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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할머니」의 50억원 기증(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척박하고 메마른 우리의 사회풍토에 한줄기 단비가 내린듯 우리들의 답답한 가슴을 훈훈히 적셔주고 있다.
대전 「김밥 할머니」의 전재산 50억원 장학금 기탁과 창원 중견기업 성원토건의 2백40억원대 임대아파트 1천17가구 무상기증 등 미담은 아귀다툼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보내주고 있다.
이들의 쾌거에서 우리는 동기의 순수함과 행동의 진지함을 잃게된다. 한결같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들은 그만한 돈을 벌게해준 것이 바로 다름아닌 우리 사회라는데 눈돌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자기를 감추거나 낮추면서 거액의 재산을 이 사회에 내놓는 행위에서 사회의 앞날에 희망을 갖게할 박애정신의 든든한 싹을 보게된다.
공익을 위해 돈을 내놓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재난을 당하면 의연금을 출연하는 행사도 연례화되다시피 우리 사회에 퍼져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김밥 할머니의 헌납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이른바 재산의 사회환원이나 사회봉사라는 이름으로 내심 반대급부를 계산하는 일부의 매명행위와는 전혀 다른데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김밥도시락을 팔아 한푼씩 모은 50억원을 익명으로 충남대에 내놓았던 78세의 이복순 할머니는 대학측의 수소문으로 신분이 밝혀진 뒤인 28일 『30여 년간 땀과 눈물로 쌓은 이 모든 재산은 얼어붙은 손에 입김을 불어 녹여가며 번 영혼이 깃든 재산으로 이제 인생을 정리해야할 시점에서 내고장 유일의 국립대학인 충남대학교에 바친다』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감격에 젖어 있었다고 한다.
가난에 시달리며 고학을 해야했던 성원토건 공동대표 조철주씨(38)도 『나자신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라 지역인의 협조속에 이만한 기업을 일으킨 만큼 주위의 불우이웃들을 돕고 싶었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뿐이라는 자세였다고 한다.
조씨의 이같은 태도나 찾아간 기자까지 물리쳤다는 이 할머니의 마음가짐으로해서 이들의 미담은 우리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번의 이들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특히 우리 사회의 부를 크게 나눠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회복지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이 재화의 편재에서 온다는 점에서 그렇고,오늘날의 대학교육이나 절대 빈곤층 구제문제가 국가에만 맡겨놓기에는 여전히 힘겹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물론 어렵게 모은 재산을 값지게 사회에 내놓는 일을 우리는 이들에게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동기로 부의 사회환원을 묵묵히 실현하는 대기업도 없지않다.
대학에 건물을 기증하고 장학금을 내거나 보육시설이 없어 날품팔이로 하루 하루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주부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네에 탁아소 등 시설을 기증한 대기업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대기업과 개인들의 선의가 계속 늘어나 우리 사회의 구석진 주름살을 펴나가는 촉매제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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