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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성토장' 된 민주당 의총…"김 진상조사 계속" 결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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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남국 의원이 코인 보유 논란으로 탈당한 것과 관련해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고 속에서 신음하시는 국민들께 심려 끼친 점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남국 의원이 코인 보유 논란으로 탈당한 것과 관련해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고 속에서 신음하시는 국민들께 심려 끼친 점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현동 기자

‘거액 코인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탈당했다. 가상화폐(코인) 투자가 논란이 된 지 9일 만이다. 당 지도부는 탈당으로 당 자체조사와 윤리감찰을 중단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의원총회에서 반발이 나와 계속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총에선 이재명 당대표 책임론까지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탈당의 뜻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지난 일주일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오후 2시쯤 탈당계를 접수시켰다. 당헌·당규에 따라 탈당계가 접수되는 즉시 당원 자격은 소멸한다. 대다수 당 지도부 구성원들은 김 의원의 탈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의 징계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건가.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 가는 꼼수 탈당”이라며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당이 나서서 당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논란을 비롯해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급작스레 탈당한 김 의원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김남국 의원이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수입 등 일부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당 진상조사팀이 발표하자 회의 분위기는 초장부터 격앙됐다. 박용진 의원은 “김 의원이 무책임하게 탈당 선언을 해버리면서 당을 더 궁지에 모는 우(愚)를 선택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지도부가) 지금처럼 좌고우면 늑장 대응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김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와 국회 윤리위 제소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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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중간 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당의 권유대로 가상자산을 매각했느냐”는 질문에 “관련한 보고는 오늘 없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의총이 시작된 뒤 연단에 올라 “국민 여러분께 당 소속 국회의원이 이런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불철주야로 국민의 삶을 챙겼어야 할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점,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 대표의 사과에도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을 향한 질타는 물론,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 요구와 퇴진론까지 나왔다. 비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자유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며 “이 대표 스스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인 출신인 김회재 의원도 “당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며 “외부 인사라도 모셔서 조사기구를 만들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의원에 대한 질타가 반복되자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한 친명계 수도권 의원은 “당이 자성한다면서 하나씩 다 쳐내면 윤석열 정권과 싸울 때 누가 앞장서겠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회의장은 술렁거렸다.

이 대표는 본인을 향해 쏟아지는 입장 표명 요구에도 끝까지 침묵했다고 한다.

당헌·당규상 탈당자에 대해 징계할 수 없다는 당 지도부 인사의 기존 입장 발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승래 의원은 “지금은 당헌·당규를 따질 게 아니라 당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복수의 의원이 “탈당한 김 의원의 협조를 구해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거나 “탈당자라도 윤리심판원이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4시간20여 분가량의 격론 끝에 900여 자 분량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며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정치윤리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나온 의원들 반발에 조사 중단 방침이 뒤집힌 것이다. 이들은 이어 “윤리 규범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당의 윤리기구가 반부패기구로 거듭나도록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독립된 지위와 위상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자산을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하는 법 개정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공직자윤리법을 5월 안에 개정하면서 즉시 시행으로 명시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기간인 내년 3월이 아닌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결의문을 두고는 “예상보다 센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탈당을 “민주당의 꼬리 자르기”로 규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얼마나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면 매번 이런 식의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이쯤 되면 민주당은 탈당이 면죄부를 받는 ‘만능 치트키’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인 송 전 대표와 윤·이 의원도 당 자체 조사가 시작된 뒤 탈당했다. 대량 해고 사태와 임금체불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은 2020년 9월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조사에 들어간 지 8일 만에 탈당을 선언했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꼬리 자르기로 무마할 게 아니라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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