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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빌런 ‘모기’로 돈 번다, 14억 중국 지갑 연 기업 어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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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 대한 적개심은 고대부터 이어져 왔다. 장자(莊子)의 천운편(天運篇)에는 '모기가 살갗에 붙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구절이 등장하며, 송나라의 천재시인 구양수는 모기를 얼마나 싫어했던지 모기를 증오한다는 내용을 담는 시 〈증문(憎蚊)〉을 남겼다. 이렇듯 증오해 마지 않는 모기를 쫓기 위한 노력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서주 시대에는 망초(莽草)를 태워 모기를 쫓았다고 전해지며 제나라 환공(桓公)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장막(帱)을 둘러쳤다고 한다. 송대에 이르러서는 약쑥풀을 꼰 노끈인 화승(火绳)에 불을 붙여 모기를 쫓는 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14억 중국인이 한뜻으로 퇴치를 염원하는 모기와 관련된 용품을 만드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이두바이커

14억 중국인이 한뜻으로 퇴치를 염원하는 모기와 관련된 용품을 만드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이두바이커

현대는 어떨까? 모기 쫓기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 산업 연구기관 중금기업신용국제컨설팅(中金企信国际咨询)은 2024년 중국의 모기 기피제 및 살충제 시장의 소매 판매액이 120억 6000만 위안(약 2조 17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이 발표한 여름 인기 상품 목록에는 모기 퇴치 팔찌를 포함한 관련 제품들이 올랐다. 특히 액체형 제품의 월간 판매 개수는 1000만 개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14억 중국인이 한뜻으로 퇴치를 염원하는 모기와 관련된 용품을 만드는 기업은 어디일까.

중국 가정에 하나쯤은 있는 모기향, 모기 살충제, 전기 모기향 제품 브랜드인 차오웨이(超威). 차오웨이는 광저우 차오윈그룹(朝云集团, 06601.HK)의 대표 브랜드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내 모기 퇴치제 시장에서 8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21년에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차오웨이는 모기로 인한 질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도 중국 관영 CCTV, 즈후, 틱톡 등 유력 매체들과 전개할 만큼 대중적인 브랜드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모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있다.

차오웨이 브랜드의 다양한 모기 퇴치 제품들. 차오윈그룹 공식홈페이지

차오웨이 브랜드의 다양한 모기 퇴치 제품들. 차오윈그룹 공식홈페이지

뿌리는 모기 기피제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는 리우션(六神)이다. 리우션을 생산하는 상하이자화(上海家化, 600315)는 1990년 6가지 한약 성분을 함유한 액체형 모기 기피제인 '화루수이(花露水)'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기 예방뿐만 아니라 가려움 증상을 완화해주는 효과를 동시에 갖췄다는 입소문이 나자 제품을 사기 위해 공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전성기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르렀다. 2001년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업계 선두로 입지를 굳혔다. 화루수이는 30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중국인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통한다. 리우션은 토일렛 퍼퓸, 샤워젤, 비누, 손소독제 등 다양한 퍼스널 케어 제품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상하이자화는 1990년 6가지 한약 성분을 함유한 모기 기피제 브랜드 리우션(六神)을 론칭했다. 상하이자화 홈페이지

상하이자화는 1990년 6가지 한약 성분을 함유한 모기 기피제 브랜드 리우션(六神)을 론칭했다. 상하이자화 홈페이지

영유아 한방 케어 브랜드인 런번(润本)은 모기 퇴치 제품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6년 설립된 런번바이오는 유아용 모기 퇴치제, 모기 진정 밤, 식물 에센셜 오일 패치 등을 판매한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인 만큼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런번바이오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티몰에서 런번의 모기 퇴치제 제품의 판매 비중은 각각 16.42%, 18.32%, 20.52%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 퇴치제 제품은 2022년 런번바이오 전체 매출액의 41.75%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으로, 관련 상품으로만 1억 8300만 위안(약 329억 4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유아 한방 케어 브랜드인 런번은 모기 퇴치 제품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런번바이오 공식홈페이지

영유아 한방 케어 브랜드인 런번은 모기 퇴치 제품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런번바이오 공식홈페이지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에 따르면 중국 내 모기 기피 상품 관련 기업은 5700여 곳에 이른다. 진입 문턱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효과가 있으면서 안전성을 갖춘 제품은 소수에 불과하다. 2021년 중국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양한 모기 기피 제품군의 성분이 화학 혹은 식물 유래 성분인 경우 농약류에 속하므로 '농약관리규정'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고 발표했으나, 대부분의 영세 업체는 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모기 잡으려다 사람까지 잡을 것 같은' 독한 향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천연 혹은 무독성 등을 강조한 제품의 경우 실제 모기 퇴치 효과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중국 최초로 전기 모기향을 제조한 광둥성의 란쥐(榄菊)는 모기의 습성을 관찰하기 위해 전국에 서식하는 모기를 구입하는 데 연간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개발한 모기 기피제가 올해의 모기를 쫓아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제품군도 스프레이나 모기향에서 패치(스티커), 전자 기기, 태양광 램프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언제든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모기 기피제 제조 산업. 오래된 브랜드일지라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14억 인구가 한마음 한뜻으로 박멸을 원하는 '모기'가 어떤 기업 제품에 가장 먼저 사로잡히게 될까.

상위 업체들의 순위권 싸움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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