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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반격 첫 성과"…도네츠크 러 점령지에 깃발 꽂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공세를 시작한 지 수일 만에 동남부의 러시아 점령지 4곳을 탈환했다고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BBC방송·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오전 동남부 도네츠크주(州) 스트로제베를 수복하면서 4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같은 지역의 마카리우카·블라호다트네·네흐쿠흐네 등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울버린’이란 별칭의 우크라이나 육군 제68특전여단은 페이스북에 블라호다트네 마을의 한 건물에 자국 국기를 게양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점령지였던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블라호다트네 마을에서 한 건물에 자국 국기를 게양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날 이 마을을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점령지였던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블라호다트네 마을에서 한 건물에 자국 국기를 게양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날 이 마을을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 마을 탈환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선 것을 사실상 인정한 뒤 발표한 첫 성과로 평가된다. 4개 지역은 모두 인구 1000명 안팎의 약 3마일(4.8㎞)에 걸쳐 있는 비교적 작은 마을이지만, 서쪽으로는 자포리자를, 남쪽으로는 아조프 해를 면한 거점 도시인 마리우폴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이 다퉈온 요충지다. 발레리 셰르센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남부 전선 담당 대변인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경계 마을을 탈환한 건 우리 반격 작전의 첫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배포한 사진.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배포한 사진.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또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동쪽 측면을 계속 공략하고 있으며, 인접한 베르키우카 저수지에서 250m를 전진했다고도 밝혔다. 이들 외에도 우로자인 지역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반격은 현재까지 중요한 성과를 나타내지만, 러시아의 주요 방어선에 도달했다고 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말을 아끼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의 탐색전 내지는 눈속임 작전”(미 뉴욕타임스)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전선에 배치된 익명의 한 우크라이나 장교도 가디언에 “아직까지 우리 주력군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4곳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반격 작전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에 대해 러시아는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지난 하루 동안 도네츠크 방면에서 8차례의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 당국은 “최소 4대의 독일제 레오파르트를 포함해 9대의 전차를 파괴했으며, 미국의 브래들리를 비롯한 11대의 보병 장갑차를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이 11일(현지시간) 헤르손주의 서부 수몰 지역에서 러사이군의 공격으로 부상 당한 민간인을 보트로 이동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이 11일(현지시간) 헤르손주의 서부 수몰 지역에서 러사이군의 공격으로 부상 당한 민간인을 보트로 이동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주요 전선 외에 국지적인 공격도 잇따랐다. 러시아의 동·남부 전선 거점인 자포리자와 크림반도의 서로 다른 철도 노선 두 곳을 겨냥한 공격이 11일 일어나 화물 기관차 등이 파괴됐다. 러시아의 주요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인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근 마을 수몰된 남부 헤르손주에선 민간인 구조 보트 세 척이 폭격을 맞아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임명한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주지사는 “러시아가 고의로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공세가 임박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모스크바의 군 엘리트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지난 10일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권 행사 명목으로 “모든 용병들은 국방부와의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프리고진은 로이터에 “바그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어떠한 계약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전과자 등으로 구성된 바그너 그룹은 이번 전쟁에서 무자비하고 잔혹한 전술로 악명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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