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통일 위증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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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순수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행사인 통일민족평화체육축전(민족평화축전) 행사 비용과 관련해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 등이 국정감사 위증 혐의로 국회로부터 고발당할 전망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3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축전 관련 대가에 관한 통일부의 위증 혐의를 집중 추궁했으며, 서정화 위원장은 3당 간사회의 뒤 丁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국정감사 보고서가 나오는 11월 말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7일 통일부에 대한 국회 통외통위의 국정감사.

당시 한나라당 유흥수 의원이 "북측 참가대가로 1백만달러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조명균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에게 질문했으나 조국장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丁장관도 "아직 사업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유흥수 의원 측은 통일부의 사업승인 문서를 입수해 통일부가 지난 9월 16일 '2백20만달러(현금 1백만달러, 현물 1백20만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라'고 승인했음을 폭로했다. 현물은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호텔용 시트커버, 중대형 관광버스 등 북한 사회 개방에 필요한 물품 등.

丁장관은 국회에서 "결과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민족평화축전 공동위원장인) 김원웅 의원이 국감 직전에 전화를 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돈 문제에 대해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민족평화축전 개최 경위

민족평화축전은 북측 참가단 4백10여명을 제주도로 초청, 순수한 민간 교류 차원의 행사를 치르기로 남북이 합의한 데 따라 진행됐다. 김원웅 의원이 지난 2월 북측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제의한 데 이어 4월에 평양을 방문, 전금진 아태 부위원장과 민간 차원의 체육.문화.예술 분야의 교류행사를 열기로 합의하면서 축전이 본격 추진됐다.

金의원과 全부위원장은 당초 7월께 제주에서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북핵 문제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인해 9월 하순으로 늦췄다. 그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으로 후속 실무회담이 다시 연기되면서 한때 개최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양측은 9월 하순 실무회담을 열고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마라톤.축구.탁구 등 스포츠 종목과 그네뛰기.씨름 등 민속경기로 진행됐다.

◇개런티 협상으로 북 대표단 귀환 지연

북측은 행사 시작 며칠 전인 19일 돌연 내부 사정을 이유로 당초 합의한 4백10명을 예술단 등을 뺀 1백90명만 파견하겠다고 통보해 왔으며 이로 인해 북측 대표단의 개런티를 재조정하는 문제가 생겨났다.

남측이 북 대표단에 당초 합의된 2백20만달러의 금품 중 이미 지급한 5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1백70만달러의 금품 중 60만달러어치의 물품만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북측은 다 못주겠으면 물품 대신 일부만이라도 현금으로 줄 것을 요구하면서 당초 오후 5시로 예정된 귀환시간을 늦추었다. 결국 양측은 북 대표단이 귀환한 뒤 추후 협상키로 하고 북대표단은 예정시간보다 4시간 가까이 늦은 오후 9시쯤 비행기 탑승을 마쳤으나 평양의 기상악화로 자정을 전후해 출발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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