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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⑪ 정대

“타협 없는 퀄리티… 韓 최고의 해산물만 한데 모았다”

제철 해산물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정대, 사진은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풍미를 지닌 우니. 사진 김성현

제철 해산물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정대, 사진은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풍미를 지닌 우니. 사진 김성현

STORY  

2008년 미쉐린 별 한 개, 2009년 두 개, 2010년 마침내 세 개의 별. 이후 10년간 꾸준히 별 세 개를 유지하며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스시야(すし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곳이 있다.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스시 사이토’. (※미쉐린 가이드는 2020년부터 ‘일반 대중이 예약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스키야바시 지로와 스시 사이토 등 도쿄의 3스타 레스토랑을 명단에서 제외했음) 이정대(33) 셰프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곳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외국인 최초로 7년간 경력을 쌓고 지난 1월 인왕산과 광화문 광장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정대’라는 새로운 공간의 문을 열었다.

최고의 원물만 고집하는 정대의 이정대 셰프. 사진 김성현

최고의 원물만 고집하는 정대의 이정대 셰프. 사진 김성현

과거 호텔 주방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스물세살부터 요리에 발을 딛은 그가 처음으로 흥미를 느꼈던 음식은 스시. 스시하꼬와 스시마츠모토에서 3년간 경험을 쌓으며 ‘스시에 인생을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무작정 일본행을 택한다. 그는 “일본어로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가 다르다는 것도 몰랐다”며 “하지만 인생을 건다면 본토에서 최고의 스승에게 배우고 싶었기에, 처음부터 사이토가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손으로 직접 쓴 이력서를 들고 가게 앞으로 무작정 찾아간 그는 6시간의 기다림 끝에 이력서를 건넬 수 있었다.

“이틀 뒤 ‘얼굴을 한번 보자’라며 연락이 왔죠. ‘끝장을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삭발을 한 채 옷과 칼을 챙겨서 갔더니 호쾌하게 웃으시더군요.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고 물으시길래 ‘지금 당장!’이라고 외쳤죠. 그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받아 주신 후에도 종종 그 얘기를 꺼내세요”

넘치는 패기로 사이토에서 근무하는 첫 번째 외국인 직원이 된 그는 ‘살기 위해’ 스시와 일본어를 동시에 공부해야 했다. 밤낮없이 치열하게 현장에서 부딪힌 그는 일본의 사이토에서 약 2년, 홍콩의 사이토에서 약 5년을 근무하며 기술을 익혔다. 꿈에 그리던 롤모델과 같은 스승과의 시간을 그는 ‘압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가르침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똑같은 생선으로 만들지만, 각도가 1도만 틀어져도 손님에게 내놓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함. 스시를 쥐는 기술은 물론이고 인품에서조차 흠잡을 곳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모습. 이정대 셰프는 이 모든 것이 맛으로 연결되는 ‘정신력’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정대의 메뉴 중 하나인 폰즈 소스와 다진 생강을 올린 돌멍게. 사진 김성현

정대의 메뉴 중 하나인 폰즈 소스와 다진 생강을 올린 돌멍게. 사진 김성현

젊은 나이에 눈부신 커리어를 쌓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정대 셰프. 그는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넘기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끝없이 새롭고 발전하는 스시의 흐름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새삼 정대(正大, 바르고 옳아서 사사로움이 없다)라는 그의 이름이 하나의 선언(宣言)처럼 느껴지는 이유였다.

EAT

“스시는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시는 스시죠. 참치면 참치, 오징어면 오징어, 스시는 생선이가진 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해야 스시다운 것이라고 배웠어요. 좋은 생선 없이는 좋은 스시가 나올 수 없는 이유입니다.”

10일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한 삼치. 사진 김성현

10일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한 삼치. 사진 김성현

완도·신안·통영·여수·거제·삼천포·부산·울진·죽변·동해·울릉도. 원물의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셰프는 전국 각지를 빠짐없이 다니며 자신과 뜻이 맞는 생산자들을 찾았다. 사이토에서 근무하며 질 좋은 생선이 도쿄로 집중되는 것을 본 그는 한국에서도 유통망만 구축된다면 일본 수준의 해산물을 수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 스시는 본인이 만들지만, 음식이 손님 앞에 놓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생산자의 힘과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매일 팔도에서 나는 최고 품질의 해산물만 매장에 들인다. 자연스레 모든 재료는 한국의 네 가지 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정대에서는 제철 생선이 갖는 다양성이 시그니처 메뉴인 셈이다.

“한국은 바다의 특징이 확실한 만큼 메뉴의 변화를 다양하게 줄 수 있습니다. 서해는 넓은 갯벌이 있고 남해는 유속이 빠른 바다가 있죠. 동해는 차갑고 깊은 수심에서 온갖 생선이 다 나옵니다. 봄에는 아주 잠깐 횟감용 멸치가 나오고, 4월에는 장어 치어가 2주 정도 나오죠. 여름에는 히카리모노(등푸른생선), 겨울에는 고등어가 좋습니다”

이 셰프의 말처럼 정대를 찾는 손님들은 그 계절 가장 맛이 오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돌 멍게는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하고 짭짤한 바다 향이 가득 차 있어 원물이 가진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럽게 조리된 전복 역시 질긴 구석 없이 쫄깃하고 촉촉한 식감과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고소한 맛과 함께 은은한 달큰함이 숨어있는 안키모(아귀간)는 먹는 순간 감탄이 터질 정도로 황홀한 맛이다.

초절임으로 비린 맛을 잡은 전어는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다. 사진 김성현

초절임으로 비린 맛을 잡은 전어는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다. 사진 김성현

한눈에 봐도 보통의 것보다 크다고 느껴지는 전어나 딱새우 역시 일품이다. 초절임한 전어는 식감과 동시에 생선 특유의 풍미가 온전하게 살아있지만 비린 맛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딱새우는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함께 쫄깃하게 씹는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이외에도 10일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하여 독특한 향을 더한 삼치나 3kg의 완도산 원물로 입 안 가득 차는 크기와 더불어 쫀득한 식감까지 더한 참돔, 두툼하지만 입 안에서 포슬포슬하게 사라지는 통영산 장어 등 역시 식사 내내 먹는 재미를 더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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