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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는 「슛 도사」 이충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장대 숲을 헤집고 다니며 슈팅을 날리는 그의 플레이 모습은 먹이를 낚아채는 다람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신기에 가까운 슛으로 80년대 아시아 농구계를 누벼온 이충희(32·현대전자). 「슛 도사」 「슈팅 기계」로 불려온 이충희도 어느덧 30세를 넘어 코트를 마감해야할 시기가 점차 가까워오고 있다.
그러나 1일 개막된 90 농구대잔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지난 2개월 간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출범 8년째인 농구대잔치에서 이가 기록한 통산 득점은 3천9백99점. 게임평균 28.2점 (총1백42게임 출전)을 마크한 셈이다.
이는 NBA(미국 프로농구) 의 신화적인 스타 윌트 챔벌린의 게임 평균득점 (30.1점)엔 못 미치나 지난해 은퇴한 슈퍼스타 카림 압둘 자바(LA레이커스, 24.5점)보다는 앞선다.
이의 훈련 현장을 찾아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어본다.
-북경대회에서의 부진을 두고 한계가 오지 않았나 하는 우려감이 높은데.
▲그렇지는 않아요. 부상 (왼쪽 무릎 퇴행성 피로 골절)으로 제몫을 못했을 뿐 체력은 전혀 문제될게 없어요. 개인적인 욕심 같아서는 앞으로 5∼6년, 7천점 고지달성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 각오입니다. 부상도 많이 회복됐어요.
-그 동안 어떻게 훈련을 해 왔는지.
▲오전엔 헬스클럽에 나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 보강훈련을 했으며 오후엔 팀훈련에 합류해 2시간쯤 전술훈련을 쌓아왔어요. 개인훈련으로는 하루 3백 개 남짓 슈팅 연습을 했습니다. 팀훈련에 참가한지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슈팅감각은 예전에 못지 않아 지난해 허재 (기아자동차)에게 넘겨준 득점 왕 타이틀을 되찾을 자신이 있어요.
-북경 대회를 마친 후 대표 선수는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지난 77년 태극마크를 단 이래 올해로 대표 선수 생활이 꼭 14년째입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미련은 없어요. 후배를 위해서라도 제자리를 비워주는 게 마땅한 순리일 것 같아요.
더욱이 중국·일본의 거센 파고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장신화를 서둘러 추진해야하며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차제에 신진들로 과감한 세대교체를 해야할 줄 알아요. 특히 최근 몇 년 새 장신 화에 성공한 일본의 도전은 결코 만만치 않아요.
-소속팀 주장을 새로 맡았는데.
▲제 뜻을 알아차린 코칭스태프의 배려겠지요.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소속팀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이번 농구대잔치부터 전임 심판제가 처음 도입, 실시되는데.
▲때늦은 감은 있지만 잘된 일이지요. 선수·벤치 할 것 없이 「코트의 폭력」은 철저히 배격해야 하며 심판 역시 공정한 경기운영으로 이에 강력히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처음 실시되는 만큼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농구 인들이 합심해 지혜를 모은다면 명랑한 코트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농구계 일각에서 세미프로화 움직임이 일고있는데.
▲무척 고무적인 일이지요. 현재의 인기도, 풍부한 선수자원 등을 감안할 때 세미프로화는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며 여건 또한 충분히 성숙돼있다고 판단됩니다. 더욱이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도 프로선수의 출전을 허용하는 터에 굳이 한국 농구만 뒷걸음쳐서야 되겠습니까.
-현역 최고참으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도.
▲「코트는 짧고 인생은 길다」는 것이 평소 신념입니다. 선수는 코트보다는 코트 밖에서의 몸가짐과 행동거지가 중요하고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한다는 사실을 점차 느끼고 있습니다.
-학구파로도 알려져 있는데.
▲지난 88년 대학원(고려대 체육과)에 진학해 내년 봄 졸업을 앞두고 석사논문을 준비중입니다. 앞으로의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는 셈이지요.
-평소 취미생활이라도.
▲짬이 나면 바둑(7급)·낚시를 하거나 독서도 많이 하는 편이지요. 또 지난해부터 맛들인 골프 (핸디캡 23)도 빼놓을 수 없구요.
-쌍둥이 아빠 노릇은 힘들지 않은지.
▲남보다 욕심이 많아서인지 내년 2월엔 쌍둥이들이 동생까지 보는걸요 (이는 탤런트인 부인 최란 씨가 현재 임신 7개월 째라며 환히 웃었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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