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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안주에 맥주 마시는 유럽인 늘어…만두·떡볶이 PB도 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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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어들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라면, 쿵파오치킨, 유린기, 다리집 떡볶이, 현미라이스칩, 율무두부칩, 단백질바 등 주요 상품 15종을 전시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독일 바이어들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라면, 쿵파오치킨, 유린기, 다리집 떡볶이, 현미라이스칩, 율무두부칩, 단백질바 등 주요 상품 15종을 전시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최근 프랑스에서 한식당을 찾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한국 만두를 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만들어 팔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

세계 최대 ‘국제 PL 박람회’ 현장 가보니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PL·자체 상표) 박람회’. 한국 식품 제조업체 시아스의 부스에서 만난 호만 롤리브헤(24)는 갓 구운 새우만두를 맛본 뒤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 대형마트 르클레르의 바이어인 그는 비빔밥·바비큐 등으로 유명해진 한식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했다. 최진철 시아스 대표는 “2021년 프랑스에 냉동 밥·잡채·만두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며 “유럽에서 만두가 잘 팔리고, 이번 박람회에서도 할라페뇨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낸 잡채만두가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 내 시아스 부스에서 한 바이어가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한국 식품제조업체인 시아스는 돼지고기?소고기?치킨?야채?고추잡채?새우?김치 등 7가지 만두를 선보였다. 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 내 시아스 부스에서 한 바이어가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한국 식품제조업체인 시아스는 돼지고기?소고기?치킨?야채?고추잡채?새우?김치 등 7가지 만두를 선보였다. 최선을 기자

국제 PL 박람회는 PL제조회사협회(PLMA) 주최로, 글로벌 유통·제조업체가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고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는 세계 최대 PB 상품 행사다. 올해는 125개국, 26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23~24일 이틀간 총 3만 명이 다녀갔다.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가 열렸다. 전시관은 총 12관으로, 그 중 1~8관이 식품이고 나머지는 비식품이다. 박람회 전시 면적은 총 4만㎡(약 1만2100평)였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가 열렸다. 전시관은 총 12관으로, 그 중 1~8관이 식품이고 나머지는 비식품이다. 박람회 전시 면적은 총 4만㎡(약 1만2100평)였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행사장에선 각국의 바이어들이 캐리어를 끌고 수많은 전시장을 오갔다. 괜찮은 상품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샘플을 받아 가기 위해서다. 전체 3분의 2를 차지하는 식품 부스에선 과자·초콜릿·요거트·커피·치즈 등 다양한 음식을 시식할 수 있었다. 바이어들은 상품을 설명하는 제조 업체 직원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부스에 앉아 즉석 미팅을 진행했다. 평소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수개월 간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하는 과정을 단축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이 샘플을 넣기 위한 캐리어를 끌고 제조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이 샘플을 넣기 위한 캐리어를 끌고 제조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올해엔 단백질바·비건(채식) 식품 등 건강식과 아시아 음식 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체코에서 온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는 “유럽에서 김치가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커졌다”며 “맥주를 마시며 김치를 안주로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K 푸드’의 상승세가 무섭다. 레오니크 화이트(59) PLMA 리테일본부장은 “지난해보다 아시아 음식 제조업체가 많이 늘었다”며 “유럽 소비자 사이 매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특히 한국식 매운맛에 빠진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 문화와 드라마를 접한 유럽의 젊은 세대가 고추장 같은 재료를 사 집에서 고기를 볶아 먹는다”고 덧붙였다.

레오니크 화이트 PLMA 리테일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유럽인들 사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레오니크 화이트 PLMA 리테일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유럽인들 사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체코 제조업체가 김치를 선보였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체코 제조업체가 김치를 선보였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에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는 PB는 유럽에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통 과정을 줄여 가격이 저렴한 게 최대 장점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식료품 시장에서 PB 상품은 37%를 차지했다. 스위스(51.6%)는 PB 점유율이 절반이 넘어 가장 높았고, 이어 네덜란드(44%), 스페인(43.3%), 영국(42.7%) 순이었다.

국내 대형마트도 PB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번 박람회에서 국내 마트 중 유일하게 ‘요리하다’ ‘오늘좋은’ 등의 브랜드로 다양한 상품을 전시했다. 국제 품평회 ‘2023 몽드셀렉션’에서 금상·은상을 받은 라면과 쿵파오치킨, 다리집 떡볶이 등을 내놓았다. 해외 소싱(구매)을 위한 바이어인 동시에 자체 상품을 평가받는 입장이 된 셈이다.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유통업체 바이어들과 제조업체들이 소통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 박람회’에서 유통업체 바이어들과 제조업체들이 소통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최선을 기자

롯데마트 PB 상품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던 바이어들은 “라면은 먹어봤는데, 다른 한식도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식품 제조업체에 다닌다는 세바스찬 하니쉬(26)는 “독일 주요 도시에 한식당이 늘어나고 마트에 아시아 음식 판매대가 넓어지고 있어 떡볶이 등 한국 PB 상품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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