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경제안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위기에 대비하려면 한국의 경제안보 상황이 어디쯤에 있는지 먼저 평가해야하고, 이를 위해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전략원) 원장인 김병연(사진) 경제학부 교수는 공급망 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안보지수’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교수가 이끄는 미래전략원 경제안보클러스터는 26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데이터로 보는 경제안보: 전세계 국가별 지수와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수출·수입량 등 무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한 ‘수출 권력’과 ‘수입 취약성’의 개념을 제시했다. 주요 수출 기업이나 수출 제품을 가진 국가는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해 다른 국가에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에 나선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이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의 수출 권력은 11위였지만 수입 취약성은 1위였다. 수출 권력 상위권엔 중국·독일·미국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수입 취약성의 경우 일본(2위), 베트남(3위), 태국(4위) 순이었다.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수입의 광범위한 부분을 소수의 국가에 의존해 성장하는 경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원은 또한 공급망 지배력에 있어 중국의 급상승과 미국의 약화 등도 주목할 변화라고 밝혔다. 중국은 2004년, 2007년 미국과 독일을 차례로 밀어내고 수출 권력 1위 국가로 올라섰다. 반면 미국은 2021년 기준 수입취약성이 9위였다. 김 교수는 “정부나 기업 등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 관련 연구와 평가 지수 개발을 통해 미래 대비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발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