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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전 장관 수사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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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감사원이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 도입과 관련, 문화관광부의 최고위급 관계자 6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23일 "게임 경품으로 상품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문화부 결재 라인은 정동채(열린우리당 의원) 장관-배종신 차관-유진룡 기획관리실장-실무자였다.

감사원은 사행성 게임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 자료를 통보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수사 의뢰라고 밝혔다.

정동채 의원실 관계자는 "정 의원이 수사 의뢰됐다는 말을 감사원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국민과 대통령께 죄송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는 게 정 의원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핵심 의혹인 '권력형 배후'에 대해선 전혀 밝혀내지 못해 결국 "면죄부만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반대 의견 묵살한 문화부=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게임 경품으로 상품권을 주는 것을 허용한 것과 사행성이 짙은 게임물에 대한 심의가 엉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 의원 등 문화부 관계자들이 수사 의뢰된 것은 경품용 상품권 문제 때문이다. 2002년 경품용 상품권을 처음 도입할 당시 경찰과 영상물등급위원회.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심했다. 감사 결과 문화부 실무진도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문화부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을 번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묵살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 문제는 직무유기의 공소시효(3년)가 지나 수사 대상이 안 된다"고 밝혔다.

상품권 도입 후 예상대로 심각한 폐해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04년 경찰과 마사회.체육진흥공단 등이 상품권제 폐지를 문화부에 요청했다. 문화부 담당자들도 실태조사를 통해 상품권이 '도박용 칩'으로 사용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부는 상품권 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인증제로 전환했다. 감사원 이창환 사회복지 감사국장은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리하게 인증제를 추진한 것은 직무유기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들은 감사 과정에서 장.차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고 정 의원 등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각계에서 상품권의 폐해를 지적한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 영등위는 경찰 단속까지 방해=게임물에 대한 영등위의 심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바다이야기의 경우 제작사 측이 프로그램에 예시.연타 기능이 있다는 내용의 사용설명서를 제출했지만 영상물등급위 심사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바다이야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영등위 사무국의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심사위원들은 이것 역시 무시했다. 영등위는 또 바다이야기의 사용설명서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빠뜨려 경찰이 사행성을 판단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십 차례 바다이야기의 단속 가능 여부를 질의했지만 그때마다 영등위는 "예시.연타 기능이 포함된 채 통과된 게임물이 없다"고 허위로 답변하거나 답변 자체를 몇 달씩 미뤘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영등위 직원들이 등급 분류를 신청한 업체 측과 결탁해 신청 일자를 조작한 사실도 적발됐다. 게임은 수명이 짧아 빨리 심의받아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처럼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영등위와 게임산업개발원, 게임기 제작사 관계자 등 31명을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바다이야기 파문 일지>

▶ 한나라당 의혹 제기(8월)-"유진룡 차관 경질은 성인 오락 관련 마찰 때문."

▶ 언론 추적으로 배후설 제기(8월)-"바다이야기 제작사, 대통령 조카 다닌 회사 인수." "권력 실세가 오락실 운영에 개입." "여권 중진, 상품권 발행에 압력 행사."

▶ 검찰 수사 시작(8월)-바다이야기.황금성 등 게임기 제작업체 관계자 구속, 오락실 대대적 단속

▶ 감사원 감사 시작(8월)-"정책 과정 오류 밝혀내겠다."

▶ 정치권 관련자 구속(11월)-박형준.정동채 의원 보좌관 상품권 발행업체로부터 돈 받은 혐의로 구속

▶ 감사 결과 중간발표(11월)-"상품권 인증제 도입 과정 결재 담당자 수사 의뢰" "외압.금품수수 흔적은 밝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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