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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오픈런이 일상…을지로3가역 8번 출구 '특별한 냄새'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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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⑫ 올디스타코

“분위기에 취하고, 맛에 또 취한다! 기다리는 순간마저 맛있는 타코 신세계”

서울에서 가장 핫한 타코집으로 불리는 '올디스타코'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진 김성현

서울에서 가장 핫한 타코집으로 불리는 '올디스타코'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진 김성현

지하철 ‘을지로3가역’ 8번 출구,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참을 수 없이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군침을 샘솟게 한다. 강렬한 풍미로 침샘을 자극하는 주인공의 정체는 지난 3월 문을 연 타코 전문점 ‘올디스타코’. 화려하게 빛나는 붉은 네온사인과 80, 90년대 미국 혹은 멕시코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관에 시선을 뺏기는 것도 잠시, 타코를 먹기 위해 골목을 빼곡하게 채운 인파 행렬은 한 번 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충무로 인쇄 골목 속 여덟 석의 작은 가게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매장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 평균 방문 이곳을 찾는 고객만 약 250팀, 최소 400개 이상의 타코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 덕분에 SNS에는 ‘올디스타코’ 인증샷을 비롯해, 영업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오픈런’이 일상이 된 분위기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타코 집으로 불리는 ‘올디스타코’는 자영업 내공 8년 차 김항근(35) 대표의 작품이다.

타코를 만들고 있는 김항근 대표. 사진 김성현

타코를 만들고 있는 김항근 대표. 사진 김성현

“어린 시절부터 ‘Oldies But Goodies’(구관이 명관)라는 말을 가장 좋아했어요. 새 물건을 접할 때는 조심스럽지만 세월이 지나면 한층 무덤덤하고 편해지잖아요. 손때 묻은 느낌,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전하고 싶었죠”

이미 을지로에서 와인바 ‘올디스하우스’를 운영하며 탄탄한 단골을 만들어 온 김 대표가 타코에 마음을 빼앗긴 계기는 무엇일까? 그가 타코의 매력에 매료된 것은 지난해.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편식가’로 채소를 먹지 않았다는 김 대표는 우연히 토르티야 안에 고기가 듬뿍 들어간 타코를 먹고 사랑에 빠졌다고.

“타코 안에는 제가 사랑하는 고기부터 스트릿 문화까지 모든 것이 다 담겨있었어요. 멕시코에서는 타코를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길거리 어디에서나 팔더군요. 과거와 현대가 맞물리는 을지로에서 특별한 타코를 선보이면 재밌겠다 싶었죠”

어디서도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타코 가게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올디스타코를 하나의 무대처럼 꾸몄다. 수많은 인파를 관객 삼아 그는 고기와 치즈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쉴 새 없이 타코를 구워낸다. 지글지글 식욕을 돋우는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와 비트박스의 경쾌한 리듬을 배경 음악으로 7명의 직원은 각자 자리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재미에 손님들은 기다리는 지루함도 잊고 이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그는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을 위해 현재 가게 근처에 ‘타코연구소’를 만들어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9개의 냉장고로 가득 차있고, 매장엔 13명의 직원이 타코에 매달리고 있다.

손님들에게 더욱 새로운 공간, 더 좋은 기억을 주고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는 ‘올디스타코’를 잇는 새로운 가게 ‘올디스핫도그’ 준비에도 한창이다. 올해 안에는 핫도그 이외에 ‘올디스’를 잇는 또 다른 가게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살면서 이렇게 큰 사랑과 행운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김 대표는 훗날 ‘올디스’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들이 놀러 올 수 있는 ‘올디스타운’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EAT

올디스타코 저녁 풍경. 사진 김성현

올디스타코 저녁 풍경. 사진 김성현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먹어봤죠. 우리나라 유명 타코 집은 전부 가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을 고민했어요. 세계 어딜 가든 ‘올디스타코’와 같은 타코는 없습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우리의 정수죠”

올디스타코의 메뉴는 두 종류의 타코와 토르티야가 아닌 밥이 중심인 ‘타코 라이스’, 나초 위에 온갖 재료를 올린 ‘메가 밤 스낵’ 단 4가지로 단출한 편이다. 결대로 찢은 양지고기를 듬뿍 넣은 이곳의 시그니처 ‘올디스타코’는 간단한 재료의 조합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완성했다. 쫄깃한 토르티야 속을 양지가 가득 채운만큼 고기를 씹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아보카도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한껏 살려주고 더불어 이곳만의 특제 살사 소스는 알싸한 매콤함을 더하며 중독적인 느낌을 준다. 상큼한 라임과 아삭거리는 양파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재미있는 것은 고수의 활용이다. 김치는 물론이고 채소를 극도로 싫어하는 김 대표 역시 처음에는 고수를 전혀 먹지 못했다고. 하지만 산지에 따라 고수의 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가장 향이 적은 고수만을 골라 풍미를 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는 “손님들이 요청하면 빼고 드리지만, 꼭 한 번 드셔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2~3년 전 미국 전역을 휩쓸며 가장 트렌디한 음식으로도 꼽혔던 ‘비리아 타코’ 역시 일품이다. 현지에서는 콘소메 수프에 타코를 찍어 먹지만 김 대표는 먹을 때 손님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토르티야를 굽는 과정 중 수프를 넣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바삭하게 튀긴 겉과 달리 속은 육즙과 수프로 촉촉함이 가득한 타코가 탄생했다. 특히 ‘비리아 타코’에는 마장동의 유명 정육점에서 공수한 한우 사태와 차돌 양지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꼬박 5시간 삶아 부드러운 사태와 차돌 양지 외에도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가 한 움큼 들어간다. 담백한 ‘올디스타코’ 보다도 한층 더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이유다.

“패션이든 음식이든 지역과 사람에 따라서 변화하기 마련이잖아요. 김치만 해도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가 모두 다른 것처럼 저희 타코는 ‘오리지널’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죠”

대중적인 맛을 목표로 잡은 만큼 김 대표는 소스 개발에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살사 소스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알싸하고 중독적으로 매운맛을 내기 위해 재료의 비율에 신경 썼다. 대개 멕시코의 대중적인 소스에는 토마토, 고수, 양파가 들어가는데 그는 고수 대신 청양고추로 이를 대체했다고.

시그니처 메뉴인 올디스타코. 사진 김성현

시그니처 메뉴인 올디스타코. 사진 김성현

안남미 위 토마토소스에 졸인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듬뿍 올라간 타코 라이스 역시 신선한 경험이다. 일본 오키나와 여행 당시 타코 라이스를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는 김 대표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조각낸 청양고추와 양상추가 식감의 재미를 더하고 매콤한 할리페뇨가 치즈와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지워준다. 한 끼 식사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메뉴.

미국이나 멕시코 어디서나 걸어 다니면서 먹는 ‘워킹 타코’를 보고 영감을 얻은 ‘메가 밤 스낵’은 맥주와 데킬라 안주로 제격이다. 나초 위에 산더미처럼 올라간 치즈와 고기가 짭짤하고 매콤한 나초와 만나 자연스레 맥주를 떠오르게 한다. 각종 소스로 인해 바삭했던 나초가 흐물흐물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또 하나의 먹는 재미를 더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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