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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칭송하더니 "맛 갔네"…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개딸'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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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딸(개혁의 딸)’을 자처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팬덤이 이번엔 진보진영 매체 뉴스타파를 사냥감으로 삼았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지난 27일부터 사흘째 “배은망덕도 유분수” “맛이 제대로 갔다” 등 뉴스타파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100여개 올라왔다. 이곳 회원들은 뉴스타파 구독을 취소하고 후원을 끊었다는 글도 릴레이로 게시하고 있다.

뉴스타파 구독 취소를 독려하는 게시글. 재명이네마을 캡처

뉴스타파 구독 취소를 독려하는 게시글.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들이 문제 삼은 건 뉴스타파가 지난 27일 오후 게재한 '재명이네마을과 건희사랑' 영상이다. 이 영상은 정치권 강성 지지층이 표출하는 폭력적 팬심을 다루면서 그 사례로 김건희 여사 팬클럽과 함께 재명이네마을도 들었다. 뉴스타파는 “우리 사회에는 팬이라는 가명을 앞세운 채 폭력과 혐오를 동반한 정치가 만연해있다”며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지지자들의 폭력에 단호해야 한다”고 보도했는데 ‘개딸’이 구독·후원 취소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엔 다른 친명계 커뮤니티도 가세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갤러리, 클리앙, 딴지일보 게시판 등에도 “병X들”, “쓰레기 기레기 집단” 등 욕설과 함께 “10년 후원 끊었다” “채널 신고하자”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는 등의 게시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이들은 29일 뉴스타파 구독자 수가 기존 110만명에서 109만명으로 1만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특집 다큐멘터리 〈재명이네마을과 건희사랑〉 영상. 유튜브 캡처

뉴스타파 특집 다큐멘터리 〈재명이네마을과 건희사랑〉 영상. 유튜브 캡처

최근까지도 뉴스타파는 '개딸'에게 칭송받는 매체였다. “뉴스타파를 후원해 대형 언론사로 키우자”(지난달 26일)라거나 “뉴스타파 같은 훌륭한 언론에 돌 던지는 과오를 범하지 말자”(지난달 14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대장동 X파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이 대표에 우호적인 사안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는 당내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앞서 비명계 설훈 의원이 지난 24일 ‘이정근 노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보도에 “허위 사실 유포다. 더러운 정치 조작”이라고 반발하자 개딸은 “선당후사하라” “즉시 탈당하라”라면서 조롱했다. 이후 ‘이정근 노트’ 연루설이 제기된 이원욱·김병욱·김영진·고용진 의원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강성 지지층은 친명계 김병욱·김영진 의원을 향해서만 “당신들을 믿는다” “(비명계) 이원욱·설훈은 검찰이 두려웠던 거 같다” 식의 선택적 반응을 보였다.

수박을 들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캡처

수박을 들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일부 친명계 인사는 오히려 이런 행태를 이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 캠프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는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BTS 보고 아미(팬클럽) 그만두라는 얘기가 가능하냐”며 강성 팬덤과의 결별 요구를 일축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 중원)에 사무실을 차리고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간 그는 전날(28일)엔 페이스북에 수박을 들고 웃는 사진을 올렸다. 여기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은 박살 내서 먹는 게 제격”, “잘근잘근 씹어야 제맛” 등의 댓글이 달렸다.

수박 먹는 모습은 지난 16일 이 대표가 먼저 노출했다. 경기 안성시의 농업 현장간담회 행사 직후였다. 지지자들은 즉각 “갤주(이 대표) 지시 떨어졌다. 밭 갈고 수박들 씹어 먹어라”는 글을 올렸다. 당내에선 “팬덤이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이 대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대표의 팬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앞서 언급한 뉴스타파 영상에서 재명이네마을 개설자인 ‘명튜브’는 극단적인 팬덤의 행태를 ‘마피아 게임’에 비유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알고보면 수박 아니야? 이런 마피아 게임. 그렇게 마피아 게임을 계속 하다보면, 이재명 대표도 비명이 된다.” 팬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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