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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댐 파괴는 생태 학살” 러시아 “사보타주로 파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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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폭파돼 파괴된 댐 벽 사이로 다량의 급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댐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폭파돼 파괴된 댐 벽 사이로 다량의 급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댐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가 발생했다. 인근 위험지대에 있는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했다. 제네바협약은 의도적인 댐 폭파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카호우카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며 “파괴 규모, 유속과 유량, 침수 위험 지역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밤 2시50분에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댐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며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폭파되기 전인 지난 5일 촬영된 댐. [AP=연합뉴스]

폭파되기 전인 지난 5일 촬영된 댐. [AP=연합뉴스]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댐 파괴는 러시아의 ‘생태 집단학살(ecocide)’”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잔해 사이에서 물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한 영상에선 파괴된 댐 벽 사이로 다량의 급류가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댐 파괴는 지난 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돌입한 가운데 벌어졌다. 러시아 측이 이를 제어하기 위해 댐을 폭파해 홍수를 일으키는 수공(水攻)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여러 차례 홍수를 무기로 삼아 왔다. 지난달 25일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카를리우카댐 수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가 있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러시아는 지난 4월부터 카호우카댐의 저수 수위를 의도적으로 높여 왔다. 프랑스 데이터 업체 테이아 등에 따르면 최근 카호우카 저수지 수위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것이 카호우카댐 수공을 위한 러시아의 준비작업이라고 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로 댐이 파괴됐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이것이 키이우 정권의 명령에 따라 계획되고 실행된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 사건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침수 피해에 대해서도 양측 전망이 달랐다. 우크라이나가 임명한 헤르손 지역의 군사행정 수장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인근 지역의 주민 대피가 시작됐으며 물이 5시간 이내에 임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드니프로강 우안 헤르손 지역의 약 1만6000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러시아가 임명한 블라디미르 레오니예프 노바 카호우카 시장은 “지금까진 민간인을 대피시킬 필요가 없다”고 인테르팍스통신에 말했다.

카호우카댐은 드니프로강에 높이 30m, 길이 3.2㎞ 규모로 소련 시절인 1956년 지어졌다. 저수량은 18㎦(충주호 담수량의 6.7배)에 달하며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와 러시아군 점령지인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한다. 인근에는 인구 약 30만 명의 헤르손 등 여러 도시가 있다. 카호우카댐이 있는 노바 카호우카시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에 점령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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