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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실패에서 창의적인 게 나온다[BOOK]

중앙일보

입력

진화사고

진화사고

진화사고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
신희라 옮김
흐름출판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저자 다치카와 에이스케는 건축학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방사선 폐기물 관리’ 같은 정책도 디자인하는 혁신가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일본관의 크리에이터를 맡은 일본의 공인된 ‘아이디어 뱅크’.

그에게 창의적 발상은 하늘에서 주어진 선물이 아니다. “배울 수 있는 기술”이며 그 원천은 자연이다. 『진화사고』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히 다윈의 『진화론』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스피커가 1㎝ 코퀴청개구리처럼 진화하면 귓속에 쏙 넣을 수 있는 소형 이어폰이 된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팔다리가 없는 뱀 같다. 변량(變量), 의태, 소실, 증식, 분리, 교환 등 자연의 진화에서 발견되는 9가지 우연한 변이의 패턴은 창의적 발상의 디딤돌이 된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변이’에 대한 태도다. 변이는 흔히 실수나 실패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그러나 변이가 있기에 종(種)은 분화하고, 자연은 더 풍요로워진다. 창의적 발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합성 연구자 시리카와 히데키는 촉매제를 1000배 잘못 넣은 우연한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우연한 변이를 흘려보내지 않고 관찰해 분석하고 맥락을 연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자이너가 쓴 책답게 200장의 도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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