕 등 마약을 거래했고 8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야쿠자들은 요즘들어서는 검은 돈인 핫머니(국제 투기성 자금)까지 들여와 부동산에 투기하고 관광호텔 오락실을 인수하는 등 잇속을 채우면서 국내에 자신들의 복종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폭력조직은 국내 폭력조직에 자금과 조직관리를 지원,하부조직으로 만든 뒤 일본으로 초청해 양 계파의 두목급 간에는 의형제 결연을 하는 사카스키(주배)의식을 행하고 행동대원들에게는 삭발후 야쿠자 맹세서약을 시키고 있다.
또한 조직에 관한 충성·명령복종·예절·경호와 38구경 권총 야간사격훈련 등 야쿠자 연수교육을 시키고 푸짐한 접대를 한후 귀국때 여비 명목으로 1인당 일화 50만∼1백만엔씩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은 4월 부산시경에 구속된 백호파 행동대장 김양원씨(27) 등 14명의 행적조사에서 확인됐었다.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간의 연계사실이 표면화된 것은 88년 11월10일. 당시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씨(47·전 민속씨름협회 부회장·수배중)가 전국 폭력조직의 두목급 및 행동대장 21명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가 「가네야마파」 두목인 가네야마 고사부로(금산경삼랑)와 의형제 결연을 하는 사카스키의식을 성대하게 거행하면서 부터다.
두목 이는 야쿠자와의 연계로 국내 폭력세계에서 더욱 발판을 굳혔고 지난해 10월 양아버지인 재일동포 이정윤씨(56)의 일화 4억엔(한화 23억여원)을 들여와 부산시 서대신동 꽃마을의 골프장부지 3천여평을 사들이고 시내 2개 관광호텔 오락실 운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야쿠자들은 국내 폭력조직을 이용,최근 부산지역에서 크게 성행하고 있는 사행성 오락기구인 일본식 구슬치기를 1백20여개 업소에 보급,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시게야마파」 산하의 「일화회」 두목 가네다 시네마사는 부산에 현지처를 두고 20여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부산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국내 폭력조직을 내세워 부동산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경 관계자들은 『야쿠자들이 관광비자로 법적 절차를 거쳐 입국했기 때문에 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한 손을 댈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면밀한 내사를 계속하고 있다.<부산=조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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