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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댐 폭파로 마을 100곳 물바다…체르노빌 이후 최악 환경 재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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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근 마을이 물바다가 돼 구조대원이 주민들의 가재도구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근 마을이 물바다가 돼 구조대원이 주민들의 가재도구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근 마을이 물바다가 되면서 보트를 이용한 필사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작물 생산 차질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밀·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CNN·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카호우카댐 폭파로 거의 100개 마을이 물에 잠겼으며 지금까지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카호우카댐 하류 마을 대피를 감독하는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군사행정 책임자는 CNN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이제 보트를 이용해야 움직일 수 있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개장 초반 밀 가격은 부셸(27.2㎏)당 6.39달러로 2.4%,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6.04달러로 1% 이상 상승했다. AP통신은 카호우카댐 파괴로 주로 개발도상국에 공급되는 우크라이나 밀·옥수수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댐 파괴로 우크라이나가 2만㏊에 이르는 농작물 재배지를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폭발로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에서 나온 150t 이상의 기계유가 드니프로강에 유출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매설돼 있던 지뢰가 물에 떠내려가고 뿔뿔이 흩어져 폭발 피해도 우려된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장관은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카호우카댐은 1956년 드니프로강에 높이 30m, 길이 3.2㎞ 규모로 지어졌다. 저수량이 18㎦(충주호 담수량의 6.7배)에 달한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도 냉각수를 공급해 온 터라 원전 안전 문제도 제기됐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인 핵 관련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카호우카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학·군수 전문가들은 댐이 파괴된 모습을 근거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외부 공격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시설 내부 폭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할 경우 통상 댐의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지만, 이번 폭발은 러시아 점령지 측에 인접한 중간 부분에서 처음 파괴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의도적인 댐 폭파는 제네바협약이 규정한 전쟁 범죄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 규탄하고 있다.

이번 댐 폭발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벌어졌다. 일각에선 강 범람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 경로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태는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방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F-16 전투기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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