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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하자 직장도 관뒀다...'냉장고 시신' 결국 자백한 친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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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공동주택 냉장고 안에서 생후 1일 만에 친모로부터 살해된 것으로 조사된 2018년 11월, 2019년 11월생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영아살해 혐의로 친모인 고모(30대)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과학수사대'라고 쓰인 경찰 승합차가 현장에 왔었다고 증언하는 주민의 모습. 손성배 기자

지난 21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공동주택 냉장고 안에서 생후 1일 만에 친모로부터 살해된 것으로 조사된 2018년 11월, 2019년 11월생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영아살해 혐의로 친모인 고모(30대)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과학수사대'라고 쓰인 경찰 승합차가 현장에 왔었다고 증언하는 주민의 모습. 손성배 기자

 자신이 출산한 아이 두 명을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30대 여성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장을 그만두는 등 신변 정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영아살해 혐의로 긴급체포된 고모(30대)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근무하던 콜센터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5일 수원시로부터 “고씨의 아동학대범죄가 의심된다”는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고씨가 경찰과의 첫 면담에서 “키울 능력이 안 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아이를 넘겼다”고 설명한 직후 콜센터를 그만뒀다는 게 수사당국과 고씨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고씨 직장 관계자는 “고씨가 4월부터 일했는데 ‘아이가 많이 아프다’며 지난 12일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1차 면담을 마친 경찰이 수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도 “아이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하니 참관할 수 있게 해달라. 이후 얘기하겠다”며 일정을 미뤘다. 그는 남편 이모(40대)씨와의 사이에서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고씨는 지난 14일 남편 이씨와 함께 자녀의 학교 공개수업에 나란히 참석했다.

고씨의 범행은 이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난 21일 드러났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이 나타나자 고씨는 “내가 죽였다”고 시인했고 경찰은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특기할 이상 소견 없음. 사인 규명 중”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고씨가 자백에 앞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등 신변 정리를 하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날 영아살해 등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남편 이씨가 영아사체 유기 사실에 대해 알았는지도 수사 중이다. 이씨는 전날(21일)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임신을 한 사실은 알았지만 중절수술했다고 해 그런 줄 알았고 아내와 직장(콜센터), 근무시간이 달랐다”며 “냉장고에 비닐봉투가 많이 들어있어서 그 안에 시신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고씨의 이웃 주민은 “지난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이사왔는데 고씨가 사람을 기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인사도 잘 안해서 동네에서 그 부부랑 얘기해 본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씨가 160㎝가 안 되는 키에 40㎏대 몸무게의 왜소한 체격인 만큼, 남편 이씨가 아내의 임신·출산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4~5년간 집안 냉장고에 시신이 보관된 사실을 몰랐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할 방침이다.

고씨 부부의 세 자녀는 현재 인근에 거주하는 조부모가 돌보고 있다.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은 자녀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청 “출생 미신고 6건 중 4건 수사 중”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를 2236명으로 파악하고 이 중 23건을 추려 경찰과 지자체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고씨의 사례가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고씨 말고도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유기한 20대 여성을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 여성은 지자체와 경찰 조사에서 “출산 후 이듬해 1월쯤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을 찾아 아기를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021년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충남 천안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40대 여성도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40대 여성은 출산 후 자신이 살던 경기 안성으로 이주했는데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는 안 되어 있지만 무사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산에서도 2015년 친모가 출산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형사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도 이날 “감사원에서 파악한 출생 미신고 아동 관련해 지자체에서 경찰에 요청이 들어온 사건은 총 6건”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수원 2건, 화성 1건, 안성 1건, 전남 여수 2건이다. 이중 여수는 범죄 혐의가 없어 종결했고, 나머지 4건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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