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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제친 中 국민 전기차, 예전 같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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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링의 훙광 미니EV. 사진 치처즈왕

우링의 훙광 미니EV. 사진 치처즈왕

중국에서 ‘국민 전기차’라 불리는 우링(五菱)의 훙광 미니(宏光MINI) EV의 판매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훙광 미니는 극가성비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소형 전기차로, 한때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주인공이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GM(上汽通用) 산하 우링의 초소형 전기차 훙광 미니 EV는 지난 2021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이름을 알렸다. 단 2년 사이에 누적 판매량 1백만 대를 돌파한 ‘베스트 셀러’ 모델이다.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에 한화 5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외관을 취향대로 튜닝하는 등 개인의 개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끌어모았다.

 2022년 전기차 업체 판매량 순위. 사진 후슈왕

2022년 전기차 업체 판매량 순위. 사진 후슈왕

그러나 지난해(2022년) 연말부터 훙광 미니 EV의 돌풍에 제동이 걸렸다. 2022년 10월 판매량 41만 대를 달성한 이후, 11월에 1만 대 가까이 판매량이 감소하더니 12월 소폭 반등했다가 올해(2023년) 1월 저점을 찍었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는 훙광 미니 EV 덕분에 우링이 여전히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야디(比亚迪·BYD), 지리(吉利), 창안(长安), 아이안(埃安) 등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토종 브랜드에 비하면 뒷심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제 소형 전기차 시장도 더는 ‘우링 천하’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훙광 미니 EV의 성공으로 소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중국 업체들이 이후 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이미 창안 자동차의 루민(Lumin·糯玉米), 체리(奇瑞) 자동차의 QQ아이스크림(QQ冰淇淋) 등 소형 전기차 모델이 기존 훙광 미니 EV의 점유율을 나눠 가져가고 있다.

 키위 EV. 사진 후슈왕

키위 EV. 사진 후슈왕

우링으로서는 훙광 미니 이후 출시한 신모델의 판매 성적이 전작보다 부진한 것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키위 EV(KIWI EV)를 예로 들면, 훙광 미니보다 더 작은 사이즈이지만 주행거리가 2배에 달하며, 후방 카메라, 풀 액정 계기판, 스마트 콕핏 등 여러 방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스펙을 탑재해 초소형 전기차계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그런데도 올해 1월 키위 EV 모델은 단 482대 팔리는 데 그쳤다.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차’ 이미지가 강한 우링의 전기차 구매를 위해 7만 7800위안(약 1457만 원)이라는 비용을 선뜻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가성비’라는 타이틀은 우링에게 판매량 1위의 영광을 안겼지만, 이제는 ‘가성비의 늪’에 빠진 셈이다.

‘초저가 전기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우링은 지난 2년간 수많은 시도를 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더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일부 생산라인을 돌려 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마스크를 생산했으며, ‘국민이 필요한 것, 우링이 만들겠습니다. (人民需要什么,五菱就造什么)’라는 구호를 부르짖었다. 지난 2020년 중국 당국이 ‘노점 경제(地摊经济)’를 대대적으로 주창할 때에도 발 빠른 움직임으로 노점 경제용 훙광 미니를 선보이며 고객 이벤트를 벌였다. 차주들의 개성 넘치는 튜닝으로 훙광 미니는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노점 경제(地摊经济)

내수 회복과 일자리 마련을 위해 길가에 물건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중국의 정책

사진 샤오훙수

사진 샤오훙수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이 우링의 이미지 변신에는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캠페인에 사용된 제품이 여전히 훙광 미니와 같은 5만 위안(약 900만 원) 이하의 저가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초저가 모델 사이에서 꾸준히 품질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자동차 포털 처즈왕(车质网)의 제품 불만 제보 페이지에 따르면, 훙광 미니 EV에 대한 내용이 2023년 1~2월 사이에만 15건 접수됐으며 전부 서비스가 아닌 제품의 품질 관련 이슈였다. 훙광 미니 자체적으로는 안전 기준치를 충족시키지만, 그보다 큰 차량과의 충돌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훙광 미니의 한계로 꼽힌다.

신형 모델 빈궈. 사진 관찰자망

신형 모델 빈궈. 사진 관찰자망

지난 3월 2일, 훙광 미니 EV를 만든 우링은 2023년 첫 신형 모델인 ‘빈궈(缤果)’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아직 가격은 공개 전이지만, 업계에서는 5~9만 위안(937~1687만 원) 선일 것으로 관측한다. 우링은 신 모델 빈궈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가격 경쟁력 이상의 안전성과 품질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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