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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에 노력까지 더했더니… 14년 만에 5조 가치 기업으로 우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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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간 디스플레이 구동칩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올해로 창립 14주년이 된 지촹베이팡(集创北方, Chipone)의 이야기다. 중국의 산업 연구 기관인 후룬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유니콘 기업 188위에 올랐다. 후룬은 지촹베이팡의 기업 가치를 300억 위안(약 5조 7300억 원)으로 평가했다.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스크린 무대에는 지촹베이팡의 고성능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적용됐다. 사진 CCTV캡처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스크린 무대에는 지촹베이팡의 고성능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적용됐다. 사진 CCTV캡처

지촹베이팡의 저력은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확인된 바있다. 중국 문명의 발원인 황허의 물줄기와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 등 '거대한 LED의 향연'이었던 개막식의 스크린 무대에는 지촹베이팡의 고성능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적용됐다. IT기술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테코레이션(Tecoration=technology+decoration)덕에 코로나19로 휑했던 현장이 풍성하게 채워졌고 이는 개막식의 백미(白眉)로 평가받았다.

지촹베이팡은 디스플레이 구동칩의 연구개발, 설계 및 판매가 주요 사업인 기업이다. 디스플레이 기능이 있는 모든 전자 제품, 즉 스마트폰, TV, 노트북, 태블릿PC, 모니터, 웨어러블 기기에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요가 끊이지 않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촹베이팡은 스마트폰 LC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스마트폰 LCD, 터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통합(TDDI)칩 시장에서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OLED 커브드 스크린 스마트폰 제품에 들어갈 OLED 휴대폰 디스플레이칩(제품명: ICNA3512)을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가전업체 TCL과 손을 잡고 e-스포츠 및 게임에 요구되는 8K LC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칩(제품명: ICNL9390) 생산 및 연구 개발에 돌입하며 독보적 기술로 업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OLED 커브드 스크린 스마트폰 제품에 들어갈 OLED 휴대폰 디스플레이칩(제품명: ICNA3512).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OLED 커브드 스크린 스마트폰 제품에 들어갈 OLED 휴대폰 디스플레이칩(제품명: ICNA3512).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디스플레이 구동칩 분야에서 지촹베이팡이 10여 년 만에 시장 선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 23세에 창업, 37세에 5조 가치의 기업으로 이끈' 석탄 2세'

지촹베이팡의 설립자이자 현 대표인 장진팡(张晋芳)은 바링허우(80後)다. 그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세워 현재 1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키워냈다. 학부를 갓 졸업한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고 현재에 이를 수 있었던 데에는 부친의 역할이 컸다. 장진팡의 부친은 산시자오창핑에너지그룹의 회장인 장라이솬(张来栓)이다. 장라이솬은 2003년 자오창핑 탄광을 사들여 석탄 제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고 직원을 5000여 명이나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산시자오창핑에너지그룹의 회장인 장라이솬.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산시자오창핑에너지그룹의 회장인 장라이솬.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이렇듯 사업 기반이 탄탄한 부친 덕에 장진팡은 창업 자본, 다시 말해 칩 연구 개발 및 제조에 소모되는 비용 약 4억 위안(약 741억 원)을 아버지로부터 조달했다.

그러나 부친 덕에 지촹베이팡이 이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장진팡의 안목과 재능이 더해졌다. 그는 베이팡공업대학에서 통신 공학을 전공했으며, 베이징교통대학에서 회로시스템 박사 학위를 수료하는 등 칩 연구에 상당한 조예를 갖고 있었다.

장진팡이 스물 세살 되던 2007년 미국의 애플사가 1세대 아이폰을 출시하며 전세계에 '혁신'의 물결을 일으켰다. 장진팡은 단순 통화 기능만 탑재된 것이 아닌 카메라, MP3가 결합된 아이폰을 보고 인간과 전자기기의 상호 작용 분야에서 엄청난 성장과 발전 가능성을 예견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이듬해 9월 지촹베이팡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베이징 중관촌의 40㎡(약 12평)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지촹베이팡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장진팡(?晋芳).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지촹베이팡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장진팡(?晋芳).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2018년 중국 최초로 터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통합(TDDI)칩 을 출시했으며, 2019년에는 중국 최초로 0.4mm 피치까지 지원하는 미니 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을, 2020년에는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중국 최초의 중대형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을 출시했다.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주효했다. 지촹베이팡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의 60%에 달하며 R&D 사업 비율은 15% 이상을 유지해 동종업체 평균을 상회한다. 지촹베이팡은 399개의 해외 발명 특허와 189개의 국내 발명 특허를 보유(2021년 12월 31일 기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촹베이팡은 기술력을 밑거름 삼아 BOE·CSOT·LG그룹 등 글로벌 유명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호실적 이어지지만 꾸준한 기술 개발만이 돌파구

드라이버 칩 분야에서 회사의 입지와 우위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지촹베이팡의 주요 사업 실적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회사의 영업 수익은 각각 14억 4700만 위안(약 2766억 원), 23억 8000만 위안(약 4550억 원), 56억 7400만 위안(약 1조 848억 원)이며 순이익은 각각 -1억 6800만 위안(약 321억 원), 5300만 위안(약 101억 원), 9억 3200만 위안(약 1788억 원)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DDI)의 중국 대체가 급증하면서 지촹베이팡에도 자본의 관심이 쏟아졌다. 설립 이후 지촹베이팡은 장라이솬이 지원한 초기 자본금 4억 위안을 제외하고 총 7건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2019년부터 지촹베이팡은 화웨이, 샤오미, 비보와 같은 유명 기업을 포함해 많은 유명 산업, 국유 자산 및 재무 투자자를 포함해 연간 2곳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았다. 2021년 12월에는 E라운드에서 65억 위안의 자금 조달에 성공해 회사의 가치가 3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지촹베이팡의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들어간 제품 카테고리.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지촹베이팡의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들어간 제품 카테고리. 사진 지촹베이팡 공식홈페이지

디스플레이 기술의 지속적인 반복과 업데이트로 디스플레이 칩 산업은 빠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 체인이 중국으로 빠르게 몰려 들며 중국 내 디스플레이 칩 제조업체는 기회로 가득차있다. 현재 지촹베이팡의 주요 고객은 BOE, 화싱광뎬, 후이커(惠科·HKC) 및 기타 여러 제조업체를 포함하며 지촹베이팡의 제품은 TCL, 삼성, 오포(OPPO), 비보(vivo) 및 샤오미와 같은 단말기 제조 브랜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형 LCD 패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의 주요 고객으로는 BOE, 화싱광뎬, 선톈마(深天马) 등이 있으며 제품은 주로 오포, 비보, 샤오미, 아너,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트랜션(传音·Transsion) 및 레노버(Lenovo)와 같은 단말기 브랜드에 사용된다. OLED 패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의 경우 BOE, 선톈마, 비전옥스(维信诺·Visionox) 등 패널 업체와 안정적인 사업 제휴를 맺고 있으며 오포나 샤오미 등의 단말 브랜드에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지촹베이팡의 LED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 칩은 세계 시장점유율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LCD 드라이버와 OLED 드라이버 부문에서는 삼성LSI, 노바텍 등 세계 최고의 집적회로 설계 업체들과 비교된다.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석탄에서 칩에 이르기까지 장진팡 부자는 중국 경제 발전의 조류를 함께 목격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잘 포착해 사업으로 잘 살려냈다. 10년 이상의 노력과 경험 덕에 지촹베이팡은 디스플레이 칩의 차보즈(卡脖子·중국 산업을 압박하는 미국의 핵심 기술)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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