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국내여성 검사의뢰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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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2월l일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의 날」로 올해(제3회)의 주제는「에이즈와 여성」.
현재 전세계 6백만 명의 보균자 중 2백만 명이 여성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내도 28일 현재 1백16명의 감염자중 19명이 여성이다.
한국 여 의사회는 WHO와 보사부 후원으로 이날 호텔 신라에서 국내 에이즈의 실태와 치료·대책 등에 대해 다채로운 토론회를 벌인다.
◇에이즈=인체면역 부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IV)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이 지난 83년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WTO에 따르면 여성 감염 자 2백만 명의 분포는 ▲아프리카(1백50만 명) ▲남미·카리브(20만 명) ▲북미(14만 명) ▲유럽(7만5천명)▲중동(2만 명) ▲아시아(5천명)의 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발병하면 현재로선 치료약이 없어 치명적이며 암보다 더 무서워「20세기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후의 형벌」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WHO가 집계한 감염 경로는 ▲성 관계 60% ▲동성연애 15% ▲모자감염 l0% ▲기타 마약 등의 약물과 수혈·장기 이식 등.
◇국내 실태=지난 85년 첫 감염자가 보고된 이래 89년 37명, 금년 43명 등 현재 1백16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보사부 방역과의 김문식 과장은『WHO의 감염 자·추산방식으로 계산하면 국내의 총 감염자 수는 실제는 2백∼3백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국내 여성 감염 자는 ▲외국인 상대 특수 접대부 12명 ▲내국인 상대 접대부 1명 ▲가정주부 4명 ▲교포 l명▲수혈에 의한 감염 자 1명 등 모두 19명이다.
현재 국내 에이즈 관리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국인끼리의 성 접촉에 의한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실제로 감염자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여의사회의 박양실 회장은 자신의 산부인과에도『월 5∼6명의 여성이 에이즈 감염에 대한 검사를 의뢰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일반 접대부들에게로 감염의 위험성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 보건소 주혜란 박사(소장)는『국내 에이즈 감염자수는 혈청검사에서 나타난 숫자의 10배를 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며『산업안전 보건법 규정대로 매년 정기 신체 검사 때 에이즈 혈청검사를 실시해 정확한 실태파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HIV가 인체세포의 면역기능을 파괴해 카리니 폐렴·톡소플라즈마 감염증 등 합병증과 카포시 육종 등을 발병시켜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뚜렷한 치료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현재 인터페론·슬라밍·리바빌린·AZT 등으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켜 발병 진행을 약간 억제시키고 있을 뿐이다.
국내 감염 자에 대해서는 현재 보사부에서 발병 억제제인 AZT를 투여할 계획이다.
◇예방·대책=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
서울대 의대 최강원 교수(내과)는『성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의 감염 위험은 없지만 출혈이나 체액을 통해서는 감염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격리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외국 현지에서의 감염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데 국립 보건 원 이성우 원장은『현재 태국에는 보균자가 약 10만 명이나 되며 인도도 매춘부의 상당수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특히 동남아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해외여행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또 주 박사는 장기체류중인 독신 외국인에 대해 강제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하며 모든 임신부에 대한 무료검사실시, 홍보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지난 8월 HIV보균자로 알려진 미국인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30여명의 여 파트너와 성 경험을 가져 이에 대한 규제와 추적검사를 정부에 의뢰했으나 정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출국을 방조했다』며 무책임한 정부조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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