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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美, 지난해 우크라의 러 가스관 폭파계획 미리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지난해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폭발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이 가스관 폭발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가운데 밝혀진 새로운 내용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AFP=연합뉴스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가스관 폭발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6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미 우크라이나 측의 계획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럽 동맹국의 한 정보기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은 CIA가 이후 독일 등 다른 유럽국과도 이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WP가 지난 4월 잭 테세이라 일병이 온라인에 유출한 기밀문건의 사본 일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보도에 따르면 이 폭발은 우크라이나군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6명이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보트를 빌린 뒤 잠수정을 이용해 가스관을 파괴할 것이며, 심해 잠수에 필요한 헬륨가스도 준비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폭발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도 가짜 여권을 가진 숙련된 잠수부 6명이 요트를 빌렸다고 파악한 바 있다.

가스관 폭발 관련자들은 이 계획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아닌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WP는 "자칫 유럽 국가들에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젤렌스키를 배제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계획을 처음 구상한 이가 잘루즈니 총사령관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다르게 진행된 부분도 있었다. 당초 계획에는 1호 가스관(노르트 스트림1) 폭파 계획만 있었으나 실제로는 2호 가스관(노르트 스트림2)도 파손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계획을 알아챘다는 것을 눈치챈 우크라이나 측이 막판에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9월 26일 덴마크·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 파이프라인가스관(PNG)이 폭발해, 1호 가스관과 2호 가스관 총 4개 중 3개가 파손됐다.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일임은 드러났지만 그 주체는 파악되지 않아 갑론을박이 일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볼모 삼아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벌인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해군을 의심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배후일 가능성 역시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러다 지난 3월, 미국 정보기관이 폭발 배후로 친(親)우크라이나 세력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나왔다. 이어 지난달엔 "독일 수사당국이 우크라이나가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증거를 찾았다"는 유럽 언론들의 보도도 이어졌다. 다만 어떤 기관이나 언론도 배후가 우크라이나라고 확신하진 않았다. 이번 WP의 보도로 그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 셈이다.

WP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엔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최근엔 공개석상에서 관련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가 깨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백악관과 CIA, 우크라이나 정부는 WP 측의 질의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3월 NYT의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미국이 이 폭발의 뒷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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