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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같은 종부세…집 부자 "신경 쓰이네"

중앙일보

입력

"집값이 올라서 좋지만 이러다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

경기 과천시 주공1단지 25평형 아파트를 소유한 김모씨(45)는 요즘 종합부동산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추석 이전 8억5000만원 수준이던 집값이 최근 10억 ̄11억원대로 급등했기 때문.

현재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주택공시가격)는 5억16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 아니지만 내년 1월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조정되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대한민국 상위 1 ̄2%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종부세. 이른바 '부유세' '강남세'로 불리던 종부세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씨처럼 최근 집값 급등으로 '종부세 사정권'에 들어간 아파트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기준시가가 조정되면 '종부세 100만가구 돌파'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부세 과세대상 주택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조세정의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현행 부동산세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최근 집값이 급등했으나 종부세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시가는 매도호가여서 이를 기준으로 종부세 대상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기준시가를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이어서 내년에도 종부세 대상자는 상위 2 ̄3%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올 추석 이후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주택기준으로 내년 종부세 대상자수가 올해보다 적어도 10만가구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종부세 세수는 정부 추정치(1조9091억원)보다 훨씬 많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종부세 세수는 이처럼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집값 안정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적지 않은 부작용만 낳고 있다. 2주택 이상 집부자들이 보유세 마련을 위해 전셋값을 올리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고, 고가주택 1채가 전재산인 월급쟁이나 은퇴자들은 매년 급증하는 보유세 부담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세금 납부로 누릴 혜택보다 당장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에 대상자나 예비 대상자는 종부세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7만4000→35만→ ? = 다음달 종부세를 내야 하는 대상자는 약 35만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정부는 추산했다. 이중 기준시가 6억원이상 주택은 16만2000가구. 과세 대상 전체 주택(1300만가구)의 1.2%다.

여기에 기준금액 3억원 초과의 비사업용토지와 기준금액 40억원 초과의 사업용토지 소유자(법인) 등을 합하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35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7만4000명)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내년.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남뿐 아니라 목동 과천 일산 평촌 등 이른바 '버블세븐'에 집을 보유한 자칭 '중산층'도 종부세 사정권에 들어갔기 때문. 기준시가와 관련해 정부의 방침은 시가의 80%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 방침대로 기준시가를 조정하면 현재 시가가 8억원이 넘는 아파트들은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다. 종부세 대상 가구가 지금보다 최고 3배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가' 기준 다르다 =정부는 그러나 부동산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시가를 기준으로 종부세 대상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시세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최근 집값이 급등했다고 해서 기준시가를 급격히 올릴 수는 없다"며 "따라서 종부세 대상자수가 내년에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준시가를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이기 때문에 종부세 대상자가 2 ̄3배나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 아파트는…= 그렇다면 과천 주공1단지 25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김씨는 내년에 종부세 대상이 될까. 현재로선 가능성이 반반이다. 감정평가사들이 기준시가 산정시 참고하는 국민은행 KB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이 아파트의 가격은 8억9000만원. 부동산 정보업체나 중개업소가 제공하고 있는 시세보다 1억 ̄2억원 낮다.

정부는 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9억원 이상이면 내년에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 8억 ̄9억원은 지역별 평가금액과 올해 기준시가에 따라 포함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시가가 8억 ̄9억원인 아파트는 올해 기준시가와 집값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 내년에 감평사들이 기준시가를 정할 것"이라며 기준시가를 시세의 70 ̄80%로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현재 매도호가가 9억 ̄10억원인 목동신시가지 10단지 30평형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의 국민은행 기준 시가는 8억7400만원이지만 올해 기준시가가 4억28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내년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아파트의 시가는 11억2500만원, 올해 기준시가는 5억7600만원이다. 기준시가가 5억4300만원인 경기 일산신도시 강촌마을 48평형 아파트의 경우 현재 매도호가는 9억5000만 ̄10억원이지만 국민은행 기준 시가는 8억7500만원이어서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절반 정도다.

◇급증하는 종부세 세수 = 정부는 지난 9월말 종부세 세수가 올해 1조1539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9091억원으로 65.4%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과표적용률 인상(70→80%) 등에 따른 것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올 추석 이후 부동산값 상승률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가 추산한 올해 주택값 상승률은 5%, 토지 상승률은 10%에 불과하다. 추석 이후 추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내년 종부세 세수는 2조원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내년 종부세 대상자수도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50만 ̄6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준시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더라도 부동산값이 워낙 크게 올라 주택 기준으로 내년 종부세 대상자수가 올해보다 적어도 10만가구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버블세븐지역에 중대형 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중산층도 내년부터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종부세 대상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중산층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시작으로 종부세 대상자 및 종부세 사정권에 있는 사람들은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민들과 시민단체는 "현행 세제를 유지하고 기준시가를 더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주택자 보유세 서민들이 낸다"= 종부세는 이처럼 계층 간 심각한 대립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단적인 예가 2주택 이상 집부자들이 전세금을 올려 보유세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 전셋값이 오르면서 사실상 전세자들이 집부자들의 종부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종부세 대상 주택 1채가 전 재산인 월급쟁이나 은퇴자들은 매년 급증하는 보유세 부담에 한숨을 짓고 있다. 종부세의 과표 적용률은 올해 70%에서 내년에는 80%로, 2009년에는 100%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 주택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평균 실효세 부담률은 오는 2009년 1%로 높아진다. 예컨대 기준시가 10억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올해는 439만원의 보유세를 내지만 오는 2009년부터는 매년 10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무늬만 부자'인 월급쟁이나 은퇴자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정부가 염두에 둔 것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보유세 및 양도세를 강화해 매물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제 강화를 통한 집값 안정대책은 사실상 실패하고 오히려 집값만 급등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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