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술 읽는 삼국지](46) 장비가 대갈일성(大喝一聲)으로 조조군을 물리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술술 읽는 삼국지’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조운이 장판파에서 조조군의 진영을 헤집고 단신으로 아두를 구해 나올 때 그의 몸과 말은 이미 기진맥진했습니다. 문빙이 군사를 이끌고 뒤쫓아 왔습니다. 조운이 장판교에 이르렀을 때 우뚝 선 채 버티고 있는 장비가 보였습니다. 조운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장판교의 영웅인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판교의 영웅인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비! 나 좀 도와주시오

조운은 빨리 가라. 추격하는 병사는 내가 맡겠다!

조운이 장비에게 도와달라고 한 말에 대하여 나관중은 특별히 해석을 달았습니다.

‘도와달라는 말을 두고 조운이 장비에게 구원을 청했으니 나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조운은 싸움터에서 꼬박 하룻밤 하루 낮을 싸웠으니 쇠로 만든 사람과 말이라고 할지라도 여기까지 와서는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편을 만났으니 어찌 구원을 바라지 않겠는가?’

조운은 장비에게 뒤처리를 부탁하고 유비에게로 달려왔습니다. 유비는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조운은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울었습니다. 유비도 함께 울었습니다. 조운은 장판파에서의 싸움을 보고하고 품에서 잠든 아두를 꺼내어 유비에게 바쳤습니다. 유비는 아두를 땅에 내던지며 말했습니다.

조운이 분전했던 장판파 전투 장소. 사진 허우범 작가

조운이 분전했던 장판파 전투 장소. 사진 허우범 작가

이 어린놈 때문에 나의 대장 한 명이 죽을 뻔했다!

조운은 땅바닥의 아두를 안아 일으키며 울며 절했습니다. 벅차오르는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골백번 장판파에서싸운다 한들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조조의 군중을 비호처럼 벗어나자 曹操軍中飛虎出
조운의 품속에는 아두가 새근새근 趙雲懷內小龍眠
충신의 마음을 위로할 방법이 없자 無由撫慰忠臣意
일부러 친아들을 말 앞에 내던지네 故把親兒擲馬前

모종강도 여기서 한마디 했습니다.

‘예로부터 호걸은 때를 못 만나도 용렬한 사람은 복을 많이 타고 난다. 유선의 지혜는 아버지만 못했지만 복은 아버지보다 많았다. 유비는 평생을 고생하여 제위(帝位)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죽었지만, 용렬하고 못난 아들은 40년간 편안히 제위를 누렸다. 장판파의 싸움에서 용렬한 임금은 범 같은 장수의 용맹에 힘입어 살아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도리어 범 같은 장수가 용렬한 임금의 복에 힘입어 죽지 않았다고 한다. 한심스러운 일이다.’

장판교에서 조조의 군사를 호통으로 물리치는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판교에서 조조의 군사를 호통으로 물리치는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연인(燕人) 장비다. 누구부터 목숨을 바치겠느냐!

장비가 말을 타고 장판교 어귀에서 벽력같은 고함을 질러대자 조조군이 멈칫했습니다. 호랑이 수염을 곧추세우고 고리눈을 부릅뜬 채 장팔사모를뻗쳐 들고 노려보는 모습이 너무도 당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만히 살펴보니 다리 건너편 숲속에는 흙먼지가 자옥했습니다. 조조군은 매복한 병사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토록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조조의 5천 정예기병은 진격할 수 없었습니다. 조조가 확인하러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장비가 이를 보고 한층 더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쩌렁쩌렁함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조는 관우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아우 장비야말로 백만 대군을 무서워하지 않고 쳐들어가 장수들의 수급을 식은 죽 먹듯 따옵니다.’

조조가 장수들에게 각별히 주의시킨 그 장비가 지금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조조는 장비의 위세가 등등함을 보고 뒤로 물러났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장비의 용맹함에도 찬가로 화답했습니다.

장판교 어귀에 살기가 등등하니 長坂橋頭殺氣生
창 비껴들고 말 세운 채 고리눈 부릅뜬다.橫槍立馬眼圓睜
한 마디 호통소리 천둥처럼 진동하니 一聲好似轟雷震
조조의 백만 대군 혼자 물리치도다. 獨退曹家百萬兵

장비는 조조군이 물러나자 다리를 끊었습니다. 추격하는 조조에게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장비의 생각은 순진했습니다. 조조는 다리가 끊어진 것을 보고 복병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다시 빠르게 유비를 추격했습니다. 유비는 한수(漢水) 방면으로 달아났습니다. 조조군이 바짝 추격해 왔을 때, 관우가 막아서자 또다시 물러났습니다. 이 틈을 타서 유비는 수하들과 합류하여 강하로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조조는 형주를 안정시킨 후, 유비가 손권과 연합할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력이 켜져 무찌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었습니다. 순유가 계책을 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군사의 위력을 크게 떨치고 있습니다. 강동으로 사자를 보내어 손권에게 강하에서 만나 사냥을 하자는 격문을 보내십시오. 함께 유비를 잡고 형주의 땅을 나누어 영원한 우호를 맺자고 하면 손권은 놀라고 의심스러워하면서도 항복해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되면 우리의 일은 끝나는 것입니다.

손권도 형주와 유비의 전황을 접하고 조조군이 밀려올 것을 걱정하며 방책을 의논했습니다. 참모 노숙이 유표를 조상(弔喪)하는 척하며 조조군의 실상을 파악하고 유비와 연대하여 조조에게 대항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손권은 노숙을 강하로 보냈습니다.

제갈량도 손권과의 동맹을 통해 남북이 서로 대치하게 하고 중간에서 이득만 챙기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강한(江漢)에 도사리고 있는데 강동이 어찌 사람을 보내어 허실을 알아보지 않겠습니까? 만일 이곳으로 오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돛단배를 빌려 타고 곧장 강동으로 가서 닳지 않는 세 치 혀를 놀려 남북의 군사가 서로 싸우도록 달랠 것입니다. 만일 남군이 이긴다면 함께 조조를 쳐서 형주 땅을 빼앗고, 만일 북군이 이긴다면 우리는 그 이긴 틈을 이용하여 강남을 차지하면 됩니다.

유비의 포부가 제갈량의 세 치 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를 알 리 없는 노숙은 유비와 제갈량을 만나 함께 손잡고 큰일을 도모하자고 제안합니다. 유비는 짐짓 마지못한 척 제갈량을 동오로 보냅니다. 제갈량은 노숙과 함께 손권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갈량은 어떻게 세 치 혀를 놀려 손권과의 동맹을 추진할까요. 그의 현란한 말솜씨가 기대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