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M&A 큰 場 선다…3000억원대 펀드 곧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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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M&A를 하고자 하는 대형 벤처에 돈을 대주는 전문 펀드가 내년 초까지 3천억원 가량 조성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정통부에 의해 IT M&A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KTB네트워크와 스틱IT투자가 이달 중 1천3백억원대의 펀드를 만들고, 내년 초엔 외자를 포함한 2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는 3일 정통부 출연금 3백억원과 자체 자금 1백58억원 등 총 6백억원의 펀드를 결성했으며, 곧바로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서울대 발전기금도 10억원 내외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KTB 측은 "서울대 발전기금이 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스틱IT투자도 정통부 자금 3백억원, 국민연금 2백억원 등 총 7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오는 20일 출범한다.

KTB 관계자는 "올해 안에 액정화면(LCD) 전문 업체 등 두 곳에 M&A 자금을 대주기로 했다"며 "정통부 펀드 6백억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인터넷 콘텐츠 등의 분야에 업체당 50억원 내외씩, 총 10~15곳에 2005년까지 투자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틱IT투자도 2006년까지 벤처 기업 한 곳당 50억원 정도를 대준다는 방침이다. KTB와 스틱IT투자는 M&A 자금을 주는 대가로 벤처의 주식 지분을 갖게 된다.

두 회사는 또 미국.싱가포르 등지의 투자자와 공동으로 내년 초까지 각각 1천억원 규모의 IT M&A 펀드를 추가 결성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는 기술력은 있으나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는 벤처들이 많아 외국계 투자자들은 건실한 벤처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M&A 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통부와 해외투자 펀드를 합쳐 총 3천억원의 M&A 투자금이 들어올 경우 앞으로 3년간 60여건의 M&A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금은 이미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어 침체에 빠진 코스닥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스틱IT투자 구경철 전무는 "같은 분야에서 업체들이 난립해 지나친 경쟁을 벌인 것이 현재 벤처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 요인"이라며 "M&A가 활성화되면 경쟁이 줄어 경영 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2001년 말 현재 1만1천4백여개 벤처가 있었으나 경영난으로 30% 가까이 문을 닫고 지난 9월 말 현재 약 8천개만 남아 있다. 또한 1999년과 2000년 벤처 바람이 불며 당시 코스닥 등 투자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한 인터넷 포털 업체 등이 게임 회사를 인수하는 등 일부 M&A가 일어났으나 2002년 이후에는 벤처 간 M&A가 거의 없는 상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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