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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중단에 파산까지, 격변의 중국 전기차 시장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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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일등은 없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며 상승가도를 달리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시작과 달리 생산 중단과 파산에 이르며 내리막길에 접어든 사례가 있고, 혹은 전기차 3대장으로 꼽혔으나 예전만 못한 업체도 있다. 전통의 강자와 신흥 다크호스,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헝다와 레이딩, 깜짝 스타의 추락

2~3년 전 신흥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던 시절, 다크호스로 주목받은 업체들이 있다. 화려한 출발로 시작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 헝다(恒大)와 레이딩(雷丁·LETIN)이다.

사진 车一网 캡처

사진 车一网 캡처

헝다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홍콩 거래소 시가 총액이 한때 5000억 위안(약 94조 8200억원)에 육박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헝다는 한 번에 6개 모델의 자동차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중국의 대표 부동산 업체 헝다 그룹을 등에 업은 덕분에, 여타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에 비해 자금이나 생산능력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마찬가지로 레이딩 자동차도 저속 소형 전기차로 이름을 알리며 한때 28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산시(陕西) 친싱 자동차(秦星汽车)를 인수하는 등 깜짝 전성기를 누렸다.

사진 车一网 캡처

사진 车一网 캡처

그러나 이들 업체의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헝다가 시간과 자금을 대거 투입해 만든 자동차는 업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헝다에서 출시한 헝츠5(恒驰5)는 약 900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헝다 자동차는 2개 사업부문을 거의 무상으로 매각해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새로운 유동성이 주입되지 않는 한, 헝다 자동차는 생산을 중단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한다.

레이딩 자동차의 경우 얼마 전 ‘파산’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소식에 따르면, 레이딩 자동차는 올해 들어 약 100건의 민사 사건에 휘말렸으며, 계약 분쟁 소송으로 4000만 위안(약  75억 880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3대장의 엇갈린 현실

이른바 ‘중국 전기차 3대장’이라 불리는 웨이샤오리(蔚小理: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리샹(理想·LI AUTO)과 웨이라이(蔚来·NIO), 샤오펑(小鹏·Xpeng)의 운명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웨이라이, 리샹, 샤오펑. 사진 深燃财经 캡처

왼쪽부터 웨이라이, 리샹, 샤오펑. 사진 深燃财经 캡처

웨이라이의 경우, 3년 전 위기를 겪은 후 다양한 제품 라인 출시와 중국 전역 배터리 교환소 확충을 통해 서서히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나 싶었지만, 여전히 상황은 쉽지 않다. 올해 4월 웨이라이의 월간 인도량은 전월 대비 35.85% 하락한 6658대로 집계되며, 지난 1년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샤오펑도 지난 4월 단 7079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리샹은 지난 4월 총 2만 5681대를 인도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이는 동기 대비 6배, 전월 대비 23% 늘어난 것으로, 전기차 3대장 가운데 리샹의 독주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신에너지 차 매출 TOP10에서 비야디(比亚迪·BYD)가 누적 판매량 70만 2000대로 1위를 차지했다. 비야디가 왕좌를 공고히 한가운데 업계는 더욱 다원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신에너지 차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으나,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현재 시장의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저우 자동차(广汽)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안(埃安)을 비롯해 지리 자동차(吉利), 창안 자동차(长安)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신흥 업체들을 판매량에서 앞서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내 신에너지 차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乘用车市场信息联席会)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중국 국내 승용차 예상 판매량 2350만 대 가운데 신에너지 차 판매량이 850만 대(36%)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이 전례 없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의 신에너지 차 보조금 폐지 이후, 생존을 위한 저가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제품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적자생존의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며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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