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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짝퉁 불닭볶음면 6500만원 배상…'징벌적 배상' 매운맛 없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법원 로고. 뉴스1

법원 로고. 뉴스1

이번 주 유통가에선 한국·중국 법원에서 나온 판결 두 가지가 화제였다. 한국 법원에선 본사를 비판했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을 해지한 프랜차이즈에 징벌적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중국 법원에선 한국 식품을 베껴 만든 중국 식품사에게 한국 식품사에 수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들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유통가 화제 판결 2제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은 한계” 주장

서울동부지법은 진모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hc가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11일 판결했다.

진씨는 2018년 bhc가 가맹점에 냉동육,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고 주장했고, 광고비 유용 등 혐의로 bhc 임직원을 고발했다. 본사는 진씨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진씨는 해지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고 bhc를 상대로 영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본사가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원고가 허위 사실을 퍼뜨려 본사 명성·신용을 훼손하거나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혹 제기에 근거자료가 존재한다고 보이는 점도 거론했다.

눈에 띄는 건 재판부가 진씨 손해액이 8000여 만원이라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배상액을 높였다는 점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 등은 “갑질 본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환영한다”며 “가맹본부의 부당한 거래거절, 보복 조치로 사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가맹본부가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는 제도가 이번 판결에 적용돼 의미가 크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도 “가맹 본사 영업이익의 0.1%에 불과한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은 한계”라며 “법원은 입법 취지에 따라 배상액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hc 측은 “냉동육 공급 주장 등은 허위 사실인 게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bhc치킨 매장 모습. bhc 본사는 “냉동육 공급 주장 등은 허위 사실인 게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bhc치킨 매장 모습. bhc 본사는 “냉동육 공급 주장 등은 허위 사실인 게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1심일 뿐…아직 안 끝나”

한편 CJ제일제당·삼양식품·대상·오뚜기는 자사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팔아온 중국 업체를 상대로 2021년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함께 중국에서 저작권·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3월 31일 3곳이 승소 판결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의 다시다·설탕·소금,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대상의 멸치액젓·미역 관련 중국 업체가 물어야 하는 배상액은 각각 25만 위안(약 4685만원), 35만 위안(6559만원), 20만 위안(3748만원)이다.

이 판결이 50여 일이 지난 뒤에야 알려진 건 식품산업협회가 기자들에게 보도 자제 요청을 해와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1심으로, 한국 언론 보도가 향후 중국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업체가 항소하지 않아 승소로 끝났으나 삼양식품과 대상은 중국 업체가 항소했거나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뚜기는 자사 당면 모방제품에 소송을 냈으나 규모가 작다는 이유 등으로 패소해 항소를 검토 중이다.

한국 기업을 대리한 변리사 전모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권리 주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고 중국 내 모방 제품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증거 자료를 열심히 취합한 게 CJ제일제당의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증거싸움이란 얘기다.

K-food 형태모방 및 상표권 침해제품. 사진 한국식품산업협회 자료 캡처

K-food 형태모방 및 상표권 침해제품. 사진 한국식품산업협회 자료 캡처

이들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더 전향적인 판례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에선 최종심 승소까지 증거를 더 치밀하게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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